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3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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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얼굴은 쌍꺼풀이 없는 두툼한 눈, 튀어나온 광대뼈, 납작한 코를 갖게 되었지요. 이것은 살을 에는 혹한 속에 한 발 한 발 내디뎌 한반도에 이른 우리 선조들이 남겨준 얼굴입니다. 한국인의 얼굴 속에 모험 인자가 서려 있는 이유입니다. p.5

 

방대한 유고를 남기고 2022226일 별세하신 이어령 선생님, 하지만 <너 어디에서 왔니> <너 누구니> <너 어떻게 살래> <너 어디로 가니>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와 <별의 지도> <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2주기를 즈음하여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세 번째 작품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1'위대한 한국인 얼굴의 대장정', 2'인간의 얼굴은 문화의 얼굴', 3'미소로 본 한국인의 얼굴', 4'한국 미인의 얼굴', 5'아름다워지려는 욕망과 모험 유전자', 6'흐르는 눈물, 빛나는 눈빛'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프리카 초원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인류의 대장정 그리고 "내 얼굴, 우리의 얼굴 속에 스며든 한국인의 얼굴, 인류 문명의 얼굴을 찾고자 하셨던"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인의 얼굴에는 바이칼호의 추위가 서려 있어요. 오염되지 않은,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은 바이칼 호수! 그 신비한 호수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면 우리 선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겁니다. p.43

 

식습관과 생활문화, 성형 등으로 점점 서구적인 체형으로 변해가는 사람들, 키에서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키에 비해 머리가 작아지고 있어 미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작은 눈으로 세계 1, 털이 없기로 1, 두상이 큰 것으로 1, 치아가 큰 것으로 1"을 하던 한국인의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며 이 땅에 도달한 바이칼호 나그네들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뛴다"고 하셨던 이어령 선생님, "바이칼호에 비친 한국인의 얼굴이야 말로 자랑스러운 훈장이고 인류 역경의 서사"라는 말이 유독 마음 깊이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보화 시대에는 이러한 낯빛의 문화가 사라졌어요. 감정의 전달에 아이콘이 차지해 나를 대신해주고 있지만, 아이콘으로는 낯빛이나 안색을 전달한 방법이 없어요.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아이콘이라는 가면을 쓰고 현대인은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p.164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메일, 트위터, 카카오톡 등 많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그런 도구들은 사실을 전달하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감정을 담기는 어렵기에 이모티콘을 함께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모티콘이 우리의 얼굴을 대신하게 된 것이지요. 옛날 사람들이 가면을 쓴 것처럼 이모티콘이라는 가면을 언제든 쓰고 벗을 수 있게 된 것인데요. 그러니 "표정 이면에 숨겨진 안색을 보던" 낯빛 문화가 사라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 듯하여 씁쓸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모티콘으로는 낯빛이나 안색을 전달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내 얼굴을 찾는 순간은, 내 얼굴을 만지는 순간이 아니라 타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쳐 그 안에서 삶의 어떤 순간들, 행복한 순간이었든 슬픈 순간이었든, 생명의 어떤 순간들을 맛보았을 때, 비로소 내 얼굴은 완성되는 것입니다. p.216

 

"경쟁하며 살아남기 위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투쟁이었던 삶" 속에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감춰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얼굴을 찾는 순간은 바로 "타인의 눈과 마주하며 그 안에서 삶의 어떤 순간들을 맛보았을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아프리카 초원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인류의 대장정 그리고 "내 얼굴, 우리의 얼굴 속에 스며든 한국인의 얼굴, 인류 문명의 얼굴을 찾고자 하셨던"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이 책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4권과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3권 중 가장 몰입력이 높았던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 진화의 역사와 미래로의 여행이 숨겨진 얼굴, 한국인 얼굴 이야기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로 대신합니다.

 

이제 우리가 서로 눈을

마주할 때가 왔구나.

가면도 벗고 복면도 찢고

별과 별이 몇억 광년 떨어져 있어도

서로 마주 보듯이

어찌 흐르는 눈물을

성형하랴.

어찌 빛나는 그 눈빛을

화장하랴.

그게 내 얼굴이다.

그게 인간의 얼굴이다.

그게 내 나라의 얼굴이다.

p.21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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