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혹시 맹목적인 경쟁을 통해 달콤하고 안락한 곳만을 쫓아, '사색'하고 '사랑'할 겨를도 없이, 내 발의 물집조차 굽어볼 틈도 없이 허위허위 달려가느라, 더 드높은 가치들을 모두 내다 버리지는 않았던가. 나의 영혼과 나의 사랑, 혹은 나의 눈물, 나의 목숨에 깃들어 있는 숨은 꿈같은 것들은 지금 어디에 버려져 있는가. p.13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범신 작가, 그는 <토끼와 잠수함> <흰 소가 끄는 수레> 등의 소설집, <죽음보다 깊은 잠> <불의 나라> <은교> 등의 장편소설,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힐링>등의 산문집 등 정말 많은 책을 출간하고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이자, 25편 이상이 드라마나 영화, 연극으로 제작되어 다양한 징르에까지 영향을 미친 작가이기도 합니다.

 

나의 지향은 이를테면 두근거리는 고요, 혹은 고요한 파동이겠다. 내 목숨이 애당초 거기에서 왔을 터, 지난날 나의 순례 또한 언제나 그를 쫓아 걷는 일이었을 것이다. '글쓴이의 말'~

 

2023년 등단 50주년을 맞아 두 권의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순례>를 동시에 출간했는데요. <순례>는 오래전 펴낸 <비우니 향기롭다><카일라스 가는 길>을 줄이고 수정 보완한 글에 최근에 쓴 <산티아고 가는 길><폐암일기>'순례'라는 주제로 합한 작품으로, 1'비우니 향기롭다'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사색 편지, 2'카일라스 가는 길' 영혼의 성소를 찾아서, 3'그 길에서 나는 세 번 울었다' 산티아고 순례, 4'새로운 순례길의 황홀한 초입에서' 폐암일기까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특히 "히말라야를 혼자 걸으며 마주쳤던, 존재의 가없는 하찮음과 존재의 가혹한 무거움에 대한 상념들을 편지글로 써 모은" 1'비우니까 향기롭다'의 글들이 꿈오리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어 오래도록 되새겨질 듯합니다.

 


 

나는 이제 내가 가진 모든 것, 이를테면 좋은 옷, 기민한 휴대전화, 요술 상자 텔레비전, 재빠른 자동차로부터 벗어나도 외롭지 않은 시간의 길로 들어갑니다. 느릿느릿, 걷겠습니다. p.27~28

 

티베트에선 "우리의 몸을 ''라고 부르는데, ''는 자루, 임시 거처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소망,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요? 이왕이면 더 큰 아파트, 더 큰 텔레비전, 더 빠른 자동차가 있었으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지는 못할지라도 남들만큼은 가지려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무언가에 집착하고 욕망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히말라야의 거대한 봉우리 앞에 서면 그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요? 경험하지 않았으니 알 순 없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선 한낱 작은 미물에 불과하다는 건 절실하게 깨달을 것 같습니다.

 

 


 

나는 비로소 눈물겹게 확인합니다. 불멸의 주인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오르고 또 올라도 허공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모든 길은 허공에서 시작되고 갈라지고 끝난다는 것을요. 살아서 무엇을 이룬다고 할지라도 근원적으로 우리가 불멸의 환희에 도달할 수 없는 건 스스로 허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p.79

 

죽을 둥 살 둥 올라간 그곳에서 보는 건 "겨우 빙벽의 스카이라인 너머, 가없이 투명한 허공",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 허공을 보자고 해발 5,545미터를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자, 정상에 올랐음에도 환호성은 솟아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경험하지 않았으니 그 감정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요즘의 ''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엄마로서 ''는 보이지도 않는 꼭대기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애벌레들의 무리 속으로 우리 아이들을 떠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순간 뜨끔해집니다. 히말라야, 카일라스. 산티아고 순례, 폐암일기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인생의 순례길에서 살아온 삶을 성찰하고 살아갈 삶을 통찰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