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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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
KBS TV에서 방송되고 있는『개그콘서트』프로그램에서 예전에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대화가 필요해』라는 개그 코너가 있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가족을 소재로 했던 개그 코너였는데, 어설프고 엉뚱한 가족의 모습들 속에서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 내어, 많은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호응과 반향을 일으켰던 프로그램으로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작품이다. 그럼『대화가 필요해』, 이 개그 코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물론 ‘웃음’ 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의 투철한 직업의식 혹은 철학이,『대화가 필요해』속에 잘 버무려져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도, 언제부터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사회가 거대화, 도시화, 개인주의화 되어 가면서, 가족 내 대화의 부재 속에서 비인격화된 개인들이 온갖 사회적인 병적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풍자했다는 점이 커다란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내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 이러한 추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현실의 모든 사람들은 철저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 간의 대화가 부족하며,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나를 포함한 우리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말이다. 여기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한 한 가족이 있다. 그 가족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가족’에서 ‘타인’으로!!
작은 무역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 김상현, 화교출신의 새엄마 진영옥, 집을 뛰쳐나와 홀로 학교 앞 원룸에 살고 있는 누나 김은성, 의대를 다니는 아들 김혜성 그리고 아버지와 새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바이올린 영재인 막내 딸 김유지. 이들 다섯 사람이 한 집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얽혀서, 겉으로는 평온하고 화목해 보여, 어느 중산층 못지 않은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가족이라 하기엔 서로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없고, 사랑도 없었으며, 대화 또한 존재하지 않는 가족들이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일요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엄마는 친정 엄마가 아프다는 핑계로 홀로 친정에 내려갔고, 아들 혜성이도 여자 친구인 다희를 만나러 일찍 집을 나섰다. 아버지 역시 일요일 이었지만 골프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선다. 포근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이들 가족들에게는 마치 흉물스런 폐허인 것처럼 하나, 둘, 재빠르게 집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막내 유지. 바이올린 레슨을 받기로 했던 유지는 그날 그렇게 행방불명이 된다. 유지의 행방불명으로 그들의 집 분위기는 초상집으로 변하게 된다. 딸 유지의 행방불명을 맨 처음 알게 된 아버지는, 어린 딸의 실종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 대신, 사설탐정을 고용한다. 어린 딸의 실종을 접한 일반적인 가장의 대응법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새엄마는 곧바로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버지가 사설탐정을 고용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던 혜성과 은성은 사설탐정이 수사하는 모습을 보고서, 경찰들이 유지의 실종을 수사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사설탐정이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가족들의 초조함과 불안감은 극에 치닫게 된다. 이를 보다 못한 혜성이 직접 유지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서울역에까지 가서 배포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어느 덧, 그 동안 관심조차 없었던 가족들의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게 되는데….  
 

‘타인’에서 ‘가족’ 이라는 이름으로!!!
저자 정이현 작가의 오래간만에 출간된 신간『너는 모른다』책 줄거리이다.『공무도하 - 김훈』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연재되었던 연재소설을 책으로 엮어 출간한 소설로서, 도시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통하여, 도시의 부조리한 이면을 치밀하고 날카롭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도시적 감수성의 작가라 불리 우는 정이현 저자의 명성에 걸맞은 책이 아닌가 싶을 만큼 잘 쓰여 진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책의 줄거리를 보면,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은가? 그렇다. 2009년 내내 많은 독자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던『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이 책과 매우 흡사하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엄마를 부탁해』와 어린 딸의 행방불명으로 시작되는『너는 모른다』는 여러 가지로 닮아 있다. 두 권의 책 모두가 가족의 소중함과 소통의 중요성을 전제로 하여 쓰여 진 책이었음을 줄거리를 통해,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챘을 것이다. 전자가 행방불명된 어머니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어머니에 대하여 몰랐던 사실들과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어머니의 크나큰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다면, 후자는 어린 딸 유지의 실종으로 인하여, 아무런 소통과 대화가 없었던  가족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딸 유지를 찾아 헤매면서 느끼게 되는 가족의 소중함, 화해 그리고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던 책이었다. 이에 덧붙여서『너는 모른다』, 이 책에서는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혼혈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화교출신이었던 진영옥에 대한 어른들의 보이지 않은 차별과 멸시 그리고 그녀의 어린 딸 유지에 대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의 왕따 사건은 ‘세계는 하나’, ‘지구촌’ 이라는 말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들 모두에게 팽배하게 퍼져 있는 그릇 된 인식을 일깨워 주고 있다.

『너는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타인으로 변해버린 오늘날의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육지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우리들도 언제나 곁에서 함께하고, 항상 같은 편이 되어 준,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과연 내게 가족들은 타인이었을까? 아님 나의 일부분이었을까? 얼마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무관심했던가? 깊이 반성하고,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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