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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생존학생이었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탄 배가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입니다. '전원 구조'라는 앵커의 말에 안도한 것은 잠시 뿐, 그 뉴스는 오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믿기지 않는 참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의 마음엔 여전히 너무나 참혹하고 가슴 아픈 참사로 남아 있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는 "세월호 참사 당일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쓴 에세이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생존자로서 겪어야만 했던 일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참사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용기 내어 자신의 삶을 보여준 저자에게 감사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북펀드를 시작했을 때 바로 달려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세월호 생존학생 친구들과 비영리 단체 운디드 힐러(상처 입은 치유자)를 만들어 "트라우마에 취약한 아동과 갑작스러운 재난재해로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함께할 수 있을 일을 찾아 행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겨진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디 관심을 거두지 않기를, 생각을 멈추지 말기를 바랍니다.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p.9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불과 얼마 전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를, 그때의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을 수학여행, 학창시절 마지막 수학여행에 대한 기쁨은 채 하루도 지나지도 않아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침 식사 도중 식판이 기울어졌음을 알았을 때도 그런 참사가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세요.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가만히 계세요. p.22
이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문 너머로 보이는 해경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뉴스를 보던 모든 사람들 또한 제발 모든 승객들이 구조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간신히 배를 빠져나온 사람들, 뉴스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 325명 중 75명만 생존"했을 뿐, 사망자의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들이었습니다.

서거차도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서도 제발 구조되었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끝내 친구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같이 배에 올랐던 다른 친구들은 앞으로 영영 인사를 나누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3박 4일의 수학여행은 두 달 하고도 열흘이 넘게 걸렸고, 2014년 6월 25일 드디어 학교로 가게 되었지만, 누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일상을 되찾아 가는 여정 속에 저자와 친구들은 '이제는 없는' 친구들을 추억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악플과 비난 여론은 생존학생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단단히 세웠던 벽을 허물고 세상을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난 더 이상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고 세상도 그만큼 변했다고.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고 말이죠. p.121
운디더 힐러 활동을 하고,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고, 독립생활을 시작하고, NGO단체에서 기후재난보드게임 강사를 하며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앞을 향해 살아가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상처에 공감하고 작은 마음이라도 나눌 수 있을 때 무엇보다 큰 기쁨을 느낀다."는 저자는 지금도 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꿈오리 한줄평는 전 단원고 스쿨닥터였던 정신과 의사 김은지님의 "오늘을 살아내는 가영이들"을 위한 글로 대신합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의 마음에 슬픔만이 아니라 희망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가영이의 삶에 대한 존중과 경외가 아직 쓰이지 않은 스물여섯 이후의 삶에도 깃들기를, 이 세상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삶에도 깃들기를 바랍니다.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