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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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남편, 오로지 남편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 그녀는 남편과의 추억이 있던 하트 모양 섬을 찾아갑니다. 혹시라도 그곳에 남편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녀는 남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츠루카메 조산원><츠바키 문구점>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오가와 이토 작가의 작품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오가와 이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사실 <츠바키 문구점>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는 <달팽이 식당>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츠루카메 조산원>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 오노데라는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듯이 자취를 감추었다. 모든 짐을 그대로 둔 채였다. (중략) 심지어 오노데라는 휴대전화마저 집에 두고 가서 그에게 연락할 수단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p.7

 

어느 날 갑자기 그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남편, 어쩌면 돌아올 거라 믿으며 기다리던 아내 마리아는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서는데요. 그렇게 찾아간 곳이 남편과 결혼 전에 갔었던 섬입니다. 그저 하트 모양의 섬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찾게 된 섬, 그곳에서 남편을 찾을 순 없었지만, 그녀의 삶을 변화시켜 줄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준 이가 바로 '츠루카메 조산원' 원장 카메코입니다. 마리아는 카메코 원장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건 바로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임신, 그토록 원하던 임신이었건만, 하필 지금이라니...,

 


단 며칠 같이 있었을 뿐임에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난 것만 같은 느낌, 마리아에게 원장 카메코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섬, 그곳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인 마리아, 그렇게 '츠루카메 조산원'에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사미처럼 부모가 살아 있어도 고생하고, 마리아처럼 부모를 몰라도 고생하고, 팍치처럼 부모를 사고로 잃어도 고생하고, 나처럼 부모가 사라져도 고생해. 대체 뭘까, 가족이란 거. 가족은 끈이기도 하지만, 속박이기도 하지. 그러나 우리는 피는 흐르지 않지만, 마음의 형제나 자매를 만날 수 있었잖아. 그러니 신은 공평하게 준 게 아닐까. p.160

 

28년 전 크리스마스 날 아침, 탯줄이 달린 상태로 교회 문 앞에 버려졌던 마리아, 딸을 잃은 부부에게 입양되었지만 자신은 죽은 딸을 대신할 뿐인 존재라는 생각을 했던 마리아는 오노데라와 연애를 하면서 집을 뛰쳐나옵니다. 하지만 오노데라와의 결혼 생활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은 부모가 원해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기에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모두 다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 자신의 상처만 아파하느라 미처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가장 의지하던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게 되는데요.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양부모 그리고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랬더라면...,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순백의 새가 평온하고 푸른 하늘을 날갯짓하며 날아갔다.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있으니 지구의 고동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p.260

 

이야기는 마리아가 출산을 하고 섬을 떠나면서 끝이 나는데요. "언젠가 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결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재미를 발견하고 모두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하찮은 일이어도 큰 소리로 웃다 보면 정말로 재미있어져서 그때까지 안고 있던 고민과 걱정 같은 게 뭐 어때, 될 대로 되라 그래, 하는 기분이 되어 버릴(p.124)"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아, 츠루카메 조산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듯 마리아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누군가 ''를 안아주길 바라고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가 먼저 두 팔 벌려 꼬옥 안아주는 건 어떨까요?

 

꿈오리 한줄평 : 이 넓은 세상에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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