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사생활 네오픽션 ON시리즈 23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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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문의 휘장? 얼굴을 머랭으로 표현한 인물은 누구? 머랭의 의미는? 표지 그림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제국의 사생활>, 이 책은 기업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삼남매의 치졸한 암투에 대한 이야기이자 족벌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의 추악한 민낯과 욕망, 그로 인해 그들이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집단이 가진 가치가 여전히 몇몇 결정권자에 의해 좌우되는, 마치 농락과 같은 현실을 역설적으로 풍자한 한 폭의 크로키 같은 소설입니다. 소설의 제목에서 '제국'은 창업주들이 기업을 국민과 사회의 공공 자산으로 생각하지 않고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본다는 점을 상징하고, '사생활'은 권력을 사유화한 이들의 형태가 최소한의 공공성을 잃어버린 채 사적 이익을 위해 남발하는 점을 꼬집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말' ~

 

작가의 말을 통해 <제국의 사생활>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데요.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야기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임을 부정할 순 없을 듯합니다. 이야기는 삼호그룹 회장 장대혁이 테이블 위로 비둘기색 구두 한 켤레를 던지며 시작합니다. 탈의한 채로 횡설수설하는 팔십대의 노인, 그는 여자 구두 하나 만들어 회사를 국내 20위권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대혁 회장입니다. 치매 판정을 받게 된 회장, 그때부터 기업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삼남매의 치졸한 암투가 시작됩니다.

 

장대혁 회장에게는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는 다른 세 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부친의 결핍을 채워주는 수단이 된 첫째 아들 장명진, 그는 미국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학교수가 됩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둘째 장명은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을 것만 같은 기업의 실세로 기획전략본부실을 이끌고 있으며,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호그룹의 이단아로 무엇이든 제멋대로인 셋째 장명우는 삼호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문의 연예면과 사회면을 장식하곤 합니다.

 

가장 먼저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욕망을 드러낸 사람은 셋째 장명우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네 번째 아내이자 현 삼남매의 엄마인 오성은을 찾아갑니다. 그가 오성은을 찾아간 이유는 그녀가 가진 지분 일부의 권한 이양에 동의하는 각서에 서명을 받기 위함인데요. 지분 이양에 대한 조건을 내건 오성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통하는 사업, 그게 바로 족벌 기업이고, 1인 체제이고, 주술과 운과 인맥에 기반을 둔 사업이었다. p.46

 

첫째 장명진과 둘째 장명은은 아버지 장대혁이 지금까지 족벌 기업, 1인 체제로 사업을 끌고 온 것에 대해 씁쓸해 하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둘이 서로 협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야기는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기업 경영권 쟁탈전에는 삼남매 외에 또 다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아버지 장대혁과 오랜 기간 동고동락의 삶을 꾸려온 인물로 삼호그룹 주력 브랜드 계열사인 삼호제화의 핵심 구성원인 박현철 그리고 장명은의 전남편으로 경제 전문가이자 금융감독원 대외홍보팀 국장인 김예훈입니다.

 

장명우가 두각을 드러내자 장명은은 장명진 그리고 전남편 김예훈에게까지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삼호그룹 기업 경영권 싸움, 장대혁의 대를 잇는 후계자는 누가 될까요? 이야기는 반전을 선사하며 끝이 나지만, 그 또한 또 다른 욕망의 결정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치매 판정을 받고 제왕의 자리에서 물러난 회장 장대혁, 왕좌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감춰온 욕망을 드러내는 삼남매, 긴급 이사회가 열리고 삼호그룹 후계자가 결정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제국의 사생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씁쓸하기만 합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작가의 말'로 대신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집단이 가진 가치가 여전히 몇몇 결정권자에 의해 좌우되는, 마치 농락과 같은 현실을 역설적으로 풍자한 한 폭의 크로키 같은 소설입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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