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모자 (30주년 기념 특별판)
신형건 지음 / 끝없는이야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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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 모두 다 달라도 모두 다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표지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 시집, 1993년 출간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시집,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만나게 된 시집, 바로 <바퀴 달린 모자>입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삶은 많이 달라졌지만 시집 속에 담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과 무한한 상상력은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바퀴 달린 모자>'...없는' 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모두 42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요. 이 시집에 수록된 시 <넌 바보다>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나오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없는

 

창문이 없는 집, 답답하지?

가로수가 없는 길, 허전하지?

바람이 불지 않는 언덕, 가고 싶지 않아.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 심심하지?

열쇠를 잃은 자물쇠, 영영 잠만 잘 테지.

불이 나간 저녁, 깜깜하지.

별이 없는 밤하늘, 말도 안 돼!

그럼, 이건 어떻겠니?

-내가 없는 세상

'바퀴 달린 모자' ~

 

"창문이 없는 집,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 열쇠를 잃은 자물쇠, 불이 나간 저녁, 별이 없는 밤하늘...",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동안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놀이터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거리엔 오가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불신의 싹을 틔우고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는 했습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혹시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없는 세상,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없는 세상, 사랑하는 ''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언제나 늘 곁에 있을 것이라며,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에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없는>을 읽고 나니 ''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내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바퀴 달린 모자

 

바퀴 달린 모자, 본 적 있어?

참 우스울 테지,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모자라... 히힛!

뿔 난 축구공은? 생각해 봐

얼마나 재미있겠어, 제멋대로

튀어 오르며 야단일 테니.

(중략)

이제 그만두라구? 그게 무슨

도깨비 같은 소리냐구? 그럼

마지막으로 이건 어때?

반바지 입은 선인장! 이건

우리 집에 정말 있는 거야.

그게 바로 나야! 나라구!

엄마가 나를 그 꼴로 만들었어.

너도 나와 다름없을걸.

그렇지? 속상하지? 답답하지?

, 우리 내일부턴 절대로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학원에 가지는 말자.

그 대신, 운동장에서 만나

코피 터지도록 싸움이나 한판 하자!

어때? 너랑 나랑, 뿔 난

축구공이랑 뚜껑 달린 운동화랑,

머리핀 꽂은 우산이랑

바퀴 달린 모자랑

'바퀴 달린 모자' ~

 

절로 뾰족뾰족한 가시가 돋치게 만드는 엄마의 잔소리, 막 하고 싶던 일도 하기 싫어지게 만드는 엄마의 잔소리 잔소리..., 그래서 하지 말라는 일을 자꾸 하고 싶게 만드는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사실 엄마들은 알고 있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 가시 돋친 선인장이 되는지를 말이죠. 엄마들도 가시 돋친 선인장이 되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이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처 입은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런 엄마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넌 바보다

 

씹던 껌을 아무 데나 퉤, 뱉지 못하고

종이에 싸서 쓰레기통으로 달려가는

너는 참 바보다.

(중략)

얼굴에 검댕칠을 한 연탄장수 아저씨한테

쓸데없이 꾸벅, 인사하는

너는 참 바보다.

호랑이 선생님 전근 가신다고

아무도 흘리지 않는 눈물을 혼자 찔끔거리는

너는 참 바보다.

그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민들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보는

너는 참 바보다.

내가 아무리 거짓으로 허풍을 떨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끄덕여 주는

너는 참 바보다.

(중략)

-그럼 난 뭐냐?

그런 네가 좋아서 그림자처럼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나는?

'바퀴 달린 모자' ~

 

정말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친구, 그런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시 <넌 바보다>, 우리집 두 형제만 봐도 요즘 시대엔 너무 착하게만 살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공감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너무 착하게 살면 무시를 당하거나 호구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하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이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알고, 아주 평범한 일상의 일들에 감사할 줄 알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얼른 어른이 되고픈 아이들, 다시 어린 아이 시절로 돌아가고픈 어른들에게 들려주고픈 마음을 '시인의 말'로 대신하여 전합니다.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얼른 어른이 되고 싶나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나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은 무얼 하고 싶나요?

 

아주 어렸을 적에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행동뿐 아니라 생각조차 내 마음대로 하기가 점점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신나게 장난을 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까웠지요.

결국 나는 이제 꾹 참고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따분해서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하다면 온전하지는 못해도 반쯤은 다시 아이가 될 수도 있겠지요? 내가 쓰는 시들은 그런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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