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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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잘 묘사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사물이 기억의 문을 열면 잊고 있던 순간과 묻어 두었던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프롤로그' ~

 

잡지에 자신의 글을 싣고 싶다는 제안을 받은 저자, 그녀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존재는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었기에 '사물'에 대한 글을 쓸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물이 기억의 문"을 열면 그 안에는 늘 보고 싶고 애틋하고 가여운 마음이 들게 만드는 엄마, 아픈 남편 그리고 딸들과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은 저자 그리고 저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들 각자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보살피는 존재들임을, 서로가 서로의 삶을 지탱해주는 존재들임을, 나아가 사회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너무나 뻔한 듯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하는 것임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고, 더불어 자신의 삶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존재들을 향해 따스하고 다정한 마음을 건네고 있을 자신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1'식탁 위의 얼굴', 2'울타리 너머의 얼굴', 3'길 건너의 얼굴'까지 모두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 그리고 더불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자기 것을 주장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잘 대접받기 어렵다. 어떨 때는 속상해도 참는 건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그 사람한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p. 17~18

 

"스스로를 존경하면 다른 사람도 당신을 존경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존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존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겠지요? 늘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셨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말씀하시지 않으셨던 어머니, 저자는 문득 자신의 어머니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요. 돌아가시기 전에 찾으셨던 명란젓은 신장 투석을 하는 어머니에게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결국 못 드시게 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와 더불어 음식이 주는 위로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요. 그래서 혼자 먹는 밥이지만 정갈하게 반찬을 담아 천천히 식사를 하며 "음식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저자의 모습은 동질감과 더불어 '' 또한 그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남편 토니에 대한 이야기, 단점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빛나게 하는 마술을 부리는 밀리너(모자 만드는 사람) ''에 대한 이야기. 채리티 숍(한국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한)에 대한 이야기, 영국식 마을 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에 대한 이야기,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존중에 관한 이야기, 에이블리즘(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개인적. 제도적. 사회구조적 행위)에 대한 이야기, 열여덟 열아홉 살에 6.25 전쟁에 참전해야만 했던 영국 참전 장병들에 대한 이야기 등등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공유하고 싶은 책속 문장들로 대신합니다.

 

나는 그동안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걱정하느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잊은 적이 많다. p.27

 

언제나 있었던 것, 그래서 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흔적을 남긴다.

p.51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전체 그림을 다 보고, 정교한 지도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지금 전조등이 비추는 만큼만 겨우 보이는 길을 여행하고 있다. 그래도 이 '미지'가 예전만큼 불안하지는 않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p.85

 

누군가의 고단한 삶이 위로가 될 때, 그건 그가 나보다 더 불행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그가 존엄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p.141

 

삶은 기차 여행이다. 대강의 방향을 정했지만, 그렇다고 경로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경유할 수 있다. 어쩌면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함께 타고 있는 이들이 많아 안심이다.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사람으로부터 위안받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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