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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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거나 가봤을 명동성당, 그리고 서울시청이나 덕수궁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을 봤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두 성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굳이 하나를 들자면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 명동성당은 고딕 양식, 그러니까 건축양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로마네스크''로마다운'이란 뜻이었다면, '고딕'은 게르만족의 하나인 고트족을 가리키는 '고트인의'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략) '고딕'이라는 이름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인들이 이 양식을 두고 게르만족의 세련되지 못하고 야만적인 것이라고 경멸하면서 붙인 것인데, 계속 사용하면서 후대에 공식 명칭이 되었습니다. p.8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은 의정부교구 본당 사목과 건축신학연구소를 맡고 있는 강한수 사제가 들려주는 초기 고딕 성당부터 후기 고딕 성당에 이르는 건축 양식의 흐름, 그리고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고딕 성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얼핏 봐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관에서 드러나는 건물의 수평성과 두꺼운 벽체가 주는 물질감 그리고 성당 안으로 하늘의 빛을 드리워주는 작지만 아름다운 반원 아치 창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반원 아치의 아케이드와 네이브월의 육중한 벽체는 외관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지만, 천장을 올려다보면 성당 밖에서 느꼈던 로마네스크에 대한 인상이 사라집니다. 정돈된 리브그로인 볼트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p.16~18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는 초기 고딕 성당 '레세의 삼위일체 수도원 성당', 얼핏 보기에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중요한 요소인 "정돈된 리브그로인 볼트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로마네스크에 대한 인상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레세의 삼위일체 수도원 성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사이의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두 양식은 "먼저 것이 사라지고 나중 것이 온 것이 아니라 서로 연속성"을 가집니다. 하지만 "두 양식은 엄연히 구별"되기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중세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마리아의 존재는 세상살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어루만져주시는 자비로운 어머니로 자리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주교좌성당이 성모 마리아(노트르담)를 주보 성인으로 정했고,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성모 마리아 성당, 곧 노트르담 대성당이 파리의 노트르담 주교좌성당입니다. p.67

 

노트르담 대성당이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다른 대성당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규모의 웅장함이라고 하는데요. "구조적인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대형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고딕 요소에 처음 시도된 독창적 구조 부재가 첨가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그것은 벽체가 바깥 방향으로 넘어가지 않게 수직으로 덧대는 구조물인 버팀벽(버트레스)의 기능을 활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초기 고딕 성당들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당시에 없었던 첨단 기술들을 도입하여 전성기의 고딕 성당들을 준비시켰다."고 하는 노트르담 대성당, 하지만 수년 전 보수 공사 중의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옛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하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고딕 탄생의 종교적 지리적 배경,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문화유산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특히 고딕 성당의 훼손에 대한 우려를 잘 나타낸 빅토르 위고의 건축 여행기 <파리의 노트르담>, 고딕 구조의 요소인 포인티드 아치, 리브 그로인 볼트, 플라잉 버트레스, 고딕 성당의 전성기를 연 사르트르 대성당, 후기 고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레요낭 양식에서 중요한 스테인드글라스,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 독일 쾰른 대성당,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등등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고딕이라는 최첨단의 기술이 동원된 새로운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딕 성당에 영향을 미친 신학과 철학 분야의 이야기도 하고, 유기적 구조의 발달 과정도 어려운 용어들로 설명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에 등장하지 않는 하지만 실제 주인공인 그 성당에서 살았던 공동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도 첫영성체를 했을 것이고, 또래의 친구들과 성당 마당에서 놀았으며, 성탄절에 등불 행렬을 하고 연극을 하며 울고 웃었을 것입니다. 점점 그런 이야기를 잃어 가는 성당이 다시 시끌시끌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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