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의 아류 네오픽션 ON시리즈 22
최윤석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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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불어 닥친 재난 앞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를 그대로 담아낸 감동 판타지소설, 만약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더 오래도록 남은 작품, 바로 최윤석 작가의 <달의 아이>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단편소설집 <셜록의 아류>는 어떨까요? 8편의 단편은 판타지, 미스터리, SF, 호러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때로는 현실 어딘가에서 있을 법한 일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믿는 남자, 마지막 반전이 압권인 현식 이야기 <셜록의 아류>, 각자 선호하는 눈코입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패치형 얼굴로 성형을 하는 미래 시대를 다녀온 피카소가 끔찍한 미래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탄생한 것이 '큐비즘'이라는 <얼굴>, 42년 동안 복역한 교도소를 출소했지만 자신의 예술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다시 교도소에 들어간 조씨 이야기 <고물 영감 이야기>, 상품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는 것처럼 데이트 상대를 평가하고 별점과 평점을 매기는 데이팅 앱으로 남자를 만난 찬실 이야기 <루돌프에서 만나요!>, 사람처럼 말을 하는 커피 체리 커두씽의 등장, 하지만 말을 할 수 있는 커피 체리가 늘어나면서 인간들과 대립하게 되고, 그로 인해 최후의 결단을 내리게 되는 농부 디에고 이야기 <커스트랄로피테쿠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사기꾼 동업자 은영과 내균, 유튜브를 개설한 후 구독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후원금을 받아 생활하던 그들이 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게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비극적 이야기 <불로소득>, 신에게 기도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이유로 신을 믿지 않고 종교를 거부하는 믿음의 흑사병 시대, 최첨단 기술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벌을 주고 선행을 베푼 사람들에게 선물은 주는 기계 산타클로스가 등장하지만, 산타클로스마저 신격화하는 인간들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 <산타클로스>, 할머니 재산을 모두 물려받게 된 고모 하비삼, 외딴 저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왈츠를 추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모습의 고모 하비삼을 만난 하빈 이야기 <하비삼의 왈츠>, 8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불로소득>입니다.

 

찬실은 오늘도 복이 없다. 그동안 루돌프 앱을 통해서 수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괜찮은 사람 하나 만날 수 없었다. (중략) 준영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찬실은 그가 선물로 준 조 말론 향수를 팔기로 했다. p.137

 

<루돌프에서 만나요!>의 연작처럼 보이는 <불로소득>, 이야기는 <루돌프에서 만나요!>의 주인공인 찬실이 루돌프 앱을 통해 만난 남자 '차준영'이 준 조 말론 향수를 팔기로 하면서 시작됩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오늘도 복이 없는 찬실은 중고거래 앱으로 향수를 팔려고 했으나, 은영의 연기에 속아 무료 나눔을 하게 됩니다.

 

무료로 나눔 받은 물건을 팔아 생활하는 은영은 중고거래 앱으로 사기를 치려던 남자 내균을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의 강점을 살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구독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한 사람은 장님인 척, 한 사람은 다리를 다친 척하며,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장애인 부부의 삶"을 연기한 영상으로 구독자들의 후원금을 받게 됩니다. 그들의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또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여 여론을 그들 편으로 돌리게 되고, 거액의 후원까지 받게 되는데요. 이때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등장했으니, 바로 조 말론 향수를 무료 나눔 했던 찬실이었습니다.

은영과 내균에 대한 신상 캐기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콘테츠가 가짜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려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그 일로 두 사람은 온종일 최고급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하면 되는, 손끝 하나 안 움직여도 되는 불로소득 끝판왕의 삶"을 살게 됩니다. "일도 안 하고 땀도 안 흘리고 돈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삶"을 살게 된 것이지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판타지, 미스터리, SF, 호러 장르를 넘나들며,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일들처럼,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셜록의 아류>, 욕망하지 않는 인간들이 있을까 싶지만,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욕망이 욕망을 부르는 삶, 그 삶의 끝은 어디일까요?

 

 

꿈오리 한줄평 :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그 끝이 비극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욕망의 끈을 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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