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안 푸른도서관 86
이근정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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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 떠올리면 저는 겨울이 생각나더라고요. 웃는 얼굴은 푸릇한데, 한 뼘 자란 키도 멋지고 교복도 예쁜데, 이상하지요.

왜 그럴까 고민하다 생각했어요. , 겨울이 눈을 품고 있는 계절이라서 그런가 보다. 이듬해 봄에 피어날 꽃의 눈을 품고 있어서, 하얀 눈을 품고 있어서, 그래서 그런가 보다.

'시인의 말' ~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잘하는지, 뭐가 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다는 아이들, 꿈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던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꿈이 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쩌면 어른들이 아이들이 꿈을 꿀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쩌면 부모들이 자신이 바라는 꿈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진로 상담>속 아이들은 묻습니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장짜리 진로 조사로 꿈이 없는 아이라고 단정 짓는 건 아닌지, 공부라는 세계 속에 갇혀 몇 걸음 밖의 세상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를 말이지요.

 


진로 상담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어서 걱정이라고들

그러더라, 어른들이

 

엄마, 그렇게 생각해요?

 

3월마다 피어나는 한 장짜리 진로 조사

밟아도 물을 주지 않아도

어느새 거기 있는 잡초처럼

내게도 무언가 자랄 텐데

 

아빠, 내 꿈은 뭐예요?

 

나는 엘리베이터예요

버튼이 눌리면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해요, 오르내려요

여기로부터 딱 두 걸음 밖의

세상에는 무엇이 있나요

'내 안의 안' ~

 

<내 안의 안>1'참을 수 없이 간질간질', 2'두 걸음 밖의 세상', 3'여기가, 안전거리', 4'다만 따뜻한'까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60편의 시가 담겨 있는데요.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담아낸 시집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스한 응원을 보냅니다.

 


내 안의 안

 

언젠가부터 내 안에

뾰족한 침엽수 숲이 생겨났어

(중략)

 

침엽수는 품을 내주지 않아

자라날 뿐이야 더 길게, 높이

벌목할 필요 없는 땅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

나는 그 땅에 깊숙한

마음의 마음을, 숨겨 놓았어

 

이제는 숨바꼭질이야. 너와 나의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나의 진심

찾아낸다면,

그래 주기만 한다면

 

모두 네게 줄게

'내 안의 안' ~

 

뾰족한 침엽수 숲, 아주 깊고 깊은 곳에 마음의 마음을 숨겨 놓았다고 말하는 <내 안의 안>, "나조차도 찾지 못하는 나의 진심"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 다가오는 것조차 거부하듯 날을 세웠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사실은 상처 입는 것이 두려워 날을 세웠다는 것을, 사실은 속으로 울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겐 공감을, 그 시기를 지난 어른들이라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될 듯한 <내 안의 안>, 꿈오리 한줄평은 '시인의 말'로 대신합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유독 세상이 정지된 것만 같은 느낌, 기억하나요? 여유를 가지라고 시간을 멈추는 눈이 되었는지도 몰라요. 지금은 그저 오고 있는 눈을 품 활짝 벌려 안아 주고, 또 받아 주는 것만 기억해요. 눈의 무게는 솜사탕 같이 가볍고 앗 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짧은 행복이기도 해요. '내 안의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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