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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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가 타인에 의해 갑작스레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고통과 슬픔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총기난사로 아내를 잃은 루카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앞에서 죽어가는 아내를 보며, 루카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미국처럼 총기난사는 없을지라도 그와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사건이 우리나라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이 겪을 고통과 슬픔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은 총기난사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가 스스로를, 더불어 같은 곳에서 가족을 잃은 이웃들과 함께 슬픔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치유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트라우마에 빠진 남자 루카스와 마을 사람들이 슬픔을 애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데요. 끔찍한 참사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게 되는지, 그리하여 트라우마의 장막이 걷히고 모두가 환한 빛 속에서 함께 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엄청난 몰임감과 더불어 뭉클한 감동을 전합니다.

 

이 책이 조금 더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모든 이야기가 답이 없는 편지글로 이루어진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루카스가 자신을 상담해주던 융 정신분석가 칼에게 보낸 열여덟 통의 편지는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하는데요. 왜 칼은 루카스에게 한 번도 답장을 하지 않았는지, 루카스는 그 끔찍한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아내의 절친이었던 질과 어떤 관계로 발전할지, 가해자의 동생인 앨리와는 어떤 관계로 변화될지, 앨리는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성장해갈지 등등의 궁금증은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당신과 같이 두 시간씩 보내면서 나는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고, 당신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당신의 영혼이 내 영혼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었죠. 마치 숨을 쉬는 것이 우리의 폐와 코가 하는 일인 것처럼, 모든 영혼의 목적은 사랑하는 것이니까요. p.19~20

 

머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루카스는 자신을 상담하던 융 정신분석가 칼에게 편지를 씁니다. 칼 또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내를 잃었기에 답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말도 전하는데요. 열여덟 번째 편지를 쓸 때까지 칼의 답장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은 루카스가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암시합니다.

 

내가 앨리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서 자신의 문제를 혼자 감당하게 내버려둔 거죠. 고작 10대일뿐인 앨리에게는 그 긴긴밤에 옆에서 위로해줄 천사 아내가 없었어요. 대신 앨리는 머제스틱 극장의 비극으로 형을 잃었고요. 그 일이 있어났을 때 앨리는 극장에 없었지만 우리보다 더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도 볼 수 있죠. 마을 사람들 모두 그의 형이 괴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비극에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은 신처럼 받들어지고 남겨진 생존자들은 성인 취급을 받으니까요. p.46

 

어느 날, 루카스 집에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 제이콥의 동생인 앨리가 찾아옵니다. 루카스 집 뒷마당에 텐트를 치고 살기 시작한 앨리, 두 사람의 치유 동맹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앨리는 비극이 일어나기 전 머제스틱 고등학교에서 루카스에게 상담을 받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앨리도 루카스처럼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 힘들어하는 아이였으며, 그 비극적인 사건으로 형을 잃은 아이였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앨리는 그저 괴물같은 가해자의 동생일 뿐이었습니다. 루카스는 칼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앨리와 같은 학생들을 그냥 내버려두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루카스는 앨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고 , 그래서 졸업 프로젝트로 장편 영화를 찍고 싶다는 앨리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것이 어떤 기적을 불러올지를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앨리를 위해 응원하고 우리 마을의 상처도 아물기 시작했을 때, 나는 더 외로워졌어요. 정말 내가 사라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더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져 거울을 피하기 시작했어요. p.145

 

사람들이 영화를 만드는데 집중하게 되면서 그들에게 일어난 비극을 잠시라도 잊게 되고 강력한 유대감이 발산되기 시작되면서 웃음을 되찾게 되고, 앨리를 응원하고 마을의 상처도 아물기 시작했지만, 루카스는 자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이 자신의 마음을 삼켜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상영회를 하는 날, 루카스는 극장에서 쓰러지고 맙니다. 루카스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머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으로부터 그리고 모든 장례식이 끝난 후에 보게 된 충격적인 광경으로부터...,

 

영화가 끝날 무렵 괴물과 내 캐릭터가 시장으로 분한 질이 주는 메달을 받는 장면이 나왔을 때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서 위에 있는 천사들을 보려고 했지만, 그들은 영사기와 화면에서 나오는 거대한 빛에 가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저 빛 속에 우리가 있어.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와 머제스틱 마을 사람들이. 우리. 우리가 빛이에요. p.338

 

이야기는 대학생이 된 앨리가 졸업 과제로 단편 영화를 찍고, 그 작품의 주인공인 루카스가 영화를 보고난 후, 슬픔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암시하며 끝이 납니다. 마을 사람들에겐 비극적인 현장의 영웅이었던 루카스, 하지만 그날의 일은 앨리에게 커다란 슬픔과 고통을 주게 되었다는 것을, 자신을 상담해주던 융 정신분석가 칼이 왜 열일곱 통이나 되는 편지를 받고도 답장을 할 수 없었는지를...,

 

38개월이 지난 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앨리의 졸업식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칼에게 보내는 마지막 열여덟 번째 편지를 쓰며, 두 개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졌음을 이야기합니다. 너무나 큰 고통에 그날의 기억이 모두 사라져버린 듯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아 모든 빛을 집어삼키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은 총기난사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가 스스로를, 더불어 같은 곳에서 가족을 잃은 이웃들과 함께 슬픔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치유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트라우마에 빠진 남자 루카스와 마을 사람들이 슬픔을 애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데요. 끔찍한 참사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게 되는지, 그리하여 트라우마의 장막이 걷히고 모두가 환한 빛 속에서 함께 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엄청난 몰임감과 더불어 뭉클한 감동을 전합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총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 난사하는 것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도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을 잠식한 고통에 잠긴 채 때로는 죽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며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이 소설은 그런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쓰다듬어 줄 것이다. 그리고 자꾸만 잃어가는 인류애를 충전해줄 것이다. 세상을 사랑으로 대하면 그 사랑이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옮긴이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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