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찍지 마 미래의 고전 65
장수민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자마자 우리 집 두 형제가 떠올랐던 <내 얼굴 찍지 마>,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엄마에게 '이건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다며, 극구 자신들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던 두 형제의 모습이 말이죠. 4병이 온다는 그 즈음부터 지금까지 두 아들의 초상권은 아주 잘 지켜지고 있는 듯합니다. 어쩌다 한 번씩 허락하는 때를 제외하곤 말이죠.

 

표제작인 <내 얼굴 찍지 마>를 비롯해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린 동화집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친구, 학교생활, 자신의 꿈 등등 아이들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학원비 때문에 일을 하려는 듯한 엄마의 모습을 보고 고민에 빠진 민영이, 십 년 넘게 사법 고시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아빠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비밀을 공유하고 특별한 추억을 쌓게 되는 도윤이, 따돌림 때문에 혼자 힘들어하다가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은 일을 겪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서는 선형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첼로를 그만두라는 엄마의 말에 수긍은 했지만 첼로 연주하는 것이 좋아 갈등하는 시현이, 엄마의 SNS로 공유되는 ''의 모든 것, 그 때문에 모르는 사람까지 아는 체 하자 당황하는 서윤이,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쪽지를 전하려던 바로 그날에 자신만 몰랐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 서현이, 집안 사정으로 할머니가 일하는 집에 한 달 정도 몰래 숨어 살 작정이었지만 그만 집주인인 피아니스트에게 들키게 되는 찬형이, 일곱 아이들의 일곱 가지 에피소드는 재미와 더불어 잔잔함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건 확실했다. 파자마 파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친한 친구 사이여도 잠옷을 입고 만나는 건 싫었다. p.67

 

서윤이는 채윤, 나윤이와 이름에 모두 ''자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실 서윤이는 "무엇이든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거절도 잘 못하는" 성격 탓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떨결에 서로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되기로 한 것이었는데요. 서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친구들의 의견이나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니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싫어, 내 얼굴 찍지 마."

그러고 보면 거절을 잘 못하는 내가, 엄마 앞에서는 '싫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내가 아무리 거절해도 엄마는 나를 끝까지 사랑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엄마의 취미 생활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 엄마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권리가 있으니까. p.71

 

이번엔 '파자마 파티'를 하자고 합니다. 서윤이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을 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새 잠옷까지 주문하고,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잠옷 입은 사진을 찍자고 하는데요. 서윤은 정말 싫습니다. 사진에 찍힌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싫으니까요. 그럼에도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엄마의 취미는 존중해주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한 날, 짐을 챙겨 채윤이네 집에 가는 길에 간식을 사려고 마트에 들리는데요. 모르는 아주머니가 이름은 물론 파자마 파티에 가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채윤이 엄마는 벌써 새 잠옷을 산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구요? 모든 건 엄마가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서윤은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사진을 올린 엄마에게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채윤이가 파자마 파티 하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자고 합니다. 파자마 파티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거기에 더해 영상까지 찍어야 하다니? 거절을 잘 못해서 지금껏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해 온 서윤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육아하는 모습을 공유한다는 '셰어런팅', 부모들은 왜 아이의 사진을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카오톡 등의 SNS에 올리는 걸까요? 아마도 일상의 모든 순간을 추억으로 남긴다는 것과 더불어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내 얼굴 찍지 마>의 서윤이처럼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면, 아이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할 듯합니다. 아이에게도 초상권이 있으니까요. 친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말이죠.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어려운 일을 겪고 난 후에 찾아왔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어도 똑같은 날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마음도 계속 변하고, 사소한 부딪침에도 마음속에서 폭풍이 일 때가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머뭇거리고, 주저하고,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가장 나다운 선택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 선택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용기를 낼 때 전과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