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랑
한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이 뭘까?
2006년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SBS TV 드라마 ‘연애시대’를 기억하는가? 동명의 일본 소설인『연애 시대 - 노자와 히사시』를 원작으로 했던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잘 각색되어,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라는 비일상적인 상황을 맛깔스럽게 그려냈던 작품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냈던 작품이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에서 16부 마지막 회, 맨 마지막 장면에서, 은호(손예진)의 친구였던 미연(오윤아)의 딸인 은솔(진지희)이 식탁에 앉아, 심각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물어 보는 장면이 나온다. “엄마, 사랑이 뭘까?” 다섯 살 어린 소녀가 ‘사랑’이라는 추상명사로 인하여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인의 나이를 훌쩍 뛰어 넘은 나조차도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쇠망치로 뒤통수를 힘껏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과연 사랑이 뭘까? 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어린 소녀에서부터 성인을 훌쩍 뛰어 넘은 나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일까??

 





 

사랑이냐? 불륜이냐?
여기 서른 한 살의 나이로 남편과 이혼을 한 여자가 있다. 이혼의 사유는 남편의 불륜이다.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만족한 삶을 누렸던 수명은 남편의 바람으로 인하여 한 순간에 이혼녀로 전락하게 된다. 바람난 남편보다 아내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남편을 꼬셔냈던 상대방 여자가 더 미웠고, 모든 비난과 원망을 상대방 여자에게 쏟아내곤 했다. 남편과 이혼한 후, 당장 직업을 가져야 했던 수명. 이력서를 보냈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와, 첫 면접을 보던 날,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첫 면접을 엉망으로 치르게 된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면접을 봤던 회사에 합격하게 된다. 하지만 첫 출근 날부터 사고를 치게 되고, 매번 그 때마다 수명을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주었던 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태경이다. 태경은 회사 디자인 소장으로 유부남이며, 아내와의 사이가 좋기로 회사에 소문이 난 남자였다. 그런 태경의 따뜻한 모습들 속에서 호감을 느낀 수명은 결국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고, 비난했던 불륜이라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위의 친구들이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고, 결단코 불륜이라는 지저분한 관계가 아니라 항변하지만, 누군가의 삶(태경의 아내)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에, 이제 그만 사랑을 끝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러니!!!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어쩌면 사랑』이 책속의 주인공 수명은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고, 자신을 버린 남편보다 남편을 빼앗은 여자를 더욱 비난하고 원망한다. 그런 수명이 또 다시 유부남을 사랑하게 된다. 결코 용납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신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 항변한다. 너무나 아이러니하기에 수명의 사랑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수명이 유부남인 태경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태경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게 되었고, 그런 태경을 모질게 내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수명이 지독한 외로움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떠난 빈자리를 잠시 채우고 싶었던 수명의 헛된 욕망이 결국 수명의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심어 주었던 것이다. 태경을 사랑하는 내내 수명은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자신의 내면과 싸우고, 싸우고, 싸웠기 때문이다. 이 사랑을 끝내야만 한다는 편과 아니 조금 연장해야 한다는 편으로 나뉘어서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쳤다.


 “힘들어?”    


“응…, 힘들어, 근데… 웃겨.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반대가 아니다.  

사람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옳다는 거야. 그게 힘들어."

- 본문 260P <은회와 수명>의 대화중에서 -


이렇듯『어쩌면 사랑』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수명의 사랑에 대한 내면 갈등을 엿볼 수가 있었는데, 이러한 인간적인 고통과 고민들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결국 수명의 사랑을 차디찬 이성의 논리로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따뜻한 감성으로는 이해 할 수가 있었다. 나 또한 아이러니 한 것인가????

 

‘사랑은 수천 개의 세포가 일제히 일어나면서 벼락처럼 빠져드는 것이 아니다.

물방울 하나가 종이에 떨어져 얼룩지듯 서서히 가슴을 물들여놓는 것이다.’

- 본문 247P 중에서 -


이 글의 맨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사랑이 뭘까?” 라는 물음에 『어쩌면 사랑』을 읽으면서 나만의 답을 찾은 듯 보인다. 사랑은 서서히 가슴을 물들여놓는 것이 아닐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을 물들여 놓는 것. 이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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