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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창비아동문고 28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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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만 봤을 때는 그냥 어린이들이 좋아할 성장담, 모험기라고 생각했다. 

무리에서 쫓겨난 어린 암사자가 이리저리 구르며 성장해서 결국 무리를 이끌겠지..


이런 단편적인 추측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넓고 큰 세계가

<푸른 사자 와니니>에 있었다. 

쓸모없는 아이로 낙인 찍히며 사냥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무리에서 쫓겨난 어린 암사자 와니니. 

원래라면 사냥했어야 하는 동물들의 비웃음을 사며, 살아남기 위해 풀이나 열매도 가리지 않고 먹으며 초원에서의 삶을 이어 나간다. 

무리에서 쫓겨난 수사자인 잠보와 아산테를 만나 동행하며, 와니니는 자신 안에 있는 사자의 본능과 함께 자신만의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어 나간다. 

본인 때문에 죽을 뻔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말라이카까지 만나게 되며 하나의 무리를 이룬 와니니는, 건기가 없는 푸른 초원을 찾아 나선다. 


나는 <푸른 사자 와니니>를 보며, 한국의 아동 문학이 섬세해졌음을 느꼈다. 

사자와 원숭이는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서로를 조금은 도울 수 있다. 

사자는 눈 앞의 모든 동물을 사냥할 수 있지만,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초원의 모든 동물들은 매일을 목숨을 걸며 살고, 누구 하나 목숨을 쉬이 여기지 않는다. 

사자가 누를 사냥하는 것은, 그것이 그저 동물의 본능이며 그 세계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이걸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시선이 좋았다. 


마디바 할머니의 무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 와니니는, 비웃음도 당하고 '미친 사자'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쓸모없는 아이는 버릴 것, 밥만 축내는 수사자는 내보낼 것, 다쳐서 피를 많이 흘리면 무리를 위험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쫓을 것. 이런 마디바 무리의, 어쩌면 사자 무리의 원칙을 깨며 와니니는 자신만의 무리와 세계를 구축해간다. 


와니니는 틀리지 않았다. 약하지 않았다. 그저 다르게 살아갈 뿐이었고, 결국 마디바에 맞서는 강한 암사자가 되어 와니니 무리를 만들고 이끌게 되었다. 

우리가 와니니의 여정을 응원하는 이유는, 그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응원함으로서 결국 그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또한 틀리지 않았음을 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이구아나는 이구아나처럼, 개코 원숭이는 개코 원숭이처럼, 사자는 사자처럼, 나는 나처럼 살아가면 그만이니까. 틀린 삶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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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 번째 여름 (양장)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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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신비로운 표지와는 다르게

그들의 여름은 너무 덥고, 무겁고, 축축했다. 

그래서 나 또한 함께 땀과 눈물을 흘리며 그 여정을 기쁘게 함께 했다. 


최근 나의 '쓸모'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쓸모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그래서 강박적으로 시간을 들여 나를 몰아쳤다. 


누구는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는 말들이

가만히 있는 나를 계속 뒤로 밀어냈고,

그 휩쓸림에 무력하게 밀려나는 내가 싫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나는 내가 계속 싫어질 것이었다. 


<일억 번째 여름>의 아이들.

주홍,이록,백금,연두,일록 또한 치열하게 자신의 쓸모를 찾는 존재들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내가 이것을 하지 못하면 내 쓸모가 없어지는 게 아닌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그들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에 동화되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나보다 강했고, 내게도 그 힘을 전해줬다. 

그들의 선택. 

나보다 타인을 지키기로 한 용감한 선택,

내 쓸모 보다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선택,

나 자신보다 더 많은 이웃들을 살리려는 선택,

그 수많은 선택들은 나에게도 절절하게 전해졌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두두족과 미미족 중 어떤 종족이 멸족할 것인가,

콜로나에 남겨진 언어들은 무엇이며 궁극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들은 피난에 성공하거나 협의에 다다르는가 하는 것들은

나에게 나중 이야기였다. 

나는 오직 이록의 선택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주홍의 용감함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백금은 어디로 자신을 내던질 것인가, 일록은 얼마나 오래 외로웠는가, 

연두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인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했다. 


일억 번째 여름을 살아낸 아이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고, 그래서 슬펐다. 

이게 단지 그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다르다는 이유로, 차이를 차별로 확장시키며 혐오와 증오를 과감하게 내뱉는 지금의 시대에서

그들의 뜨겁고 굳건한 연대는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무엇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지난한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을 맞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배척하기 보다 보듬어 함께 나아가는 발걸음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사랑'이 정답이고, 모든 것을 이기는 힘이다. 그것은 언제나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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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꺼풀 창비만화도서관 10
데브 JJ 리 지음, 이주혜 옮김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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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가 거의 없는데도 화면이 가득차게 느껴지는 그림체. 

생동감 넘치는 배경과 잔잔하게 채워진 명암들.

그 사이 여러가지 감정을 기막히게 풀어내는 인물들의 표정.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이미 이 책과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영원히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정체성의 혼돈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여전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너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죽을때까지 이렇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 나가며 살아간다는 것을. 

절대 혼자가 아니니까 너무 외로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진의 아빠가 한 말처럼, 

자란다는 건 때때로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다. 

내가 그냥 나라는 자체 만으로도 힘들고 버거운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왜 나는? 왜 나에게만?'하는 마음으로 살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비슷한 상황을 겪는 모두와 나를 향하는 말이다. 

삶의 엔딩은 해피하니까 우리 모두 힘을 내자 라거나,

삶은 어차피 고통의 연속이니 좌절하며 살자는 말이 아니다. 

삶은 좋다가 나쁘고, 심심하다가도 재밌는 일들의 반복이다. 

그러니 너무 좌절하거나 너무 고통받을 필요 없다. 

우리는 계절이 지나고, 나이를 먹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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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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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러시아 문학은 어려워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이 작품이 어째서 톨스토이 작품에 비견되는지, 걸작이라 칭송되는지 알만했다.

전쟁에서 중요해지는 건 뭘까?
돈? 식량? 잘곳?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이 꿈틀댈 것 같지만, 언제나 전쟁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건 평범한 이들의 삶의 의지인 것 같다. 그들의 꿋꿋함이,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힘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의미를 안겨준다.
이런 대문호가 있음에도 여전히 전쟁을 일삼는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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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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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트 탈래?

허세 잔뜩 들어간 인스타 스토리 하나에 몰려든 아이들

천우, 신조, 노아, 장진, 태호, 류는 제각기 다른 이유와 상황을 안고서

천우신조호에 올라타 바다로 나아간다. 


잠깐 부산 앞바다만을 보려던 그들은 갑작스런 상황들에 뒤엉켜

더 큰 바다로 나아가고, 그저 주어진 대로 살기만 했던 아이들은

삶이 정말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다. 


발 디딜 곳 없이 여기저기 흐르는 대로 산다는 것이,

그렇게 망망대해에 어떤 도움도 없이 남겨진다는 것이,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결국 무엇을 남겼는지...


아이들의 항해를 함께하는 마음으로 숨죽이고, 한껏 숨을 몰아쉬면서

마지막까지 항해를 마쳤다. 

돌아온 아이들은 항해 이전과 달라졌고,

나 또한 나만의 바다를 생각하며 나만의 라이프재킷을 떠올려 본다. 


파도가 덮치더라도 거기 삼켜지지 않도록 하는 게 사람의 일이라면,

단 한가지 붙잡을 수 있는 라이프재킷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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