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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 번째 여름 (양장) ㅣ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찬란하고 신비로운 표지와는 다르게
그들의 여름은 너무 덥고, 무겁고, 축축했다.
그래서 나 또한 함께 땀과 눈물을 흘리며 그 여정을 기쁘게 함께 했다.
최근 나의 '쓸모'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쓸모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그래서 강박적으로 시간을 들여 나를 몰아쳤다.
누구는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는 말들이
가만히 있는 나를 계속 뒤로 밀어냈고,
그 휩쓸림에 무력하게 밀려나는 내가 싫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나는 내가 계속 싫어질 것이었다.
<일억 번째 여름>의 아이들.
주홍,이록,백금,연두,일록 또한 치열하게 자신의 쓸모를 찾는 존재들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내가 이것을 하지 못하면 내 쓸모가 없어지는 게 아닌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그들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에 동화되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나보다 강했고, 내게도 그 힘을 전해줬다.
그들의 선택.
나보다 타인을 지키기로 한 용감한 선택,
내 쓸모 보다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선택,
나 자신보다 더 많은 이웃들을 살리려는 선택,
그 수많은 선택들은 나에게도 절절하게 전해졌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두두족과 미미족 중 어떤 종족이 멸족할 것인가,
콜로나에 남겨진 언어들은 무엇이며 궁극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들은 피난에 성공하거나 협의에 다다르는가 하는 것들은
나에게 나중 이야기였다.
나는 오직 이록의 선택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주홍의 용감함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백금은 어디로 자신을 내던질 것인가, 일록은 얼마나 오래 외로웠는가,
연두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인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했다.
일억 번째 여름을 살아낸 아이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고, 그래서 슬펐다.
이게 단지 그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다르다는 이유로, 차이를 차별로 확장시키며 혐오와 증오를 과감하게 내뱉는 지금의 시대에서
그들의 뜨겁고 굳건한 연대는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무엇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지난한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을 맞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배척하기 보다 보듬어 함께 나아가는 발걸음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사랑'이 정답이고, 모든 것을 이기는 힘이다. 그것은 언제나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