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조여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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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완벽한(?) 독립을 하면 서울을 떠나리라, 그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소소하지만 여유로운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살리라. 한 때는 영리 목적과는 거리가 먼 작은 책방을 열리라는 꿈도 꾸었습니다. 그 꿈은 현재가 아닌 늘 미래였지요. 사실 그 시기가 온다고 해도, 마음 먹은 대로 실행에 옮기게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의 조여름 작가의 결단과 용기가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2~30대의 ''로 돌아간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정해진 레일 말고도 수많은 길이 있었다. 봄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아름다운 길도,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도, 쉼 없이 흐르는 냇물 가운데 놓인 징검다리도 모두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이었다. P.7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는 부제 그대로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조여름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서울, 상주, 의성을 거쳐 제주에서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막연하게나마 대도시를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끌해도 힘든 내 소유의 집, 출퇴근길의 혼잡한 대중교통, 높은 물가, 계절을 가리지 않는 답답한 공기..., 그럼에도 대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가는 사람들, 그 중 하나인 꿈오리에게도 용기와 희망의 빛을 비춰주는 듯합니다.

 


이 책은 사원증을 반납하고 서울을 떠나 고향 상주에서 보낸 느림과 쉼의 이야기를 담은 1'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의성 군청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업하여 소도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야기를 담은 2'빌딩 숲에서 진짜 숲으로 떠난 직장인' 그리고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제주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3'우리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긴 글로 표현한 이야기를 한 편의 일러스트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그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대단한 볼거리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도 아닌 그저 시골의 소소한 생활을 보여주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였다. (중략) '영화니까 저렇지, 현실은 그렇지 않아'라며 신포도 바라보듯 위로할 수도 없었다. 결국 잘 아는 행복을 되찾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준비를 하고야 말았다. p.17~19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일까? 지친 몸을 이끌고 출퇴근을 반복하던 그녀의 삶을 바꿔놓은 영화 한 편, 어느 날 우연히 TV<리틀 포레스트>를 본 그녀는 정규직 자리를 포기하고 고향 상주로 내려갑니다. 남들의 시선과 사회의 요구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욕망으로 선택한 최초의 길, 하지만 그 선택이 마냥 좋았을 리는 없었겠지요. 그때의 기분은 "줄 없이 번지점프를 하듯 아래가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나가떨어지는 느낌과 같았다."고 합니다. 다음 코스가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닌 이상, 누구나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합니다.

 


언니들과 함께 시작한 곶감 농사는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습니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을지라도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했습니다. 농사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고단함이 동반된 노동의 경험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변했습니다.

 

인생이란 게 계획할 땐 정해진 항로로 쭉 갈 것 같지만,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이 고장 나 헤매던 길이 어쩌다 보니 지름길인 것처럼. p.77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임기제 공무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의성 군청 공무원으로 취업하여 소도시에서의 직장생활을 시작합니다.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렴한 월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연 속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이 주는 행복은 비교할 수가 없었겠지요?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통, 의료서비스, 문화적 혜택 등등 대도시와 비교하여 불편한 점들을 간과할 순 없습니다.

 


해묵은 감정들이 미처 바다를 건너오지 못했던 걸까. 처음 느껴보는 해방감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오랜 껍질을 탈피한 개처럼, 말랑말랑한 새 갑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햇볕에 빳빳하게 마른 빨래를 개듯, 육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p.151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그녀를 제주도로 향하게 합니다. 직장 옥상에 올라서면 보이는 바다, 제주에서의 생활은 "그동안 막연하게 꿈꾸었으나 결코 닿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것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살이를 끝내고 고향 상주로 향할 때만 해도 "줄 없이 번지점프를 하듯 아래가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나가떨어지는 느낌과 같았다."지만, 의성을 거쳐 제주에 살아가는 동안 그 도시만 매력을 알아가며 새로운 기억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녀가 제주를 떠나 또 다른 도시에서 살게 될지라도, 자신 있게 새로운 곳을 향한 발걸음을 디딜 듯합니다.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는 부제 그대로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조여름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서울, 상주, 의성을 거쳐 제주에서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막연하게나마 대도시를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영끌해도 사기 힘든 내 소유의 집, 출퇴근길의 혼잡한 대중교통, 높은 물가, 계절을 가리지 않는 답답한 공기..., 그럼에도 대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빛을 비춰주는 듯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떠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때론 새로운 길을 떠나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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