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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소보로 사진 / 가디언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의 주례사'라는 제목부터 분홍색 표지까지 시선을 끄는 책, 이 책은 여자이자 아내, 그리고 며느리의 삶을 먼저 살아온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이자, 경험으로 깨닫게 된 통찰의 지혜를 담아 전하는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출간한 지 8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아내이자 며느리로 살아가는 결혼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여전히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출간하면서 작가님의 생각과 사회의 가치관이 달라진 부분만 조금 수정하고 대부분은 그대로 두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그닥 없었는데, 요즘은 무조건 어떤 분인가부터 보게 됩니다. 김재용 작가님은 마흔을 바라보는 연년생 남매와 은퇴한 남편을 매니저로 두고 사는 결혼 40년차 주부로, 자연과 사람 풍경, 초록을 좋아하며 제주도에서 일상이 여행인 것처럼 살고 있다고 합니다. 꿈오리도 결혼 40년차가 되었을 때, 이런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과 초록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굳이 말하고 싶은 건 왜일까요?~^^

엄마는 정말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나도 결혼하면 엄마처럼 살 거야. p.8
'엄마의 주례사'는 결혼, 남편, 시댁, 육아 등등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와 더불어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자 "딸이 나보다 더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여야 해. 반쪽이 합쳐져서 하나 되는 게 아니라 선대칭도형처럼 각자 독립적인 상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사는 거야.
(중략)
결혼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고 살아야 가족을 희생이 아닌 사랑으로 감쌀 수 있어, 가족을 사랑한다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마음의 힘을 키워. 남편은 기대는 대상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동행자일 뿐이니까. p.21~22
부부는 일심동체, 이 말을 듣고 자란 세대지만, 부부는 이심이체여야만 한다는 작가님의 말을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결혼생활의 경험에서 절실하게 겪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몇 십 년을 따로 살아온 두 사람, 성격부터 가정환경까지 다른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동행자"로의 삶을 살아간다면, "내 마음과 같지 않다고 실망" 하는 일도, "소유하려는 마음 때문에 외로움에 빠지는 일"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짐이라고 하면 흔히 내려놓고 싶다거나, 내려놓으라고 하지, 하지만 무조건 내려놓는 게 능사는 아니야. 오히려 짐을 무겁지 않게 지고 갈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해. 짐이란 무겁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더 힘들게 느껴지거든. 어차피 감당해야 할 짐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 그게 바로 진통제야. p.29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은 비단 결혼생활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일들에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다보면 내려놓아야 할 짐들도 무척 많지만, 그러지 못한 짐들도 너무나 많은데요. 작가님의 말처럼 "어차피 감당해야 할 짐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나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꿈오리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더...,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워킹맘은 아이와 같이할 수 없어서, 전업맘은 자신이 잘못해서 아이가 아픈 거 같아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 엄마가 되면 아플 권리조차도 없어져. 오죽하면 군대 육아, 전투 육아, 헬 육아까지 나왔을까.
(중략)
여자에게 출산은 삶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이고, 아이를 길러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거든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면서 더 성숙해지니까.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봐도 늘 육아하던 때만 떠올라. p.118~119
"엄마에게는 아플 권리조차도 없다"는 말은 정말 많이들 하는데요.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말함이겠죠? 그럼에도 엄마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를 만나고 함께 하던 그 모든 순간들입니다. 꿈오리도 역시 그러하답니다. 결혼과 출산 비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진정한 사랑은 사랑에 빠진 감정을 벗어나면서 시작된다고 하듯이 결혼의 행복도 환상을 깨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그 순간 시작된다고 생각해. 결혼의 환상은 빨리 깨고, 현실은 냉정하게 바라보렴! p.166
꿈오리도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먼저 결혼한 선배인 우리 둘째 올케 언니가 "결혼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했을 때도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막상 살아보니 결혼은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나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환상을 깨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그 순간 결혼의 행복도 시작된다"는 작가님의 말은 그래서 더 공감이 갑니다.
연애할 때의 남자는 엉덩이가 가벼워서 네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갖다 바치지만 결혼한 남자의 엉덩이는 납보다 더 무겁다는 걸.
(중략)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p.230~231
"결혼한 남자의 엉덩이는 납보다 더 무겁다", 이 말에 빵 터진 꿈오리, 정말 꿈오리의 '남의 편'님도 그러했답니다. 과거형으로 쓴 것은 지금은 그러하지 않다는 걸 말함입니다. 아이들 어릴 땐, 엉덩이가 정말 무거워서 두 형제 데리고 어디든 가는 건 늘 엄마인 꿈오리만의 몫이었는데요. 이젠 엄마 아빠보다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은 두 형제와 어디를 함께 갈 일은 많지 않기에, 남편과 둘이서만 열심히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결혼을 먼저 한 친구가 남편은 50이 가까워지면 철이 든다는데, 우리 집 '남의 편'님도 그러한 것일까요? 어쨌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답니다.
'엄마의 주례사'는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사랑과 조언, 응원의 메시지이지만, 이미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따스한 위로를 전해줍니다. 꿈오리에게도 역시 그러했답니다.
꿈오리 한줄평 :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전하는 사랑과 조언, 응원의 메시지,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따스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