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아프리카 윤 지음, 이정경 옮김 / 파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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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가 꿈오리에게 "넌 너무 뚱뚱해!"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누가 봐도 뚱뚱하다는 걸 알기에 인정은 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비난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라도, 현실적으로 내가 뚱뚱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정받는(?) 느낌이 들 것 같으니까요.

 

<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의 저자 아프리카 윤에게 "너무 뚱뚱해!"라는 말 한마디는 기적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뉴욕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었지만, 그녀는 고독했고 우울했으며 음주에 폭식까지 겹쳐 몸무게는 110kg이 넘었다고 합니다. 우연히 한인 마트 빵집 앞에서 만난 한국인 할머니가 건넨 그 말 한마디는 그녀를 그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책 제목처럼 정말 '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이 일어난 것이지요. 그녀가 아프리카 윤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 한국인 남자와의 결혼 또한 운명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이자 사회활동가인 아프리카 윤(수잔 아프리카 엥고)6살 때 UN 주재 카메룬 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정착한 카메룬계 미국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성과 국제 문제에 관심을 쏟아온 그녀는 10대 후반에 'Golden Graal 인도주의상'을 수상했으며, MTV에서 선정한 '젊은 활동가 40'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을 알리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업 블랙유니콘의 CEO입니다. 여섯 살 때 UN 학교에서 처음 맛본 김치에 반했다는 그녀는 미역국이 소울푸드라고 말하는데요.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얼마나 한식을 좋아하는지,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은 아프리카 윤을 힘들게 하던 인간관계와 우울 그리고 비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이루어 나가는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넨 너무 뚱뚱해."

뭐라고?!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럴 수가, 믿을 수가 없었다. 나한테, 지금, 누가, 대놓고 살쪘다고 말했다?

(중략)

몸을 돌려 누가 나한테 뚱뚱하다고 한 건지 보니, 어떤 한국인 '할머니'였다. (중략) 정말로 곱디고운 외모를 가지신 그 할머니께서 내게 흙을 삽으로 퍼서 던지듯 저 거친 말을 내 던지셨던 거다. 하지만 모욕을 줄 의도라기엔 너무 친절하고 상냥한 말씨였다. p.68~69

 

한국인 할머니는 강제로 빵을 빼앗아 빵집 주인에게 돌려주기까지 합니다. 아프리카 윤은 한국인 할머니의 말과 행동에서 진정성을 느꼈고, 그래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를 물어봅니다. 한국인 할머니는 "한국 음식, 한식이 최고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후 H마트로 불리는 한아름 마트에서 주일마다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로부터 한국 식재료와 한국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물론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한식에 대한 열정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습니다. 한 달 만에 13킬로그램 정도를 뺀 그녀는 1년 만에 50킬로그램이 빠졌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한국인 할머니는 그녀에겐 구원자였고 한식은 그녀의 인생 푸드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음식 재료는 건강에 그 기본을 두고 있다. 소화를 돕고 정서를 조절해주는 식단 관리자 역할을 해준다. 유산균 가득한 발효식품인 김치는 장 건강을 위한 필수음식이다. 그리고 살을 빼는 것은 체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을 한식을 배우면 이해하게 된다.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짜지도, 쓰지도, 그렇다고 너무 맵지도 않지만, 이 모든 맛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p.105

 

한식에 대해 이렇게 잘 표현할 수가 있는 것일까요? 그녀는 "회복과 치유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핵심은 균형을 무너뜨리거나 문제가 되는 증상들을 먼저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치도 맛이 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회복과 치유 또한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국가대표 육상선수 시절을 보내고 UN 주재 카메룬 대사를 거쳐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변호사의 삶을 사셨던 아버지와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UN 아프리카 자문관실에서 일했던 어머니,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세 아이와 시부모에 대한 이야기, 미역국, 고추장, 된장찌개, 다양한 김치, 전골, 만두 등등 한식에 대한 이야기,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달리기와 오프라 윈프리와의 만남, 코리안 마미스 그룹에서의 활동, 부산에 살면서 만난 할머니들과 엄마들과의 인연 등등 더 많은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인간관계와 우울 그리고 비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이루어나간 아프리카 윤의 삶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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