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 나에게 친절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상희 외 지음, 김경태 사진 / 새의노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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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어린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두 형제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그 시절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어느 순간 그림책의 매력 속에 빠져들게 되었고, 짧은 글과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구구절절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어떨 때는 그림만으로도 ''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니 그림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합니다.

 

저자들의 말처럼 "그림책만큼 다정한 책은 없을지도(p.8)" 모릅니다. 무엇보다 "다정함은 경쟁하지 않으며, 세상 모든 것을 제치고 맹렬히 뜨겁게 타오르거나 남을 앞서려고 시끄럽게 달리기보다 서둘지 않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하지만 단단히 우리를 감동(p.10)"시킨다는 말은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이토록 많은지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합니다.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1'나에겐 소중한 기억이 있어', 2'내 곁에 다정함이 살고 있어요', 3'나를 믿고 뭐든지 해봐요', 4'다정함을 만나러 가요', 5'너에게 다정하고 싶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4명의 저자가 돌아가며 30권의 그림책에 담긴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독자들을 위한 "빈자리를 마련해"두고, "그림책이 전하는 다정하게 보는 법, 다정하게 듣는 법, 다정하게 보듬는 법, 다정하게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때론 다정하게 슬퍼하는 법을, 그러니까 다정하게 살아가는 법 (p.11)"을 전해줍니다.

 

그림책을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읽지 않은 그림책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를 다시 한 번 더 실감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읽었던 책이나 알고 있는 작가의 그림책이 나오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답니다. 댄 야카리노의 <폭풍이 지나가고>는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금요일에 아빠와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금요일엔 언제나>가 떠올랐습니다. 하루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도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폭풍이 지나가고>속의 가족들은 어떠할까요?

 


갑자기 몰려온 폭풍에 집안에 갇힌 가족들, 이러저러한 이유로 부딪히는 가족들,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폭발시킨 가족들, "가족인데 왜 이럴까 싶지만, 사실 가족이기 때문에 더 어렵다는 것, 아주 가깝지만 동시에 어렵고 힘든 관계"가 바로 가족이라는 것, 그리고 "별것 아닌 이유로 싸우고, 죽을 것처럼 싸워도 사소한 계기로 풀린다.(p.52)"는 말은 누구든 동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들 가족에겐 끊임없이 폭풍이 오겠죠. 그래도 다음번엔 좀 더 잘 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함께 폭풍우를 겪으며 그 안에서 싸우고 다투다 화해한 시간의 기억들이 층층이 쌓였으니까요. 가족은 함께 보낸 시간이 지층이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기억의 공동체입니다. 관계도 사랑도 시간 속에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p.53

 


마침내 아기 곰이 나무 꼭대기에 오릅니다. 그때 태양이 서서히 떠오릅니다. 아주 붉은 태양빛이 숲을 물들입니다. 순간 아기 곰은 태양을 '엄청 큰 빨간 열매'라고 여깁니다. 빨간 열매를 잡으러 공중으로 폴짝 뛰어오릅니다. 아기 곰의 비명이 이어집니다. 제가 이 그림책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덤벼드는 치기, 그리고 예정된 실패를 사랑합니다. p.130~131

 

이지은 작가의 <빨간 열매>를 읽은 분들이라면 아마 이 페이지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맛본 빨간 열매,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미지의 그 열매를 찾아 나선 아기 곰, 어디가 끝인지 가늠하기 힘든 높다란 나무들 아래 서 있는 아기 곰, 열매를 찾으려 나무에 오르고 오르고 올라 마침내 꼭대기에 올라 선 아기 곰, 그러나 끝내 추락하고 만 아기 곰, 꿈오리였다면 하늘을 향해 끝도 없이 뻗은 저 나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엄청 큰 빨간 열매"를 바라보는 아기 곰의 뒷모습이 오래도록 마음 깊이 남아 있을 듯합니다. 잡을 수 없는 열매였기에, 곧 추락할지라도 말이지요.

 

살다 보면 누구나 '추락'을 경험합니다. 얼마나 이르게 혹은 늦게 추락할지 시간문제일 뿐 추락 없는 삶은 없는 것 같습니다. (중략) 높이 오를수록 추락의 상처도 깊습니다. 추락과 동시에 '이제 끝났다'라는 낭패감이 엄습합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과 손가락질 받을 거라는 두려움이 밀려오고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싶어서 분노가 일어납니다. p.131

 

추락을 경험했음에도 다시 노란 열매에 눈독을 들이며 나무에 오를 아기 곰, 아기 곰의 그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추락하는 아기 곰을 나무 아래에서 받아준 큰 곰"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우리 삶에도 추락하는 ''를 받아줄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추락하는 누군가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추락할지라도 "엄청 큰 빨간 열매"를 바라보는 아기 곰의 뒷모습처럼 웅장하고도 짜릿한 감동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통해 만나보시길요!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오직 그림책을 보는 순간일랑 날선 마음은 넣어 두세요. 비난하지 않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게요. 질투하지 않고 당신에게 박수를 보낼게요. 애쓴 당신을 꼭 안아드릴게요. 당신이 밀쳐둔 세계와 잃어버린 소중한 기억을 돌려드릴게요.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잃어버린 다정함을 그림책에 담아 돌려드립니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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