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 인간의 잔혹함으로 지옥을 만든 소설
빅토르 위고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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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이나 감옥에서 살다가 석방된 장 발장, 미리엘 주교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따스하게 맞아주었음에도 은식기를 훔쳐 달아난 장 발장, 헌병에게 붙잡혀 온 장 발장에게 은촛대 두 개마저 내어주는 미리엘 주교...,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 바로 장 발장입니다. 혹시 그 후 장 발장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있나요?

 

사실 꿈오리네 책장에도 두 형제 읽으라고 사 준 동화책 <장 발장>이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런 결말로 끝이 났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걸 보면, 꿈오리는 끝까지 읽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 글밥도 적고 18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음에도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걸까요? 이번에 500페이지에 달하는 <레 미제라블>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멈출 수 없을 만큼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던 건 시대적인 배경과 더불어 장 발장, 자베르 등 입체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더욱 몰임감을 높였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장 발장이라는 사람입니다. 전과자지요. 19년이나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나흘 전에 석방되어 퐁타를리에로 가는 길입니다. 툴롱에서 나흘이나 걸어 왔습니다. 오늘은 120리나 걸었습니다. 오늘 밤 여기 도착하여 여관에 갔습니다만, 시청에서 내보인 노란색 여행증 때문에 거절당했습니다. p.35

 

이야기는 미리엘 주교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로 시작됩니다. 자선병원 환자들을 위해 기꺼이 주교관을 내어주고, 기도와 예배 외에 남은 시간은 가난한 병자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치고, 남는 시간은 노동으로 충당하고, 누구든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잠그지 않았던 미리엘 주교, 장 발장이 미리엘 주교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는 평생을 감옥을 들락거리는 그런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유리창을 부수고 빵 한 개를 훔치다 주거침입과 절도로 5, 탈옥 미수 4회에 14년을 더해 19년이나 감옥에서 보낸 장 발장, 전과자라는 이유로 그 어느 곳에서도 하룻밤 몸을 쉴 곳을 찾지 못한 장 발장, 유일하게 따스하게 맞아준 이가 바로 미리엘 주교였습니다.

 

, 당신이구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소. 그런데 왜 은촛대는 두고 갔소? 그것도 다른 그릇처럼 은제라서 200프랑은 나갈 텐데 말이오. 은그릇들 하고 같이 가져가시지 않고......, 모두 함께 드린 게 아니오! p.60

 

그럼에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은그릇을 훔쳐 달아난 장 발장, 미리엘 주교는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미 악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오. 선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영혼에 대해 내가 값을 치렀어요."라며 은촛대마저 들려 보냅니다.

 

장 발장이 몽트뢰유쉬르메르에 대한 공헌으로 마들렌 씨에서 마들렌 시장이 될 수 있었던 것, 불 속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하고, 마차 바퀴에 끼어 죽을 위기에 처한 포슐방 영감을 구하고, 자기 때문에 체포될 위기에 처한 이를 위해 기꺼이 법정에 나설 수 있었던 것, 평생 자신을 쫓아다닌 자베스 경감의 목숨을 구하고,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지켜주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던 여공 팡틴의 딸 코제트를 위해 평생을 헌신할 수 있었던 것, 이 모든 선의와 사랑을 베풀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리엘 주교의 한없는 자비를 통한 깨달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궁해 빠진 종드레트가 친절한 사람들의 자비심을 이용해 돈을 뜯는다는 것, 여러 사람의 주소를 입수해 그중 돈이 있고 동정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명으로 편지를 써 딸들로 하여금 전하게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험을 안은 것은 딸들이었다. 그러나 부친은 딸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게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p.285

 

시체 더미를 헤치고 죽은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던 테나르디에를 자신의 목숨을 구한 은인으로 생각한 퐁메르시 대령, 그의 아들 마리우스에게 비친 테나르디에의 모습은 가명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돈을 뜯어내는 악한이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장 발장이 테나르디에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아버지의 유언과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인 장 발장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 세상에는 재판소, 집행할 판결, 경찰 그리고 권위 외에 또 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자베르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그의 생각은 점차 무서운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장 발장, 그 존재가 정신의 부담이었다. 죄수가 은인이라니! 그는 친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죄인은 친절했다. p.458

 

냉정하고 엄격한 원칙주의자, 마치 법의 법에 의한 법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듯했던 자베르 경감, 범죄자는 영원히 범죄자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 듯, 평생 동안 장 발장을 쫓아다닌 자베르 경감, 장 발장을 체포할 것인지 그냥 둘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자베르 경감, 그래서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그의 결론은 더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퐁메르시 남작, 비상식적으로 보이겠지만 나는 진실한 인간이오. 나는 내 양심에 따르는 죄수요. 이것이 괴이한 말이란 것은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하라는 거요? 옛날에 나는 살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어요. 하지만 오늘날 살기 위해서 이름을 훔칠 수는 없어요. p.468

 

장 발장이 아닌 마들렌 씨도 아닌 포슐방이란 이름으로, 사랑하는 딸 코제트의 아버지이자 마리우스 퐁메르시 남작의 장인으로 살 수 있었음에도, 평생 자신을 괴롭힌 이들을 모두 용서하며 이름조차 새겨지지 않는 공동묘지에 묻힌 장 발장, 굶주림에 지친 조카들을 위해 훔친 빵 한 조각으로 인해 19년을 감옥에서 보낸 장 발장, 미리엘 주교의 한없는 자비를 통한 깨달음으로 평생 선의와 사랑을 베풀었던 장 발장, 누가 그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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