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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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니 당장 몇 분 후의 내 삶이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암보험, 화재보험,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건강을 위해서든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든..., 각자 이유는 다를지라도 사람들이 보험을 드는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은데요.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시켜 줄 보험이 있다면, 여러분은 보험 계약을 할 생각이 있나요?

 

모든 이별은 아프지만, 그로 인해 사람은 그리고 사랑은 조금씩 성장한다. 이별이란 혹여 다음 사랑을 위한 예방접종이 아닐까? 다시 찾아올 사랑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예감을, 사랑의 괴로움을 가슴속에 미리 조금 넣어주는 것이다. 비록 그렇다 한들 모두가 사랑에 면역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껏 울게 내버려두고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는 것. 그 단순한 일을 위해 BU 케어 보험이 탄생했다. p.264

 

이희영 작가의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은 이별로 상처 입은 사람들과 그들의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장편소설 <보통의 노을>과 앤솔러지 <바깥은 준비됐어>를 읽으며 평범한 삶, 보통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는 어떤 어른으로 비춰지는지, 어떤 어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제목부터 시선을 끈 <BU 케어 보험>은 우리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내었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세미나실에 남은 사람은 네 명뿐이었다.(p.7)",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설명회를 들으면 커피와 케이크 쿠폰을 준다는 말에 끝까지 세미나실에 남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산모들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보험과 교육에 대한 설명회, 그중 정말 말이 되는 건가 싶을 만큼 특이한 보험이 있었습니다. "커피 두 잔보다 한 달 보험료가 저렴합니다. 커피 값으로, 여러분의 소중한 자녀분을 슬픔과 두려움, 막막함과 억울함에서 지켜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보험 설명을 듣는 네 명의 산모들, 이제 막 태어나 온통 사랑만을 얘기해도 모자랄 판에 이별이라니, 그럼에도 커피 두 잔보다 저렴하다는 말에 이끌려 보험을 듭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에게 이런 보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30년 전 그때는 말이죠.

 

이별에 대한 보장이라니?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복수라니? 지극히 사적인 이별에 보장과 복수까지 해주는 보험 상품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p.77

 

환승 연애로 힘들어하는 마주, 마주 엄마 간가영은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도 도움을 청할 때가 있어야 한다며 마주에게 'BU 케어 보험' 증서를 내미는데요. 마주는 이런 보험 상품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부터 듭니다. 네 명의 산모 중 한명이었던 엄마 간가영이 그랬던 것처럼.

 

어쨌든 마주는 '브레이크 업 컨설턴트(Break Up Consultant)', 그러니까 이별 전문 상담가들에게 상담을 받고 케어 시스템을 제공받게 됩니다. BUC의 기상천외한 보장과 복수 방법은 기대했던 것만큼 속이 뻥 뚫리는 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것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하지 않게 되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했을 듯합니다.

 

왜 인간은 상대의 선함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왜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이용하려 들까? 세상에는 그런 뻔뻔함이 너무 많았다. 가장 고귀하다는 사랑으로 묶인 관계일수록 더욱 심했다. 그만큼 가해자의 지배와 요구는 치밀하고 잔인했으며 또 파괴적이었다. (중략) 미련과 증오, 아쉬움과 후회, 고통으로 꽉 찼던 감정이 사라지면 텅 빈 곳으로 또 다른 인연이 차오를 것이다. 가뭄이 끝난 호수에 다시 물이 흐르듯이. P.237~242

 

네 명의 산모 중 한 명이었던 단다빈, 그녀의 딸 사하는 망상에 사로잡힌 전 연인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데요. 사하는 'BU 케어 보험'으로부터 만족할만한 보장을 받고 안전한 이별을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사랑보다도 훨씬 힘들지도 모를 이별, 그래서 때로는 과도한 집착과 미련으로 인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사하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BU 케어 보험>이 필요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듯한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사랑의 또 다른 시작도 이별이지. 결국 이별의 후유증이 없어야 새로운 사랑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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