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쳐 주는 아이 책 읽는 샤미 21
임지형 지음, 임미란 그림 / 이지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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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를 들고 등을 맞댄 할머니와 손녀, 두 사람 뒤로 화려한 꽃과 새가 그려진 화투가 배경으로 빙 둘러져 있습니다. 왠지 올림픽 결승전 같은 화투 한판이 벌어질 것만 같은, 이젠 그 누구도 대적할 자 없는 화투 고수들의 결승전 같은 느낌입니다. 제목부터 표지그림까지 시선을 사로잡는 <화투 쳐 주는 아이>, 시종일관 유쾌함을 주면서도 몽글몽글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우리 집 이야기인 듯, 옆 집 이야기인 듯,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 맛깔나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일까요?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무겸이를 돌본 외할머니, 할머니와 함께 하면서 무겸이는 어릴 때부터 화투를 배우게 되었고, 화투를 통해 덧셈을 익혔습니다. 무엇보다 그 화투 속에는 무겸이와 할머니의 추억이 담겨 있으며, 그 추억 속에는 할머니가 가르쳐 준 인생의 지혜도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백스물세 번째 한숨을 내쉬며 할머니를 기다리는 무겸이, 늘 바쁜 엄마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인 일요일, 그런데 무겸이 할머니, 일명 장마담 할머니는 쌩쌩이 할머니와 광팔이 할머니와 고스톱을 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화투를 치다가 늘 싸운다는 것입니다. 평상시엔 늘 여기 저기 아프다고 하시는 할머니는 이때만큼은 어디서 힘이 났는지 펄펄 날아다닙니다. 십 원짜리 내기에 진심인 할머니를 멈춘 건 할머니의 사위, 무겸이 아빠입니다. 이럴 때 할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양이 됩니다.

 

그때는 나도 그런 할머니가 좋았다. 엄마, 아빠랑 있는 것보다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그때의 내 세상은 할머니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솔직히 할머니와 같이 있는 게 불편할 때가 많다. 안 그러고 싶은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심해졌다. p.40

 

무겸이는 이런 할머니가 싫습니다. 어릴 때는 할머니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젠 가까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사춘기라서 그런가 하지만, 일요일 저녁마다 할머니를 찾아다니는 것도, 할머니 잔소리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나 눈에 띄는 남다른 비주얼도 거슬리기만 합니다. 화려한 화장과 장소에 맞지 않는 옷은 창피하기까지 합니다. 친구 강희에게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도망갔지만, 할머니는 무겸이가 넘어지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세상에, 할머니 걸음이 그렇게 빠른 줄 누가 알았을까요? 넘어져서 아픈 것보다 창피함이 먼저 앞섰습니다.

 

 

아침밥은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할머니, 그날 따라 먹기 싫은 아침을 억지로 먹은 탓인지 무겸이는 배가 아팠고 조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프다며 짜증만 내는 무겸이, 그런데 한참이 지나 일어나보니 약을 사러 간다던 할머니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할머니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 봐라. 겁나 야무네. 느그 할매는 좋겄다. 너같이 야물고 이쁜 손녀가 있어서, 하기야 그러니까 내 앞에서 만날 니 칭찬만 하지. p.88

 

엄마 전화 한 통으로 무겸이는 할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무겸은 자기 때문에 할머니가 사고를 당한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가족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 섬망 증상 때문이라며 오래 방치하면 치매로 갈 수도 있다는데, 어떻게 하면 사고 나기 전의 할머니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무겸이의 할머니 기억 찾기 대작전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더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거기에 사고로 할머니와의 사이가 더 멀어진 무겸이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거리 두기를 할 땐 마음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코로나 19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게 멀어진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 또한 멀어진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화투 쳐 주는 아이>의 씨앗은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어요.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중인 할머니와 방호복 차림의 간호사가 화투 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죠.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다들 힘든 시기라 많은 사람이 울컥했던 것 같아요. '작가의 말' ~

 

저자는 "모든 이야기에는 씨앗이 있으며, 그 씨앗은 세상 어디에나 있다",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을 날아다니다가 자신을 알아본 사람에게 간다"고 말합니다. "씨앗을 발견한 사람은 정성으로 물도 주고 햇볕도 쬐어 주고, 거름을 주면서 싹을 틔웁니다. 그러다 보면 씨앗은 우람한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고 말합니다. <화투 쳐 주는 아이>는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이 씨앗이 된 것이지요. 그 씨앗으로 이렇게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나무가 만들어졌나봅니다. 혹시 지금 멋진 이야기 나무가 될 씨앗을 발견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멋진 이야기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정성껏 가꾸어 나가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멀어진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할머니 기억 찾기 대작전 화투 한 판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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