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로가 꽃 - 강병인 글씨로 보는 나태주 대표 시선집 ㅣ 강병인 쓰다 3
나태주.강병인 지음 / 파람북 / 2024년 8월
평점 :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은 누구일까요?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도 있지만, 그 중 한 분은 나태주 시인이 아닐까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 다를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간결한 시어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쓴다는 것일 듯합니다. 꿈오리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 <풀꽃>을 통해 나태주 시인을 알게 되었는데요. 존재감 없는 존재, 그 누구에게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끝모를 심연으로 가라앉던 마음을 따스한 햇살 아래로 끌어올려 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 한 편이 주는 치유의 힘이라고 할까요?
시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
시어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
활자로는 전달되거나 표상되지 않는 이야기들
획 하나하나에 스며들고 입체적으로 일어나
또 다른 시어가 되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글씨를 썼습니다.
'서로가 꽃' 중~
강병인 글씨로 보는 나태주 대표 시선집 <서로가 꽃>은 '강병인 쓰다'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41편의 시와 산문 1편이 실려 있습니다. '참이슬', '미생' 등의 대중적인 캘리크래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작가 강병인, 그의 붓 끝에서 다시 피어난 아름다운 시는 독자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위로와 응원을, 치유와 휴식을 전해줍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서로가 꽃' 중~
많은 사람들이 <풀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지막 행 "너도 그렇다"가 주는 울림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존재감이 없어서 그 자리에 없어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너도 "자세히 보면 정말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면 알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를요. 누군가 '나'를 그런 존재로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가까이 가서 오래도록 바라봐 주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서로가 꽃' 중~
저렇게 많은 집들 중에 어째서 내 집은 없는 걸까?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집값을 보면 영원히 내 소유의 집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요? 어떤 분이 "내가 살고 있으면 내 집이지!"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집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거주의 개념으로 본 것이지요. 내 소유의 집이 아닐지라도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우리는 때로 잊고는 합니다. 소박한 집으로 돌아가서 소박한 밥상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소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때로 잊고는 합니다. 행복은 이렇게 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때로 잊고는 합니다.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서로가 꽃' 중~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면 가을이 코앞에 와 있음이 느껴집니다. 때론 낭만적이고 때론 쓸쓸한 계절 가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누군가의 마음처럼 느껴지는 시 <사는 법>은 가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시가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는 잊혀지겠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리움으로 채워야 할까요.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을 음악을 듣고", 그럼에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 그러니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을 듯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지고,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 그것이 인생이겠지요?
강병인 글씨로 보는 나태주 대표 시선집 <서로가 꽃>은 '강병인 쓰다'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41편의 시와 산문 1편이 실려 있습니다. '참이슬', '미생' 등의 대중적인 캘리크래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작가 강병인, 그의 붓 끝에서 다시 피어난 아름다운 시는 독자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위로와 응원을, 치유와 휴식을 전해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나태주 산문 <시가 사람을 살린다>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실로 한 편의 시가 인간을 살린다. 시를 읽는 독자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는 시인도 살린다. 부디 당신이 어렵사리 찾아서 읽는 시가 당신을 살리고 당신의 이웃을 더불어 살릴 수 있는 묘약이 되기를 바란다
'서로가 꽃'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