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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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 창비청소년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이자, <유원>, <페퍼민트>, <경우 없는 세계> 등의 작품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백온유 작가, 꿈오리는 <경우 없는 세계>를 통해 그녀의 작품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지요. 이름처럼 '경우'있게 살아간 친구 경우, '경우 없는 세계'는 사리나 도리를 지키며 살고자 했던 '경우'가 없는 세계인 것은 아닐까,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인 것은 아닐까, 하며 읽었던 기억이 나는 책입니다. <약속의 세대>는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기도 합니다.

 

'약속의 세대'에는 삶의 비애를 감내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그들은 헐거운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라며 사는 사람들이다. 헌신하는 만큼 보상이 따를 거라는 기대, 인내하면 찬란한 미래가 당도할 것이라는 믿음, 소설을 쓰는 내내, 다정하고 살가운 줄 알았던 그 목소리에 배반당한 사람들을 생각했다. '작가의 말' ~

 

<약속의 세대>는 가족, 친구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믿음과 불신을 그린 일곱 편의 이야기를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로 담아낸 소설집입니다. 이 책에는 엄마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간 영지가 산주의 딸 정은을 만나며 알게 된 불편한 진실 <나의 살던 고향은>, 묘령의 두 여자를 태운 택시 기사 광일의 선택이 묘한 긴장과 공포를 선사하는 <광일>,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를 위해 구직을 미루고 간병을 맡게 되었지만, 손녀인 연수의 돌봄엔 온전한 선의만 있는 것이 아님을 역설하는 <의탁과 위탁 사이>, 사라진 돈 오천만원의 행방을 둘러싸고 할머니 영실, 할머니의 딸 윤미 그리고 할머니의 손녀 현진의 서로 다른 욕망을 드러내는 <반의반의 반>, 생활 형편이 넉넉지 않아 동네 인터넷 카페에서 물건을 나눔 받던 중 대학 동기를 만나게 되지만 의도치 않는 거짓말로 균열이 생기는 <회생>, 진실이라고 믿었던 종교의 실체를 알게 된 두 친구 미리와 세주가 깊은 절망과 혼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사망 권세 이기셨네>, 화재 사고(씨랜드 수련원 참사를 모티브로 한)로 딸을 잃은 뒤 이민을 간 이모와 한때 이모네 집에 머물렀던 하나가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어디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내가 있어야 할 곳>까지 일곱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데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일곱 편의 이야기는 '나와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며, 현재 우리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결말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 상상하게 만들며, 묘한 긴장감과 불안감을 선사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인물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불안한 미래와 현실의 위태로움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실은 사람을 믿지 않았다. 스스로도 잘 알아채지 못하는 냉혹한 면모였지만 인간이 인간 옆에 붙어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피를 빨아먹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수경이라는 아이는 암만해도 빨아먹을 것 없는 자신의 주위를 맴돌면서 모정만을 바라는 듯했다. P.187

 

이십 년 동안 보관해 온 오천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할머니 영실, 할머니 딸 윤미와 손녀 현진은 애초에 그 돈이 존재하기는 했었던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노인성 치매를 의심할 정도로 인지능력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니, 오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잃어버렸다는 건 할머니 영실만의 착각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할머니는 그 돈은 남편의 사망보험금으로 가장 필요한 순간에 쓰려고 장판 밑과 침대 밑에 깔아 두었었다며, 원래 계획은 딸 윤미의 재혼 자금으로 주려고 했지만, 현재는 자신의 실버타운 입주금으로 쓸 계획으로 한곳에 모아두었다고 말합니다. 아무도 몰랐던 거금 오천만원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한편 오천만원의 존재를 알게 된 할머니 딸 윤미는 왠지 모를 서운함과 원망이 밀려듭니다. 이천오백만원이 필요하다는 딸 윤미의 부탁을 외면했기에, 영실은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성이란 것이 없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물론 그건 윤미 혼자만의 생각일 뿐, 영실의 마음은 전혀 달랐습니다만..., 손녀 현진에게도 오천만원이라는 돈은 자신의 삶에 무한한 가능성이 되어줄 수 있는 돈이었기에, 손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할머니가 되어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원망이 앞서기만 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오천만원의 행방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할머니의 기억을 토대로 돈의 행방을 쫓던 현진은 돈이 사라진 시기에 집을 방문한 사람은 할머니 딸이자 자신의 엄마인 윤미와 요양보호사 수경 둘 뿐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요양보호사? CCTV 영상에도 요양보호사의 수상한 행적이 포착되고 보니, 이제 의심이 아니라 요양보호사가 돈을 훔친 범인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자신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할머니 또한 요양보호사 수경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할머니 영실에게 요양보호사는 딸보다 더 딸 같았던 존재, 순도 높은 모성에 이르게 하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요양보호사 수경이 돈을 훔쳐갔더라도, 그 또한 엄마 같은 존재인 자신을 위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약속의 세대>는 가족, 친구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믿음과 불신을 그린 일곱 편의 이야기를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로 담아낸 소설집입니다.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야기들은 '나와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며, 현재 우리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결말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 상상하게 만들며, 묘한 긴장감과 불안감을 선사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인물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불안한 미래와 현실의 위태로움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꿈오리 한줄평 : 지켜지기 힘든 약속이 주는 긴장과 불안,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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