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 손을 잡아 주었어 ㅣ 푸른 동시놀이터 15
김미영 지음 / 푸른책들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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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다 문득 지난 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잊고 지냈던 사람이나 기억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가을은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계절입니다. 그럴 때 읽는 시 한 편은 평범한 일상에 작은 울림을 더해 줍니다.

 

시를 써 온 지 30주년이 된 나에게 누군가 시에 대해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이제야 시의 옷자락을 만져 본 느낌이에요."

나는 아직도 시의 모습을 또렷이 알 수 없어요. 그저 시의 숨결을 느낄 뿐이지요. 그 숨결 덕분에 날마다 설레며 살아가고 있어요.

'시인의 말' 중~

 

<시가 내 손을 잡아 주었어>는 등단 30주년을 맞은 김미영 시인이 그동안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동시들을 모아 엮은 선집입니다. 시집에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기쁨과 슬픔, 소소한 일상의 풍경과 소중한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짧고 담백한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이 깃들어 있습니다.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자연과 나무, 작은 생명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존재를 세심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시가 건네는 위로와 따뜻한 숨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에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시 한 편을 품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표

 

편지 봉투에 우표를 붙이면

포드닥 포닥

날갯짓 소리 들려온다.

 

그래, 우표는

편지의 날개였구나!

'시가 내 손을 잡아 주었어' 중~

 

예전에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손글씨로 쓴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메일로 마음을 전하더니, 이젠 카톡으로 간단히 안부를 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편지보다 휴대전화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 더 익숙해진 요즘, 봉투 한쪽에 우표를 붙이는 일은 더욱 정겹게 느껴집니다.

 

우표를 붙이는 순간, 편지는 누군가를 향해 날아갈 준비를 합니다. 시인은 그 모습을 새의 날갯짓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날개 소리가 들리는 듯한 '포드닥 포닥'이라는 의성어에서는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설렘과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우리 마음에도 서로를 향해 날아갈 수 있는 작은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미영 씨

 

누군가

"김미영 씨." 하고

부르는 순간

 

나도

한 알의 씨앗이었다는 걸

깨달았네.

 

살구씨, 오이씨, 겨자씨처럼

지구라는 커다란 밭에

뿌려진

 

씨앗

한

알.

'시가 내 손을 잡아 주었어' 중~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주는 순간,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임을 느낍니다. 살구씨도, 오이씨도, 겨자씨도 저마다 다른 모습과 쓰임을 지니고 있듯, 사람들도 모두 저마다의 빛깔과 가치를 품고 살아갑니다. 시인은 우리를 '지구라는 커다란 밭'에 뿌려진 씨앗에 비유합니다. 작고 여린 씨앗 하나에도 싹을 틔우고 자라날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역시 저마다의 자리에서 소중한 삶을 일구어 가는 존재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는 일은 그 사람 안에 잠들어 있는 가능성을 깨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시를 읽다 보면, 나 자신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도 한 번 더 다정하게 불러 주고 싶어집니다.

 


미안해

 

말 중에도

용기 없는 녀석이 있다.

 

동무랑 싸우고 난 뒤,

이빨 사이에 숨어 있는

고 녀석 이름은

- 미안해.

 

녀석아,

1센티미터의 용기만 더 내 봐.

 

희주의 토라진 얼굴에

활짝

함박꽃이 필 거야.

'시가 내 손을 잡아 주었어' 중~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어색함 때문에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시인은 그런 마음을 이빨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녀석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그리고 단 1센티미터의 용기만 더 내 보라고 다정하게 등을 떠밉니다. 그 작은 용기가 건너가면 토라졌던 친구의 얼굴에도 함박꽃이 활짝 피어날 테니까요. 어쩌면 화해는 거창한 말이나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꼭꼭 숨겨 두었던 짧은 한마디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시가 내 손을 잡아 주었어>는 등단 30주년을 맞은 김미영 시인이 그동안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동시들을 모아 엮은 선집입니다. 시집에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기쁨과 슬픔, 소소한 일상의 풍경과 소중한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짧고 담백한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이 깃들어 있습니다.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자연과 나무, 작은 생명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존재를 세심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시가 건네는 위로와 따뜻한 숨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에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시 한 편을 품게 될지도 모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시 한편이 건네는 다정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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