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퓨테이션: 명예 2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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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레퓨테이션 : 명예> 1, 한 아이의 엄마이자 노동당 평의원이었던 엠마, '리벤지 포르노'라 불리는 범죄의 형량을 늘이는 것과 피해자들을 위해 익명성을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일에 앞장섰던 그녀는 가디언 위캔드와의 인터뷰 이후 악플러들의 독설과 스토킹에 시달리게 됩니다. 자신의 집에 침입한 기자가 계단에서 추락하여 사망하게 되면서 살해 용의자로 체포되는 엠마, 그녀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인지, 가족은 물론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2편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하여 한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게 된 <레퓨테이션 : 명예> 2, 1편의 이야기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차례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2편은 살해 용의자가 된 엠마가 재판을 받는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마치 법정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엠마와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과연 그날 일어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는데요. 특히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에 비해 짧은 형량과 피해자들을 위한 익명성 보장에 관한 것,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 누구보다 떳떳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럼에도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다는 것,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등등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너무나 당당한 가해자와 고통 속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는 어쩌다가 그런 상태로 그곳에 있게 되었을까, 누군가 살해를 목적으로 그를 계단 아래로 민 것일까, 즉 그는 살해당한 것일까? 이것이 이번 재판의 핵심이 되는 질문입니다. p.20~21

 

배심원에 의한 재판을 받게 된 엠마, 그녀는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엠마가 유죄라고 배심원단을 설득하는 왕립기소청(우리나라 검찰청에 해당)의 소냐 잭슨, 사건 직후 엠마가 한 행동들과 그녀가 했던 거짓말, 증인으로 재판정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엠마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합당한 정당방위가 아니며, 살해 의도를 가진 행동이었다는 것"으로 유죄를 주장합니다.

 

플로라가 그 사진을 보낸 것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엄마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일이.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죄책감에 시달리는지도 엄마에게 말할 수 없었다. 자신만 아니었다면...,일주일 뒤면 교도소에 갈지도 모르는 현실과 마주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p.139

 

엠마의 딸 플로라는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지만, 그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름 최선의 방법으로 엄마에게 도움을 주려 합니다.

 


 

피고인 엠마 웹스터의 살인 혐의에 대한 평결은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p.240

 

재판이 종결된 후, 엠마의 딸 플로라와 독점 기사에 혈안이 되었던 기자 마이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그날 그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된 것인지를 짐작하게 되는데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던 것은 마이크의 책상을 정리하면서 발견된 무언가로 인해 엠마가 또다시 온갖 욕설과 루머에 시달릴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엠마는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가택 무단 침입에 대한 정당방위 허용은 어디까지일까요? 성범죄에 대한 형량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성범죄 피해 여성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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