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피크닉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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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감시자!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라는 영화를 혹시 본적이 있는가? 그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윌 스미스’ 가 인공위성의 감시를 피해 악당들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에 반하여 작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아이리스』에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테러범들을 뒤쫓거나, 일망타진하는데 커다란 활약을 펼치는 모습 또한 보여 주었다. 이렇듯 우리들은 보이지 않는 감시자들을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가 있다.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CTV 또한 우리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시자이다. 직장, 버스, 길거리, 엘리베이터 등등, 수많은 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사회가 점점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CCTV에 노출 되는 빈도의 숫자가 점점 늘어가기만 한다. 이러한 장비들로 인하여, 범죄수사와 범죄예방에는 큰 도움을 주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사생활 침해라는 역기능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범죄수사가 먼저인가? 사생활 보장이 먼저인가?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서 여기 또 다른 역할을 행하는 CCTV가 있다.

 





 

로또 당첨의 저주!!
2005년 12월 25일 저녁. 성남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이 환호성을 지른다. 814만 분의 1이라는 확률을 뚫고서 로또에 당첨이 된 것이다. 일확천금을 얻게 된 그 가족들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대다수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불행한 일들을 겪게 될 것인가? 아님 또 다른 행운을 움켜쥘 수 있게 될 것인가?

 

2009년 12월 압구정에 위치한 한 아파트. 608호. 로또에 당첨된 가족들이 이사 온 집이다. 은영, 은비, 은재. 세 남매만 이 아파트에 살 뿐,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곳엔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 평범했던 가족이 마치 불행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전조와도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혼 후 아버지는 로또 당첨금의 20분의 1만 챙기고서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홍콩 딤섬 스쿨에 유학을 떠난다. 가장이 부재한 집에 큰 딸 은영이 이를 대신한다. 명문대를 곧 졸업하게 되는 큰 딸 은영은 취업문제로 고민을 한다. 과외로 생활하는 은영에게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민우와 그가 속한 ‘카프’ 라는 서클의 멤버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강남에 기반을 잡은 부유층인 이들에게 취업난은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카프의 멤버가 될 수만 있다면 은영은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둘째 은비는 상류층의 호화로운 생활에 푹 빠져, 돈 많은 남자들의 하룻밤 상대가 되어 꽃뱀처럼 그들에게 돈을 뜯어내며 생활한다. 부유한 친구인 지희의 부탁에 지희 아빠를 유혹하려고 할 만큼,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이 존재하지 않는 전형적인 물질만능주의자라 할 수 있다. 막내 은재 또한 집안의 문제아다. 옆집에 살고 있는 유부녀인 인주와 불륜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보단 혼자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폐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이들 세 남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사건은 최 원장 살인 사건이다. 계속 해서 돈을 뜯어내는 은비의 협박에 최 원장이 직접 집으로 찾아오게 되고, 세 남매의 공모 아닌 공모로 인하여 살인을 하게 된다. 각자 최 원장의 시신을 여행가방, 배낭, 골프가방에 담아 가족들의 추억이 깃들었던 성남을 향해 608호를 빠져 나온다.

 





 

강남 입성을 꿈꾸는 비강남인!!!
『성탄 피크닉 - 이홍』, 이 책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 책이다. 첫 번째가 강남이라는 견고한 성을 공략했던 비강남인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돈만 있으면, 그들 사회에 자신이 편입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가졌던 우리들에게 강남은 너무나도 견고하며, 튼튼하게 지어진 성임을 다시 한 번 우리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로또 당첨이라는 일확천금을 얻게 된 가족들은 자신이 살았던 도시를 뒤로 한 체, 압구정으로 이사 오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 먼저 체류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쉽사리 그들을 자신의 친구로 인정하지 않는다. 첫째 딸 은영이 ‘카프’라는 서클에 가입할 수 없었던 이유도, 둘째 딸 은비가 부유한 친구인 지희에게 배신당하는 이유도, 막내 은재 역시 인주로부터 배신당하는 이유 모두가, 비강남인으로서 강남에서 겪어야 하는 이방인들의 설움일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이 모든 사건을 CCTV를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는 점이다. 글의 맨 처음에서 밝혔듯이, CCTV는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는 감시자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복잡해지며, 다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CCTV의 설치는 점차 늘어날 것이며, 사생활의 노출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물론 작가가 이러한 문제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끼는 불편함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혹시 내가 너무 과대망상 속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 또한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사회적 화두로 한 번쯤은 이슈화 될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라는 옛 속담이 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시피,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속담이다. 일확천금을 얻었던 가족들에게 그 큰 돈은 행복을 준 것이 아니라, 불행을 안겨 주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돈만 추구하는 물질만능주의 이 세상에 커다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소한 가족간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그런 세상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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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미술관 - 비즈니스에 감성을 더하는 Morning Art 아침 미술관 시리즈 1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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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요즘 직장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터에서 적군과 끊임없이 싸우는 병사와 다를 바 없이 바쁘게 흘러간다. 삶의 여유를 만끽하기 보단, 시간에 쫓기 듯이 정신없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업무들과 힘겹고 지루한 싸움을 하루 종일 계속해야만 한다. 최신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없고, 베스트셀러 책 한 권 읽을 시간 또한 직장인들에게는 없다. 삶이 이러할 진데, 미술관에 가서 느긋하게 그림들을 감상할 여유가 과연 그들에게 있겠는가? 이것은 현실의 직장인들에게는 커다란 사치이며, 호사스런 일일 것이다. 점점 메말라지고 있는 직장인들의 감성에 촉촉한 단비를 주어, 아직 눈 뜨지 못한 여리고 여린 감성을 튼튼하게 살찌울 방법이 어디 없겠는가? 매일 아침, 상쾌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당신이 잠들었던 자리에서 두 눈을 뜬 후, 하루의 일과를 미술작품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겠는가?

 





 

나만의 미술관을 찾아!!
『아침 미술관 - 이명옥』, 이 책은 시간이 없어서, 혹은 미술관에 가는 것을 꺼려하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하여, 매일매일 미술작품 한 점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책이다. 메마른 감성을 풍부하게 살찌울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그림 감상을 통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내재된 성장 잠재력을 끌어 올리거나,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아침 미술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동·서양의 작품들은 물론, 시대를 거슬러 수많은 예술가들과 그들이 남긴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중시되는 시대에,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골고루 갖춘, 오늘날의 직장에서 꼭 필요한 인재 모습에 한 걸음 바짝 다가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독특한 구성!!!
『아침 미술관』, 이 책은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2009년 베스트셀러였던,『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이라는 책처럼, 독자들에게 하루 한 점의 작품만을 감상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성미 급한 사람은 예외 일 수도 있겠지만, 하루 한 점의 작품을 감상한다면,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전혀 부담감으로 작용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시간이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책 페이지 숫자가 있어야 할 자리를 대신하여 작품을 감상해야 할 날짜를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알려 주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천일야화 식의 구성을 선택했다는 점이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라는 책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책은 영어 단어들이 가진 공통된 특징을 찾아내어, 초보자들이 손쉽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인데, 이와 마찬가지로 『아침 미술관』, 이 책 역시 한 주제가 끝나면, 그와 관련된 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방식을 취하여 미술작품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초보자들에게 두려움보단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낳는 구성은 동일한 주제를 예술가들이 작품에 어떻게 구현했는지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재미를 주는 한편 주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시각을 갖도록 해 주는 장점이 있었다.”

 -서문 7P 중에서 -

 


『아침 미술관』, 이 책은 이렇듯 책을 읽는 독자들을 배려해 주고 있다. 어느 책에서 이러한 친절을 만날 수 있겠는가? 181편의 예술작품들 속으로 오늘 당장 빠져 들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 아니한가? 잠들어 있는 감성을 일깨우며, 삶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을 이 책속에서 느껴보길 권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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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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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상처!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닐 때 일이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학교 교문을 막 나섰을 때, 어디선가 ‘삐약삐약’ 울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을 때, 내 눈앞에 들어온 한 아저씨의 모습과 아저씨 앞에 놓여 있는 큼지막한 상자가 그 소리의 진원지임을 어렵지 않게 직감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소리가 들리는 그곳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상자 안을 보았다. 그곳에는 수 십 마리의 병아리들이 작은 날개를 퍼떡거리며, 매력적인 자신을 데려가 달라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병아리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갖고 있던 돈을 아저씨께 지불하고, 병아리 한 마리를 작은 봉투에 넣어서 집으로 데려 왔다. 그날부터 병아리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나의 가족이 되었다. 모이도 주고, 물도 주며, 병아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학교에 있는 내내 병아리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병아리를 집으로 데리고 온 지, 10일이 되었을 무렵에, 갑자기 병아리가 죽었다. 갑작스런 병아리의 죽음은 나에겐 큰 슬픔이었으며, 상처가 되었다. 병아리를 장사 지내 준 후에,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린 나에게 친구와 같았던 병아리의 죽음은 첫 번째로 겪었던 이별이면서 아픔이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의 이름은 예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작품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키친』, 이 책은 저자의 처녀작이면서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다.『키친』,『만월』,『달빛 그림자』, 이렇게 총 3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별과 아픔 그리고 이러한 상처들로부터 새로운 희망을 보여 주고 있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로 이루어 진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키친』에서는 ‘미카게’의 아픔과 상처를 키친이라는 작은 공간으로부터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미카게’는 중학교에 들어 갈 무렵 할아버지를, 그리고 성년이 된 지금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할머니를 여의게 된다. 할머니를 여읜 상처로 괴로워 할 무렵, 동네 꽃집 아르바이트생 이었던 ‘유이치’가 ‘미카게’를 찾아와 자신과 함께 살자는 제의를 한다. ‘유이치’와 함께 간 그의 집에서 ‘미카게’는 부엌이 마음에 들어, ‘유이치’의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물론 ‘유이치’와 ‘미카게’ 단 둘이 사는 것은 아니었다. ‘유이치’의 엄마이면서 아빠인 ‘에리코’와 함께 셋이서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되는데…. 『만월』은『키친』의 후속편으로 ‘미카게’가 ‘유이치’의 집에서 나온 후, ‘에리코’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갑작스런 ‘그녀’ 아니 ‘그’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에리코’의 죽음은 ‘유이치’에게 큰 슬픔을 안겨준다. 그런 ‘유이치’를 이번엔 ‘미카게’가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준다.『달빛 그림자』, 이 단편 역시 주인공 ‘사츠키’가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잃은 후에, 슬픔을 잊기 위해 매일 아침 조깅을 한다. 그런 ‘사츠키’ 에게 ‘우라라’ 라는 신비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비록 현실인지 환영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죽은 남자친구와 해후하며, 마지막 이별을 나누게 되면서 ‘사츠키’가 갖고 있던 아픔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내게『키친』, 이 책은!!!
내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던『키친』. 이 책은 어느 일본 소설들과는 다른 느낌을 갖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순수하고, 깔끔한 느낌의 소설이라고나 할까? 일본 소설에서 황순원의 ‘소나기’와 같은 느낌을 오래간만에 느낄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다. 또한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이 매력적이게 생각되는 소설이다. 군더더기 없는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한껏 책 속에 배어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도 않았다. 2010년 새해에 이렇게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나의 커다란 행운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이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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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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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
KBS TV에서 방송되고 있는『개그콘서트』프로그램에서 예전에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대화가 필요해』라는 개그 코너가 있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가족을 소재로 했던 개그 코너였는데, 어설프고 엉뚱한 가족의 모습들 속에서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 내어, 많은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호응과 반향을 일으켰던 프로그램으로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작품이다. 그럼『대화가 필요해』, 이 개그 코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물론 ‘웃음’ 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의 투철한 직업의식 혹은 철학이,『대화가 필요해』속에 잘 버무려져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도, 언제부터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사회가 거대화, 도시화, 개인주의화 되어 가면서, 가족 내 대화의 부재 속에서 비인격화된 개인들이 온갖 사회적인 병적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풍자했다는 점이 커다란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내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 이러한 추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현실의 모든 사람들은 철저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 간의 대화가 부족하며,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나를 포함한 우리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말이다. 여기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한 한 가족이 있다. 그 가족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가족’에서 ‘타인’으로!!
작은 무역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 김상현, 화교출신의 새엄마 진영옥, 집을 뛰쳐나와 홀로 학교 앞 원룸에 살고 있는 누나 김은성, 의대를 다니는 아들 김혜성 그리고 아버지와 새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바이올린 영재인 막내 딸 김유지. 이들 다섯 사람이 한 집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얽혀서, 겉으로는 평온하고 화목해 보여, 어느 중산층 못지 않은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가족이라 하기엔 서로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없고, 사랑도 없었으며, 대화 또한 존재하지 않는 가족들이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일요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엄마는 친정 엄마가 아프다는 핑계로 홀로 친정에 내려갔고, 아들 혜성이도 여자 친구인 다희를 만나러 일찍 집을 나섰다. 아버지 역시 일요일 이었지만 골프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선다. 포근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이들 가족들에게는 마치 흉물스런 폐허인 것처럼 하나, 둘, 재빠르게 집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막내 유지. 바이올린 레슨을 받기로 했던 유지는 그날 그렇게 행방불명이 된다. 유지의 행방불명으로 그들의 집 분위기는 초상집으로 변하게 된다. 딸 유지의 행방불명을 맨 처음 알게 된 아버지는, 어린 딸의 실종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 대신, 사설탐정을 고용한다. 어린 딸의 실종을 접한 일반적인 가장의 대응법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새엄마는 곧바로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버지가 사설탐정을 고용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던 혜성과 은성은 사설탐정이 수사하는 모습을 보고서, 경찰들이 유지의 실종을 수사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사설탐정이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가족들의 초조함과 불안감은 극에 치닫게 된다. 이를 보다 못한 혜성이 직접 유지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서울역에까지 가서 배포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어느 덧, 그 동안 관심조차 없었던 가족들의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게 되는데….  
 

‘타인’에서 ‘가족’ 이라는 이름으로!!!
저자 정이현 작가의 오래간만에 출간된 신간『너는 모른다』책 줄거리이다.『공무도하 - 김훈』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연재되었던 연재소설을 책으로 엮어 출간한 소설로서, 도시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통하여, 도시의 부조리한 이면을 치밀하고 날카롭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도시적 감수성의 작가라 불리 우는 정이현 저자의 명성에 걸맞은 책이 아닌가 싶을 만큼 잘 쓰여 진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책의 줄거리를 보면,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은가? 그렇다. 2009년 내내 많은 독자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던『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이 책과 매우 흡사하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엄마를 부탁해』와 어린 딸의 행방불명으로 시작되는『너는 모른다』는 여러 가지로 닮아 있다. 두 권의 책 모두가 가족의 소중함과 소통의 중요성을 전제로 하여 쓰여 진 책이었음을 줄거리를 통해,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챘을 것이다. 전자가 행방불명된 어머니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어머니에 대하여 몰랐던 사실들과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어머니의 크나큰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다면, 후자는 어린 딸 유지의 실종으로 인하여, 아무런 소통과 대화가 없었던  가족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딸 유지를 찾아 헤매면서 느끼게 되는 가족의 소중함, 화해 그리고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던 책이었다. 이에 덧붙여서『너는 모른다』, 이 책에서는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혼혈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화교출신이었던 진영옥에 대한 어른들의 보이지 않은 차별과 멸시 그리고 그녀의 어린 딸 유지에 대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의 왕따 사건은 ‘세계는 하나’, ‘지구촌’ 이라는 말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들 모두에게 팽배하게 퍼져 있는 그릇 된 인식을 일깨워 주고 있다.

『너는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타인으로 변해버린 오늘날의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육지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우리들도 언제나 곁에서 함께하고, 항상 같은 편이 되어 준,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과연 내게 가족들은 타인이었을까? 아님 나의 일부분이었을까? 얼마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무관심했던가? 깊이 반성하고,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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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랑
한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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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이 뭘까?
2006년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SBS TV 드라마 ‘연애시대’를 기억하는가? 동명의 일본 소설인『연애 시대 - 노자와 히사시』를 원작으로 했던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잘 각색되어,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라는 비일상적인 상황을 맛깔스럽게 그려냈던 작품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냈던 작품이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에서 16부 마지막 회, 맨 마지막 장면에서, 은호(손예진)의 친구였던 미연(오윤아)의 딸인 은솔(진지희)이 식탁에 앉아, 심각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물어 보는 장면이 나온다. “엄마, 사랑이 뭘까?” 다섯 살 어린 소녀가 ‘사랑’이라는 추상명사로 인하여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인의 나이를 훌쩍 뛰어 넘은 나조차도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쇠망치로 뒤통수를 힘껏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과연 사랑이 뭘까? 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어린 소녀에서부터 성인을 훌쩍 뛰어 넘은 나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일까??

 





 

사랑이냐? 불륜이냐?
여기 서른 한 살의 나이로 남편과 이혼을 한 여자가 있다. 이혼의 사유는 남편의 불륜이다.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만족한 삶을 누렸던 수명은 남편의 바람으로 인하여 한 순간에 이혼녀로 전락하게 된다. 바람난 남편보다 아내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남편을 꼬셔냈던 상대방 여자가 더 미웠고, 모든 비난과 원망을 상대방 여자에게 쏟아내곤 했다. 남편과 이혼한 후, 당장 직업을 가져야 했던 수명. 이력서를 보냈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와, 첫 면접을 보던 날,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첫 면접을 엉망으로 치르게 된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면접을 봤던 회사에 합격하게 된다. 하지만 첫 출근 날부터 사고를 치게 되고, 매번 그 때마다 수명을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주었던 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태경이다. 태경은 회사 디자인 소장으로 유부남이며, 아내와의 사이가 좋기로 회사에 소문이 난 남자였다. 그런 태경의 따뜻한 모습들 속에서 호감을 느낀 수명은 결국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고, 비난했던 불륜이라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위의 친구들이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고, 결단코 불륜이라는 지저분한 관계가 아니라 항변하지만, 누군가의 삶(태경의 아내)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에, 이제 그만 사랑을 끝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러니!!!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어쩌면 사랑』이 책속의 주인공 수명은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고, 자신을 버린 남편보다 남편을 빼앗은 여자를 더욱 비난하고 원망한다. 그런 수명이 또 다시 유부남을 사랑하게 된다. 결코 용납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신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 항변한다. 너무나 아이러니하기에 수명의 사랑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수명이 유부남인 태경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태경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게 되었고, 그런 태경을 모질게 내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수명이 지독한 외로움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떠난 빈자리를 잠시 채우고 싶었던 수명의 헛된 욕망이 결국 수명의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심어 주었던 것이다. 태경을 사랑하는 내내 수명은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자신의 내면과 싸우고, 싸우고, 싸웠기 때문이다. 이 사랑을 끝내야만 한다는 편과 아니 조금 연장해야 한다는 편으로 나뉘어서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쳤다.


 “힘들어?”    


“응…, 힘들어, 근데… 웃겨.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반대가 아니다.  

사람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옳다는 거야. 그게 힘들어."

- 본문 260P <은회와 수명>의 대화중에서 -


이렇듯『어쩌면 사랑』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수명의 사랑에 대한 내면 갈등을 엿볼 수가 있었는데, 이러한 인간적인 고통과 고민들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결국 수명의 사랑을 차디찬 이성의 논리로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따뜻한 감성으로는 이해 할 수가 있었다. 나 또한 아이러니 한 것인가????

 

‘사랑은 수천 개의 세포가 일제히 일어나면서 벼락처럼 빠져드는 것이 아니다.

물방울 하나가 종이에 떨어져 얼룩지듯 서서히 가슴을 물들여놓는 것이다.’

- 본문 247P 중에서 -


이 글의 맨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사랑이 뭘까?” 라는 물음에 『어쩌면 사랑』을 읽으면서 나만의 답을 찾은 듯 보인다. 사랑은 서서히 가슴을 물들여놓는 것이 아닐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을 물들여 놓는 것. 이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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