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비밀이야 -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4집 푸른 동시놀이터 106
심효진 외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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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말은 늘 설렘이 함께 합니다. '푸른 동시 놀이터' 신인추천작 공모를 통해 동시단에 첫걸음을 내디딘 시인들의 마음도 그러했겠지요? 저마다의 목소리로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시인들의 데뷔작을 펼쳐 든 독자들의 마음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열아홉 시인의 동시를 한데 모은 동시집 <, 비밀이야>, 이 책은 '푸른 동시 놀이터' 앤솔러지 네 번째 책으로 1'느낌표의 탄생', 2'혹시, 너니?, 3'내 사랑 수호', 4'솔솔 나아솔'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62편의 동시가 실려 있습니다.

 


돌부리

 

권명숙

 

돌은 새야

 

학교 늦어서

헐레벌떡 달려갈 때

 

(중략)

 

,

부리로 콕! 찍어

나를 세우거든

 

"천천히 다녀

 

멈추어 서서 돌을 내려다보면

시치미 떼고

부리를 날개 밑으로 쏙 넣어 버려

', 비밀야야' ~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빨리 빨리'입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빨리빨리 문화는 어른들의 시대에서 끝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바쁜 하루를 보내는 우리 아이들 또한 그러합니다. 학교에 가는 것부터 방과 후 수업 그리고 학원 순례, 그것도 모자라 숙제까지 하려면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내야만 하지요.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일찍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여지는 아이들, 권명숙 시인은 <돌부리>를 통해 천천히...라는 말을 합니다. 어른들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늘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일이 바쁜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가끔은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분홍 구름 탈출기

 

김하

 

트럭에 실려 가는 돼지들

저희끼리 부딪치다

쇠창살 사이로 내민 콧등

허연 김 뿜어내고

둥근 궁둥이끼리 밀치다

삐죽 내민 꼬리를 흔드네

 

 

(중략)

귀 두 개를 가진 분홍 구름 되어

하늘 한가운데 높이 떠올라서

누구에게도 잡히지 말고

어디에도 끌려가지 않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갔으면

놀고 싶은 곳으로 갔으면 생각해 보네

', 비밀야야' ~

 

보자마자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중 한 장면이 떠오른 <분홍 구름 탈출기>, 쇠창살에 가득 쌓인 돼지들의 모습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기보다는 물건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는데요. 사람들이 먹는 농장 동물들의 비참한 일생을 생각하면, 정말 "분홍 구름이 되어 누구에게도 잡히지 말고 어디에든 끌려가지 않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길"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건 또 쉽지는 않다는 것...,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봄이 왔다고 편지를 쓸 수 있고 너에게 주는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하는 <볼펜이 품은 공>, "더 많이 감탄하고 더 자주 감격하는 느낌표로 살아가기로" <느낌표의 탄생>, 자꾸만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가족들을 위해 과학자가 되고픈 <음성 인식기를 생각하는 우리 집 아침>, 끝말잇기 하면 무조건 이길 것 같은 필살기를 알려주는 <끝말잇기 필살기>등등 저마다의 개성이 담긴 더 많은 동시는 <, 비밀이야>를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끝말잇기 필살기 하나 알려줄까? "솔직히 내가 된 것보다 더했던 그 기", 이런 기쁨이 넘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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