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임지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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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교실에서 무언가를 만들며 햇살보다 눈부시게 웃고 있는 두 친구, 여름 바다에서 파도를 즐기며 푸른 바다보다 더 눈부시게 웃고 있는 두 친구, 그리고 요리비법 책에서 나오는 듯한 우동 한 그릇, 표지 그림만 봐도 따스한 감동이 함께 하는 이야기일 것이라 유추하게 됩니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전작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수요일의 편지>처럼요.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는 소꿉친구이자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는 두 친구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둘만의 여행을 떠나게 되지만, 그 후 인연이 끊어지게 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잊고 지내다가, 37년의 세월을 거슬러 마법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되는 '버터 간장 맛 볶음우동', 추억 속 음식 한 그릇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일, 신야 엄마 미나미, 신야, 유카 그리고 신야의 아내 유리코와 유카의 딸 모에카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잊지 못할 따스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비가 안 와야 할 텐데.

풀을 괄게 먹인 새하얀 시트 위에 누운 나는 베개를 벤 채 머리를 돌려 창밖으로 펼쳐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p.6

 

이야기는 이 책의 주인공인 신야 엄마가 병원에 있다는 것,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외동아들 신야가 병문안을 올 것이라는 것을 말하며 시작합니다. 암 투병 중인 신야의 엄마는 세 식구가 함께 '다쓰우라'라는 바다로 여름휴가를, 그리고 그곳에서 아들 신야가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몰두하던 일들을 떠올리며, 어쩌면 다시는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립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웃으면서 유카를 보자 유카는 살짝 부끄러운 듯 어깨를 움츠리고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가부........" p.35

 

중학교 3학년인 신야와 유카는 지역 신문사가 주최하는 '학급 신문 콩쿠르'에 반을 대표하는 편집 책임자로 추천됩니다. 두 사람 모두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말이죠. 유카는 두 사람만의 동아리를 만들자고 제안하며, 동아리 이름은 '한가한 시간 때우기 부', 줄여서 '한가부' 로 부르기로 합니다.

 

'어린이 밥'이란 쉽게 말해 밥을 충분히 먹을 수 없는 빈곤가정 아이들에게 무료로 한 끼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아빠는 이 일을 삼 년 전부터 시작했다. p.52

 

식당을 운영하는 신야의 아빠는 빈곤가정 아이들에게 무료로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신야의 소꿉친구인 유카와 유카의 의붓동생 코타, 그리고 같은 학년이지만 문제아 취급을 받는 이시무라도 '어린이 밥'을 먹으러 옵니다. 신야는 그 일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지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때문에 이시무라와는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는 사건이 생기기도 합니다.

 

의붓아버지는 외출 중이었고 엄마는 늦은 밤까지 일하고 있다. 남겨진 우리 세 사람끼리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다....., 어쩌면 이게 우리 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입꼬리를 더욱 올려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었다. p.65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술을 마시고 가족들에게 폭행을 일삼는 의붓아버지, 그 일을 늘 미안해하던 의붓동생 코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유카, 신야와 함께 '한가부'를 하게 되면서 조금씩 웃게 되는 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방학이 시작되었음에도 신문 편집 일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급작스레 이사가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로 유카는 또다시 의붓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게 되는데, 때마침 유카 집 근처를 지나고 있던 신야와 이시무라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시무라는 유카의 의붓아버지에게 달려들며, 신야에게 유카를 데리고 도망가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신야는 멀리 도망치고 싶다는 유카와 함께 기차를 타고 다쓰우라로 향합니다.

 


주위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만끽하는 '평범하게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나는 지금에서야 겨우 살고 있다. (중략) 최근 몇 년간 느껴본 적 없을 정도로 즐겁고, 불안도 공포도 없는, 나로서는 '특별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멀리까지 가자고 졸라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p.316~323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유카네가 급작스레 이사를 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싫었던 유카가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카의 의붓아버지에게 달려들던 이시무라도 다시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신야와 유카가 다시 만나게 된 것은 37년 전 그때처럼 뜻밖의 사고 덕분(?)이었는데요. 절대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 하지만 두 사람에겐 치유의 시간을 만들어준 사건, 어쩌면 그건 두 사람을 만나게 하려는 운명적 사고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는 소꿉친구이자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는 두 친구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둘만의 여행을 떠나게 되지만, 그 후 인연이 끊어지게 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잊고 지내다가, 37년의 세월을 거슬러 마법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되는 '버터 간장 맛 볶음우동', 추억 속 음식 한 그릇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일, 신야 엄마 미나미, 신야, 유카 그리고 신야의 아내 유리코와 유카의 딸 모에카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잊지 못할 따스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따스한 음식 한 그릇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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