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림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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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두운 건물 가운데 밝은 빛이 비치는 창 하나,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여인, 내부도 온통 캄캄한데 저 빛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저 여인은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요? <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림>이라는 제목 그대로 그림이 ''의 창을 두드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부제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에서 보듯, 장요세파 수녀가 미술 작품에 담긴 작가의 내면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유추해 가는데요. 장요세파 수녀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들 마음의 창을 두드리고 있음이, 그래서 표지 그림에서 보듯 창을 열고 작품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림>1'저렇게 무력한 이를 따를 것인가?', 2'추락과상승은 따로 있지 않다', 3'따뜻함으로 채워지는 빈자리', 4'그의 약함은 하느님의 도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화를 비롯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성화가 아니더라도 그 작품들 속에 하느님이 존재함을 이야기하는데요. 신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와 삶의 가치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 속에 담긴 시대의 모습과 더불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삶의 모습이 우리들 마음의 창을 두드립니다.

 

저의 창을 두드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림들입니다. 이 그림은 저의 창을 두드리는 하느님의 손가락이라고나 할까, 제 삶의 구석구석 이 창들은 저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중략) 그림은 화가 자신의 마음을 두드리는 손가락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림이라는 수단은 글과는 달리 눈을 통해 즉 인간의 몸이라는 수단을 통해 다가오기에 마음의 창을 더 쉽게 두드려줍니다. 하지만 그 그림에는 화가 자신의 고통과 기쁨, 삶의 질곡과 환희, 승리와 패배의 모든 역동성이 어우러 상징으로 버무려져 참으로 다른 세상을 열어줍니다. '머리글' ~

 

 


 

위엄 서린 그림의 한복판에 한 인간이 떡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 위엄 있는 자연보다 더 압도적인 모습으로 보는 이의 눈을 차지합니다. 자칫 파괴적인 수도 있는 이 웅장한 자연을 한 인간이 관조하거나 명상하는 모습은 아닙니다. (중략) 아무런 두려움도 없다는 듯 어깨를 활짝 펴고 고개를 당당히 세워 앞을 바라보고 아니 내려다봅니다. 그 표정이 어떨지 짐작해볼 수 있지 않겠는지요? p.111~112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2년 전 쯤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대자연 앞에 홀로 선 남자의 모습은 왠지 쓸쓸하고 고독한 듯하다.’였는데요. 꿈오리의 느낌과는 무릇 상반되는 듯한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 아니라 자연을 관장하고 지배하며 심지어 통제하고 변화시킬 수도 있는 주체"로 표현했다며, 문명의 발전만큼 자연은 파괴되어 감을, 그래서 "가장 발전된 문명 속에 살아가는 현대만큼 인류의 멸망을 걱정해야 하는 가장 큰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는 없었다."는 저자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보게 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을 때가 되지 않았는지요? 라는 물음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자연, 인간, 동물 이 셋이 전혀 따로 놀지 않습니다. 이 셋이 서로 품고 서로에게 기대고 그러면서도 각자는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쳐내고 파헤치고 밀어낼 것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쓸데없으니 쓸어버리고 다른 좋은 것이 들어와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긴 그대로 자신의 자리가 있습니다. 생긴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p.118~120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에선 "장엄하기 그지없는 자연, 그에 질세라 더욱 장엄함을 뽐내는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면, 김호원의 <영산강1>"땅과 가까워진 억새 그늘에 쪼그리고 앉은 여자아이와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강아지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며, "오직 인간의 탐욕만을 목표로 모든 것에 질서를 매겨 자르고 파헤치고 없애버린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기후 위기를 걱정하며 그 어느 때보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요즘, "저 아름다움을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얼마나 많이 넘겨주었나요? 앞으로도 계속 넘겨줄 것인가요?"라는 저자의 물음에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요? 답은 정해져 있음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다양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그림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의 존재 이유와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삶의 모습이 우리들 마음의 창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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