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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ㅣ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에 비해 풍족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지만, 그때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로 인해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은 좌절의 원인중 하나일것이다. 특히 우리사회는 남과 비교하는 일이 많은것 같다.
어릴때부터 경쟁에 내몰리며 살아야 하는 요즘 아이들. 경쟁이란 구도에선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타인의 시선에 필요이상으로 신경쓰는 것이 일상화 되어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까지 만들어 낸다. 오래전엔 신분이 그런 잣대의 대상이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라 어린아이들 사이에 어떤 브랜드 옷의 가격차이에 따라 계급이 정해진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크리스티네는 오스트리아의 시골 마을 클라인 라이플름 우체국 직원이다. 요즘같아서야 우체국에서 일한다고 하면 공무원급으로 안정적인 직장이라며 부러움을 받겠지만, 이 때는 별볼일 없는 직업이었나보다. 전쟁통에 아빠와 오빠를 잃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지만 엄마마저 몸이 아파서 우체국을 오가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크리스티네. 어느날 남편과 스위스로 여행을 온 이모에게 초대장이 날라온다. 한때 모델로 활동했던 아름다운 이모는 부유하게 살고 있다. 아픈 엄마대신 이모의 초대에 응하게 된 크리스티네는 아름다운 휴양지 엥가딘의 화려한 모습에 넋을 잃고 만다. 상대적으로 초라한 자신의 행색에 기가 죽은 크리스티네를 가엾게 여긴 이모는 자신의 옷을 빌려주며 단장을 시키게 된다. 본래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 있었던 그녀에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고, 자신감을 갖게된 크리스티네는 화려한 사교계의 생활에 도취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활은 오래가지 못한다. 크리스티네도 그럴줄 알고 있었겠지만 화려함에 너무 도취한 나머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현실. 본래의 생활로 돌아오지만 크리스티네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꿈같은 시간의 맛을 한번 본 그녀는 이미 예전의 그녀일 수 없었던 것이다. 병을 앓던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고, 더욱 혼란하고 복잡한 마음을 갖게된 크리스티네. 그리고 그녀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 하지만 가난한 사랑.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려는 둘의 노력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게 되는데......
크리스티네가 이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맛본 달콤함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오래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지금의 시대를 읽어내게 된다. TV드라마의 재벌집 자제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부러워 하고, 부유층의 어마어머한 자산을 동경하게 되지만 현실은 만원짜리 몇장에 벌벌떨게 되는 삶이다.
한 TV프로에는 두개의 의견중 어느 의견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가 하는 퀴즈비슷한 프로까지 생겨났다. 공감은 물론 중요하고 꼭 필요한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것이 정답처럼 다뤄지는 것에 대해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남과, 평균의 삶과 비교하면서 살아가고 그것에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 박탈감을 느끼고 좌절하게 되는 사회. 평균에 못미치면 틀린것, 잘못된것처럼 인식되는 사회의 단편을 보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모든것에 등수를 정해놓고 평균 이하의 삶은 소외되거나 천대받는 이런 관례들이, 저소득층의 주택건설을 집단으로 반대하거나 메이커 옷을 입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고 무시를 당하는 현실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평균 이하에 놓인 사람들은 크리스티네처럼 박탈감을 느끼고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른다. 기득권 세력들이 정해놓은 룰에 의식하지도 의도하지도 못한채로 끌려 다니다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며 돈벌이를 위해 술집 종업원으로 전락하게 되는 젊은 여성들처럼, 꿈과 희망을 자본에 팔아넘기고.
그러나 아직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다 따르고 있고 그렇다고 말한다고 해도 아니라고 하고 싶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입고 있는 옷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노스페이스를 계급의 상징이라고 믿고 따르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죄가 없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잘못된 행실을 보고 배우게 되어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