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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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폭력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성폭력 등의 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가 아닌, 피해자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든가 그럴 만 했다든가 등등 2차적인 가해를 하기도 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며 숨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숨어 사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꼬리와 파도>는 바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런 폭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이 서로 연대하여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결말은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작은 변화를 통해 언젠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우리가 지켜 줄게. 혼자서는 못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 줄게. p. 257

 

<꼬리와 파도>는 체육 교사인 무경의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무경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제자들의 이야기를 배치하여 현재와 과거 그리고 다시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시절의 청소년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까지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안겨줍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으로 연대를 제시하는데요. 이때 그 시절의 최아라 선생님과 현재 체육 교사인 무경처럼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그들의 연대에 힘을 실어주는 어른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는 체육 교사인 무경에게 제자 선이와 미주가 찾아오며 시작합니다. 온라인 수업 중에 일어난 아주 사소할 수도 있는 일로 인해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메시지를 받게 된 선이, 하지만 선이가 원인 제공을 했을 수도 있다고 하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선이와 미주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무경은 선이와 미주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건 바로 무경 그리고 둘도 없는 친구였던 지선에게 일어났던 일이기도 했던 까닭입니다.

 

축구 선수를 꿈꿨지만 체육 교사가 된 무경, 절실한 마음만큼 표현하고 행동 하지는 못했던 예찬, 우등생이라는 겉모습 뒤에 상처를 감추고 사는 서연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현정, 이들은 각자가 품고 있던 상처와 아픔을 나누고 치유해 가며 서로 연대하여 부당한 현실을 바꾸려 노력합니다. 단시간에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순 없겠지만, 암울한 현실에 실망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현명한 방법으로 싸워나가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친구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며, 또 누군가는 침묵하는 방관자가 아닌 피해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벌을 주고 사과를 받아 낼 용기는 나지 않았으니까.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 그다음엔 자신을 용서하기만 하면 되니까. 잘못한 것도 나, 용서하는 것도 나, 용서받는 것도 나, 그것으로 끝. 그러나 지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지선은 마음 깊숙한 데서부터 무너졌고 축구를 그만뒀고 무경 앞에서 다쳤고 아무도 몰래 죽으려고 했다. p.62

 

무경의 중학교 축구부 코치는 무경의 재능을 이용해 명예와 부를 거머쥘 생각을 합니다. 무경은 코치의 요구와 행동들이 버거웠음에도 자신을 위해 애쓰는 것은 진심일 거라 생각하는데요. 축구 선수를 꿈꿨던 무경이 그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친구 지선이 코치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죽으려고 생각한 일 때문입니다. 무경은 "지선의 아픔과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불"처럼 달려들었지만, 그 일은 무경이 의도한 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급기야 피해자인 지선에게 2차적인 폭력이 가해지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듯한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성폭력을 당할 뻔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코치, 지선에게 "너 잘못한 것 없다."는 말을 건네며 지선에게 힘이 되어줄 것만 같았던 코치 또한 또 다른 가해자가 될 뿐이었습니다. 믿은 만큼 다친 지선이 어둠 속에 숨어버리자 무경을 축구를 그만두고 체육 교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가을바람을 따라 나란히 흔들리는 수백의 파란 꼬리들이 달빛 아래 너울대는 파도처럼 보였다. p.253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숨어버리는 피해자와 달리 제자를 추행한 축구부 코치, 수업 시간에 성적 농담을 여과 없이 늘어놓는 물리 교사, 상담을 핑계로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을 성추행한 교사, 학교폭력 가해자 등은 사과는 커녕 학교를 옮겨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에 무경과 예찬, 현정과 서연은 매년 열리는 유등축제 때 유등에 꼬리를 달아 친구들이 겪었던 일을 세상에 알리게 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해자들의 만행 또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우리의 미래는 무경과 예찬, 현정과 서연, 네 사람이 꿈꾸는 것처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되겠지요? 덧붙여 우리 아이들 곁에 최아람 선생님이나 무경처럼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연대를 통해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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