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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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자주 접하는 뉴스 중 하나는 바로 저출산과 고령화입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고령화를 가속시키며, 이렇게 진행되면 50년 후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국민연금 재정에도 영향을 끼쳐 기금 소진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 예측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70세 사망법안, 가결>50대 가정주부 다카라다 도요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이웃나라 이야기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 성장률 저하와 국민연금 재정 고갈 등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키야 미우는 결혼난, 저출산, 고령화, 주택대출 등 현대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글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하는데요.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이제 이혼합니다>,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파묘 대소동> 등등 그의 대표작들의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유추할 수 있을 듯합니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사람은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황족뿐이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의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하여, 대상자가 그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할 예정이다. (중략) 1차 시행 연도의 사망 예정자는 이미 70세가 넘은 자를 포함해서 약 2,200만 명, 2차 시행 연도부터는 해마다 150만 명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p.8

 

70세가 되면 황족을 제외하고 누구라도 30일 이내에 죽어야 한다는 사망법안,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연금제도가 붕괴되고, 국민의료보험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며, 장기요양보험은 재원이 충당되고 있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여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인권 침해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사망법안은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었으며,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망법안은 13년 동안 시어머니 병수발을 들고 있는 55세 가정주부 다카라다 도요코 가족의 일상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다카라다 도요코는 정신은 멀쩡하지만 움직임이 불편한 시어머니의 배변 기저귀를 가는 것뿐 아니라 밤낮없이 호출하는 통에 수면 부족은 물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단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일상에 관심조차 없습니다. 사망법안이 가결되자, 남은 자신의 삶을 즐기겠다며 조기 은퇴하고 세계여행을 떠났습니다. 할머니 병수발을 도와달라는 엄마의 말에 독립하여 따로 살고 있는 딸은 아이러니하게도 공공 노인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아들은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며 직장을 그만둔 상태로 3년 째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습니다. 두 명의 시누이는 유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자신의 엄마를 돌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다카라다 도요코의 고단한 삶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이는 없습니다. 다카라다 도요코에게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온 사망법안, 이제 2년만 잘 견디면 되는 걸까요?

 

겨우 15.......

아아, 자유롭고 싶다.

내일부터라도. 아니, 지금 당장.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지?

이 집을 뛰쳐나가는 길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출?

그러니까 그 말은....... 이혼?

하지만 혼자서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지? p.63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수고로움, 사망법안 가결 후 더 깐깐해진 시어머니, 남은 생을 즐기겠다며 세계여행을 떠난 남편,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꼬투리만 잡는 시누이들..., 다카라다 도요코는 가출을 결심합니다. 가족들 중 누구라도 도요코의 입장을 헤아려 봤더라면, 고령화 문제가 자신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봤을 것입니다. 방관하던 가족들에게 도요코의 가출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저출산과 맞물린 고령화 사회의 현실적 문제를 실감하게 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만들며,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게 만듭니다. 도요코네 가족들도 병수발과 살림이 자신들의 몫이 되자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그러는 과정을 통해 도요코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고,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에 대해 절로 공감하게 됩니다.

 

고도성장을 이끌어낸 세대라는 것을 앞세우며, 70 살이 되면 죽으라는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노인들, 월급에서 꼬박꼬박 연금보험을 떼고 있지만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에 화가 난다는 젊은 사람들, 그들 모두를 만족시켜줄 방법이 있기는 한 것일까요? 개인들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도 파탄에 이른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경기 대책밖에 없다는데, 경제대국으로 다시 살아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야기는 도시락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도요코가 주부 경험을 살려 판매 전문가로 나아가는 모습과 더불어 가족들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2년 후에 시행될 예정인 70세 사망법안은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랍니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저출산과 맞물린 고령화로 인한 경제 성장률 저하, 연금 기금 고갈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은 물론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자식들, 유산 상속을 둘러싼 다툼, 전업주부의 가사 노동에 대한 가족들의 인식, 노인 돌봄 문제, 경력단절로 취업이 쉽지 않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 등등 현대사회의 문제를 보여주며,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이웃나라 이야기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로 살아가는 중년 여성 도요코의 삶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대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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