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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재와 평범한 필립 ㅣ 문학동네 청소년 77
오하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라고들 하지만, 때로는 지극히 평범한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 더 특별한 삶을 살아가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요? '평범한'필립에 절로 시선이 가는 것은 왜일까요? 그렇다면 순재는 '평범한' 필립과는 다른 '비범한' 인물인 것인지, 순재와 필립은 어떤 관계인지,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순재와 평범한 필립>은 평범한 대학생 필립에게 일어난 조금 특별한 사건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연주회에 갔다가 콘트라베이스 악기 케이스에 머리를 부딪친 필립, 그날 밤부터 자리에 누우면 머릿속에서 웅장한 관현악곡이 울려 퍼지고, 필립은 그 곡을 악보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작곡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필립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때 필립 앞에 마치 예정된 일인 것처럼 키완과 순재가 나타납니다. 밤마다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특별한 음악, 평범한 필립은 그 음악으로 특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순재와 평범한 필립'은 전작 <순재와 키완>과 세계관을 공유하는데요. 전작을 읽은 분들은 이들의 만남이 운명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시작은 감미로운 노래 같더니 곧 더 많은 악기들이 합세해 세찬 강물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 것처럼 우렁차서, 필립은 블루투스 스피커가 켜져 있다는 착각에 눈을 떴다. p.16
평범한 대학생 필립은 친구를 따라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갔다가 콘트라베이스 악기 케이스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이 사고는 필립을 순재와 키완 앞으로 데려갑니다. 필립이란 이름은 순재와 키완에게 조금 특별한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로봇 공학 박사였던 키완이 어린 시절에 죽은 친구, 순재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보낸 안드로이드의 이름이 홍필립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순재를 구한 건 필립이 아닌 어린 키완이었다지요. 그 일로 그들의 미래는 바뀌게 되고, 필립이라는 존재는 역사에서 지워졌습니다. 현재의 평범한 대학생 필립이 과거로 보낸 홍필립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만남은 마치 예정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콘트라베이스 악기 케이스에 머리를 부딪친 후, 매일 밤마다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서 웅장한 관현악곡이 울려 퍼졌고, 필립은 그 곡을 악보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고, 악보를 쓸 줄도 모르는 필립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필립 앞에 나타난 것이 작곡과 함 교수와 뇌공학 연구소 키완 박사가 머릿속 음악을 악보로 써 주는 실험에 참가할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문이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말이죠.
간단히 말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음을 컴퓨터로 옮겨주는 장치예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p.28
하지만 필립의 머릿속에서 울리던 수백 개의 음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기계는 고장이 나고 맙니다. 악기 소리도 구분할 줄 모르는 필립에게 기계는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괴상망측한 악보를 쪼개려면 악기 구분하는 법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때 함교수의 남편이자 피아니스트인 순재가 필립에게 피아노를 배울 것을 권하게 되고, 필립은 순재의 조카 아카샤와 함께 작곡 수업을 듣게 됩니다.
한편 과거로 돌아가 친구 순재를 구하고, 미래를 바꿔버린 키완 박사는 자신이 바라던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지 못했고, 그것은 질투심으로 나타나 피아니스트가 된 순재를 부러워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순재는 어떠할까요? 아홉 살에 죽을 운명이었던 순재는 키완 덕분에 생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나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을 안고 살게 되었고, 2위 입상을 안겨준 콩쿠르가 '저주 받은 콩쿠르'라는 오명을 얻게 되자, 자신이 운명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 닥친 불행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때 운명처럼 필립이 나타납니다.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존재였기에 세상에 어떤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은 순재가 남겨도 되는 유산처럼 말이죠.
몇 년이 지난 후, 필립은 드디어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던 관현악곡을 악보로 쓰게 됩니다. 그 곡은 필립의 바람대로 특별한 곡이 되어, 특별한 삶을 선물해 줄 황금열쇠가 되어 줄까요?
필립의 음악은 세상을 채우는 일부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 한 곡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수없이 많은 노래가 각자의 자리에서 다채롭게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필립은 기억하면서 계속 곡을 썼다. p.123
<순재와 평범한 필립>은 평범한 대학생 필립에게 일어난 조금 특별한 사건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연주회에 갔다가 콘트라베이스 악기 케이스에 머리를 부딪친 필립, 그날 밤부터 자리에 누우면 머릿속에서 웅장한 관현악곡이 울려 퍼지고, 필립은 그 곡을 악보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작곡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필립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때 필립 앞에 마치 예정된 일인 것처럼 키완과 순재가 나타납니다. 필립은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던 관현악곡을 악보로 쓰게 되면, 특별한 그 곡이 자신의 삶에 황금열쇠가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각과 현실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지요. '평범한' 필립을 '특별한' 필립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어쩌면 꾸준한 노력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이 특별해지는 것 또한 어쩌면 오케스트라 악기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우리의 삶이 특별해지는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그 자체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