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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끝동의 비밀 - 약초꾼 소년, 폐위된 왕후를 만나다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5
지혜진 지음 / 다른 / 2025년 2월
평점 :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된 수양 대군, 수양 대군은 김종서, 황보인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동생 안평 대군도 죽인 다음 어린 조카 단종을 영월로 귀양 보낸 후 사약을 내려 죽이고 왕이 되었으며, 단종을 복위시키려던 사육신 등을 처형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계유정난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기록된 사실로서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갔던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약초를 캐는 소년 단오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15세에 왕비가 되었지만 18세에 단종과 이별한 후, 평생을 혼자 살았다는 정순왕후 송씨, 단종복위운동이 일어나고 사육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제거되면서, 단종은 노산군으로 신분이 낮아져 영월로 유배되었습니다. 정순황후 또한 군부인으로 신분이 낮아져 동대문 밖에서 살았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단종을 그리워하며 한 많은 세월을 보냈다고 합니다.
<자줏빛 끝동의 비밀>은 부제 그대로 약초꾼 소년 단오와 폐위된 왕후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로, 군부인으로 신분이 낮아진 정순왕후 송 씨 그리고 세조의 편에 서서 자금을 댔던 상단 주인 청파 그리고 소년 단오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지금 당장 옳은 일과 꼭 필요한 일 중 딱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무슨 죄냐고? 말도 못 하는 갓난쟁이가 불이 들끓는 방에 떨어졌는데 줍지도 않고 보고만 있던 사람이 자네 처 아니었나? 자네는 불을 싸지르고 똥개처럼 뒷간에 숨어 있느라 그걸 몰랐는가? 아니면 둘이 알고도 서로 쉬쉬해 주고 있는 건가? p.15
얼굴과 몸에 생긴 화상 흉터로 늘 저고리가 피고름에 젖어 있는 아이, 그래서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을 물론 돌림병에 걸린 환자 취급을 받는 아이, 바로 단오입니다.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오랜 동무인 영초의 오빠 영목에게 맞는 일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그건 단오의 모습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한량인데다 노름꾼인 단오의 아버지, 영초 아버지인 막수 아저씨의 도움으로 돈을 벌면서도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막수 아저씨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는 아버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단오는 자신의 화상 흉터가 그 누구도 아닌 부모님 때문이라는 것을, 단오의 생명을 구해준 이가 막수 아저씨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몸에 남은 흉터만큼이나 선명한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노름빚을 갚지 못해 끌려갈 때에 꼭 단오를 데려갑니다. 사람들의 동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으니까요. 상단 주인 청파를 만난 것도 그런 연유 때문입니다. 청파는 단오에게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제안하고, 단오가 약초를 캐서 파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청파에게는 단오가 모르는 꿍꿍이가 있었습니다. 단오를 이용해 군부인을 곤경에 빠뜨린 후 반대파를 없애버리려는 속셈이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영초의 아버지이자 단오를 구해준 막수 아저씨였습니다.
아버지는 막수 아저씨가 분수에도 맞지 않는 나랏일을 한다며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곤 했다. 노산군의 복위를 시도했다는 죄로 군부인의 가문은 풍비박산이 났다. 복위가 진정으로 노산군께서 원하신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대가로 노산군 역시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p.35
영초를 따라 약초를 캐러 다니던 단오는 군부인으로 신분이 낮아진 정순왕후 송 씨를 만나게 됩니다. 살면서 신분이 높은 사람을 처음 만난 단오는 바짝 긴장하였지만, 신분이나 용모에 상관하지 않고 사람들을 아껴주는 군부인은 단오를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군부인을 만난 단오는 자신처럼 가난한 집 안에서 일어난 비극도 버거운데, 어린 왕이 감당해야 했을 비극은 얼마나 벅차고 무거웠을 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들이 오히려 더 큰 희생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단종복위운동으로 사육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고,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에 유배된 후, 결국 죽음을 맞게 되었으니까요.

홍화 씨앗을 심으면 홍화가 되고, 지초 씨앗을 심으면 지초가 된다.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비가 와도 씨앗은 자기 운명을 따라 자랐다. 그 작은 씨앗도 그럴진대, 나 역시 어떤 이유가 있어 이 땅에 발을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그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한 진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p.81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는 조건으로 청파 상단 하에서 약초를 팔게 된 단오, 영초와 군부인을 생각하면 청파 상단에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지만, 가족을 위해서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단오는 청파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썩어 버린 씨앗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청파의 꿍꿍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자, 여기 옳은 일이 있고, 꼭 필요한 일이 있다. 딱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너는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 p.92
군부인 송 씨가 염색한 천을 가져오면 아버지의 빚을 모두 탕감해 주겠다는 청파, 단오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무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갈등하는 단오에게 청파는 자신이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가장 옳은 것이라 말합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빚을 갚고 가족을 구하는 일, 하지만 그걸 선택한다면 용모와 처지에 상관없이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군부인이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가족과 양심,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선 단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역사는 기록된 사실로서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갔던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약초를 캐는 소년 단오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자줏빛 끝동의 비밀>은 부제 그대로 약초꾼 소년 단오와 폐위된 왕후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로, 군부인으로 신분이 낮아진 정순왕후 송 씨 그리고 세조의 편에 서서 자금을 댔던 상단 주인 청파 그리고 소년 단오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지금 당장 옳은 일과 꼭 필요한 일 중 딱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꿈오리 한줄평 : 옳은 일과 필요한 일,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 것인지를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