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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 - 한 달에 한 번, 온전히 나를 아껴주는열두 달의 자기 돌봄
베레나 카를.안네 오토 지음, 강민경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 막 봄빛이 차오르는 잎처럼 연한 연두빛의 바탕색이 그 모습을 더 두드러져 보이게 만드는 듯합니다.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처럼 말이죠. 독자들은 <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나'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한 달에 한 번, 온전히 나를 아껴주는 열두 달의 자기돌봄'이라는 부제 또한 그러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데요. 이 나이 되도록 살아오면서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행위"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돌보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언가를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는 심리학자인 안네 오토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베레나 카를이 진행한 일 년 동안의 프로젝트로 안네가 코치를 하고 베레나가 실험자이자 피실험자 역할을 맡아 열두 번의 자기돌봄 방법을 체험하면서 쓴 편지 글이 담겨 있습니다. 1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 2월 '손의 움직임에 몰두하기, 3월 '다이어트 대신 직관적 식사', 4월 '마음을 다해 휴식하기', 5월 '의식적으로 꿈꾸기', 6월 '나를 괴롭히는 감정과 거리 두기', 7월 '느리게 감상하기', 8월 '어제와 다른 새로움 발견하기', 9월 '깊게 바라보기', 10월 '더 가까이 경험하기', 11월 '일상 속의 줄이기, 12월 '하루 한 번 나눔과 감사하기'에 이르기까지 매달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미션 편지'를 읽고 한 달 동안 실천하다 보면 어느 새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열두 가지 작은 심리 실험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담았는데요. 독자들 또한 한 달 한 달의 실천이 쌓여갈 때마다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알게 되겠지요?

뒤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한 꿈오리가 가장 깊이 빠져들었던 페이지는 '나를 괴롭히는 감정과 거리 두기'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해야 할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의 지랄총량의 법칙', 다른 사람들은 사춘기에 떨었을 지랄을 꿈오리는 이제야 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양이 얼마인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요.
살다 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 사로잡혀 벗어날 수 없거나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 때가 있어. 이번 달에는 감정을 더 정확히 인식하고, 화가 나거나 걱정이 솟구치거나 슬퍼지는 상황을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을 가질 거야. p. 148
6월의 미션은 '나를 괴롭히는 감정과 거리 두기'입니다. 정말 '화'라는 감정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할지라도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져 몸과 마음을 잠식하기도 합니다. 그런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공감하거나, 창의적인 생각을 하거나,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실험자이나 피실험자 역할의 베레나는 그 감정을 "한눈에 보기에도 거대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서 정신까지 혼미하게 만드는 동물들"에 비유하며 그 동물을 쫓아내기보다 길들이는 방법을 찾습니다. "내 감정과 거리를 두고,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감정을 관찰하며 폭풍처럼 몰아치는 내면을 잠재우는 것"입니다.
커다란 동물이 내 곁에 다가오도록 두되, 나한테 뛰어들어서 가슴을 짓누르고 얼굴에 불쾌한 숨결을 내뱉도록 허락하지는 않는 거야. (중략) 말하자면 나라는 존재가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지, 내가 곧 내 생각과 감정은 아니라는 뜻이야. p. 152
헤르만 헤세의 <행복>이라는 시 구절, 이슬람교 우화 중 현자로부터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귀가 새겨진 반지를 선물 받은 왕의 이야기 등을 통해 '내 감정과 거리 두기, 휘몰아치는 감정의 중심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인지를 찾아나갑니다.
이때 부정적인 감정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 때문에 흥분하는 것도 경계해야 함을 이야기하는데요. 불교의 가르침을 인용하여 "균형 잡힌 삶과 중용을 중시하고 감정적인 기복을 멀리"하라면서 "감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결국 우리의 마음을 아끼고 보살피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베레나의 편지에 안네는 "스트레스 상태일 때 사람은 터널 시야에 갇혀 타인을 적으로 간주하고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서 스트레스나 압박이 느껴지는 순간을 알아채고 격렬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분노나 두려움 같은 감정이 점점 그 영역을 넓힌다는 느낌이 들면, 얼른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서 그 감정이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해야 함"을 전합니다. 베레나와 안네의 프로젝트가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효과를 미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열두 번의 자기돌봄 방법 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실천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다보면 베레나처럼 "나를 열 받게 하는 사람의 행운을 빌어주거나 힘든 날에도 감사함을 잊지 않게 될"지도 모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나'를 돌보는 것은 결국은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것, 그러니 <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