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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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손에 든 운동화는 누구의 것일까요?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 위로 거미 한 마리가 있습니다. 마치 가족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거미, 거미와 가족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요?

 

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작품인 <거미의 인사>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누리가 하루 동안만 주어진 짧은 환생 여행을 통해 가족들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으로는 환생할 수 없기에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던 누리는 거미로 환생을 하게 되는데요. 거미로 환생한 누리는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까요? 거미로 환생하여 가족들 곁으로 온 누리, 가족들은 거미가 누리임을 알 수 있을까요?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 누리, 누리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에, 가족이 보고 싶어 울었고,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에 화가 나고 억울(p.9~11)"해서 울기도 했습니다.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을 따라 가던 누리는 "죽은 지 백일이 되면 짧은 환생을 통해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들과 이별할 시간조차 없었던 사람들을 위한 환생 서비스, 사람의 모습으로는 환생할 수 없다는 말에 자신이 좋아하던 스파이더맨을 떠올리며 거미로 환생하기로 합니다.

 

만약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고객님은 사람으로 환생할 지 모르는 기회를 놓치고 평생 거미로 살아야 합니다. 이 점을 기억하세요. p.19

 

단 하루만 주어진 시간, 그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영원히 거미로 살아야 하며, 사람으로 환생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족을 만난 누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거미의 모습으로 집에 온 누리를 반겨준 건 유난히 누리를 잘 따랐던 반려견 코리였습니다. 누리에게 말을 건네는 코리, 코리가 자신을 소개하자 누리는 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누리처럼 짧은 환생을 통해 이승으로 돌아온 코리, 사람으로 환생하는 대신 강아지의 삶을 선택한 코리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가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열한 살 온누리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나는 공원에서 뛰어놀던 때가 그리워서 다시 운동화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늦었지만 운동화 끈을 매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p.38

 

강아지 코리의 활약으로 가족들과 함께 공원으로 가게 된 누리,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나리의 웃는 모습을 보며, 가족들 곁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생 거미로 살아갈지라도 말이지요. 누리는 거미의 모습으로 가족들 곁에 남을까요? 아니면 다시 천국으로 돌아가 사람으로 환생할 기회를 얻을까요?

 


사람들처럼 동물들도 천국에서 다른 삶을 선택하여 환생할 수 있습니다. 영혼의 무게를 저울질한다는 다리 '천국의 저울'을 건너야 하지만, 닥스훈터 군밤이는 다리를 건너는 것도 환생하는 것도 거부합니다. 어차피 영혼의 무게가 무거워 천국의 저울을 건너지 못한다는 군밤이, 군밤이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갈라파고스땅거북으로 150년 넘게 살다가 죽은 다음, 수없이 많은 영혼들을 만나 온 천국의 가이드 알마, 어쩌다 이승으로 내려갈 수 있는 알마, 알마가 찾아간 곳은 어디일까요?

 

거미로 짧은 환생을 한 누리는 가족들 곁에 남았을까요? 아니면 천국으로 돌아가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었을까요? 깜짝 반전을 선사하는 누리네 집 반려견 코리는 누구구일까요? 갈라파고스땅거북이었던 알마가 찾아간 곳은 어디일까요?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난 알마, 책을 읽는 독자들은 충분히 유추 가능한 그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죽음 이후의 삶이 어떠할지, 천국과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 그 누구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죽음이란 말은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먼 훗날의 일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삶이란 것이 늘 우리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서, 내일 아니 몇 분 후에 자신의 삶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누리처럼 사고로 갑작스럽게, 가족들과 이별한 시간조차 없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들, 남겨진 가족들은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누리처럼 짧은 환생으로 가족들 곁에 갈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으로 환생하고 싶은가요? 가족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요?

 

"누리의 짧은 환생을 통해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작가님, 그래서 어쩌면 "어디선가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따스한 햇살,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 어느 날 날아든 나비가 누군가가 나에게 보낸 위로와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작가님의 말이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해줄 듯합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천국에도 사랑은 있다. 사랑을 멈추지 않는 한, 어디서든 사랑은 계속될지어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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