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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피크닉 ㅣ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보이지 않는 감시자!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라는 영화를 혹시 본적이 있는가? 그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윌 스미스’ 가 인공위성의 감시를 피해 악당들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에 반하여 작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아이리스』에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테러범들을 뒤쫓거나, 일망타진하는데 커다란 활약을 펼치는 모습 또한 보여 주었다. 이렇듯 우리들은 보이지 않는 감시자들을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가 있다.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CTV 또한 우리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시자이다. 직장, 버스, 길거리, 엘리베이터 등등, 수많은 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사회가 점점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CCTV에 노출 되는 빈도의 숫자가 점점 늘어가기만 한다. 이러한 장비들로 인하여, 범죄수사와 범죄예방에는 큰 도움을 주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사생활 침해라는 역기능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범죄수사가 먼저인가? 사생활 보장이 먼저인가?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서 여기 또 다른 역할을 행하는 CCTV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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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의 저주!!
2005년 12월 25일 저녁. 성남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이 환호성을 지른다. 814만 분의 1이라는 확률을 뚫고서 로또에 당첨이 된 것이다. 일확천금을 얻게 된 그 가족들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대다수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불행한 일들을 겪게 될 것인가? 아님 또 다른 행운을 움켜쥘 수 있게 될 것인가?
2009년 12월 압구정에 위치한 한 아파트. 608호. 로또에 당첨된 가족들이 이사 온 집이다. 은영, 은비, 은재. 세 남매만 이 아파트에 살 뿐,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곳엔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 평범했던 가족이 마치 불행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전조와도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혼 후 아버지는 로또 당첨금의 20분의 1만 챙기고서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홍콩 딤섬 스쿨에 유학을 떠난다. 가장이 부재한 집에 큰 딸 은영이 이를 대신한다. 명문대를 곧 졸업하게 되는 큰 딸 은영은 취업문제로 고민을 한다. 과외로 생활하는 은영에게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민우와 그가 속한 ‘카프’ 라는 서클의 멤버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강남에 기반을 잡은 부유층인 이들에게 취업난은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카프의 멤버가 될 수만 있다면 은영은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둘째 은비는 상류층의 호화로운 생활에 푹 빠져, 돈 많은 남자들의 하룻밤 상대가 되어 꽃뱀처럼 그들에게 돈을 뜯어내며 생활한다. 부유한 친구인 지희의 부탁에 지희 아빠를 유혹하려고 할 만큼,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이 존재하지 않는 전형적인 물질만능주의자라 할 수 있다. 막내 은재 또한 집안의 문제아다. 옆집에 살고 있는 유부녀인 인주와 불륜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보단 혼자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폐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이들 세 남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사건은 최 원장 살인 사건이다. 계속 해서 돈을 뜯어내는 은비의 협박에 최 원장이 직접 집으로 찾아오게 되고, 세 남매의 공모 아닌 공모로 인하여 살인을 하게 된다. 각자 최 원장의 시신을 여행가방, 배낭, 골프가방에 담아 가족들의 추억이 깃들었던 성남을 향해 608호를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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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입성을 꿈꾸는 비강남인!!!
『성탄 피크닉 - 이홍』, 이 책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 책이다. 첫 번째가 강남이라는 견고한 성을 공략했던 비강남인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돈만 있으면, 그들 사회에 자신이 편입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가졌던 우리들에게 강남은 너무나도 견고하며, 튼튼하게 지어진 성임을 다시 한 번 우리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로또 당첨이라는 일확천금을 얻게 된 가족들은 자신이 살았던 도시를 뒤로 한 체, 압구정으로 이사 오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 먼저 체류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쉽사리 그들을 자신의 친구로 인정하지 않는다. 첫째 딸 은영이 ‘카프’라는 서클에 가입할 수 없었던 이유도, 둘째 딸 은비가 부유한 친구인 지희에게 배신당하는 이유도, 막내 은재 역시 인주로부터 배신당하는 이유 모두가, 비강남인으로서 강남에서 겪어야 하는 이방인들의 설움일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이 모든 사건을 CCTV를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는 점이다. 글의 맨 처음에서 밝혔듯이, CCTV는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는 감시자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복잡해지며, 다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CCTV의 설치는 점차 늘어날 것이며, 사생활의 노출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물론 작가가 이러한 문제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끼는 불편함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혹시 내가 너무 과대망상 속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 또한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사회적 화두로 한 번쯤은 이슈화 될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라는 옛 속담이 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시피,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속담이다. 일확천금을 얻었던 가족들에게 그 큰 돈은 행복을 준 것이 아니라, 불행을 안겨 주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돈만 추구하는 물질만능주의 이 세상에 커다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소한 가족간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그런 세상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