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의 철학 - 언제 어디서든 거부할 수 없고, 상관해야만 하는 질문
마르틴 부르크하르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적 담론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들을 연상하게 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등의 거대 담론은 중요한 철학적 담론으로 수많은 철학자와 작가들의 질문이 되어왔다. 하지만 사소한 것들의 철학이라니. 철학하면 무언가 나와는 상관없고 일상과는 크게 연관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철학하면 무엇인가 거창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으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 버리는 것들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위의 거대 담론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소한 것들로부터도 얻어낼 수 있는 '생각'이다. 주변의 사소한 것들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작고 사소한 것들에도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거쳐온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기존의 가치에서 전해내려온 낡고 고정된 관념들을 그저'알고있다'며 시간과 문화에 따라 변화된 새로운 의미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누군가 해석하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 기원전 수백년전의 철학자가 이런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 실로 놀라운데, 아직도 고정되고 답습된 의미를 그대로 믿고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책에서 이야기 하듯이 사소한 것에도 의미가 있고 역사가 있다. 그것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며 발전해 온것이다. 알파벳부터 동전, 십자가, 순결, 아르바이트, 역사등 사소하고 작은것부터 중요한 것들까지 철학적으로 해석하는데, 어렵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사물이 본래 지니고 있던 의미를 찾고, 핵심을 읽어내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사소한 것의 사소한 역사가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들에도 이런 현상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기득권층들이 자신들의 이득을 계속 지속하기 위해서 조작하고 단순화 시키는 의미들을, 표면에 내비치는 대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곤 하는 것은 세상을 어둡게 만든다. 자신들 집단의 이득과 목적을 위해 조작되는 언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떤 현상이 있을때 그것은 그 현상 그대로 보도되기 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에 유리하게 교묘하게 조작된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조작된 현상을 별 생각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 말고도 신경쓸 거리들이 현대에는 넘쳐나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피곤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가게 된다면 교묘하게 대중을 설득하며 눈속임에 속아넘어가게 되고 진실을 보는 눈이 사라진다.

저자의 의도는 독자로 하여금 작은 사물 하나도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여 생각의 폭을 넓히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게 하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내가 예상한 작자의 의도야 틀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행간에서 어떤것을 읽어내고 독자 나름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소한 것을 소홀히 하지 않을 때, 크고 중요한 것들도 바로 바라 볼 수 있는 변별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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