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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 Self Forest Therapy
최정순 지음 / 황소걸음 / 2022년 8월
평점 :

날씨가 화창하면 화창한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곳, 바로 숲입니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 나무들 사이를 걸어갑니다. 하늘을 가릴 듯 빼곡한 나뭇잎들 사이로 비춰드는 햇살에 온몸을 맡깁니다. 우울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도 나무들 사이를 걷다보면 마음이 조금씩 진정됨을 느낍니다. 이런 마음을 제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꿈오리에게 선물 같은 책이 왔습니다. 바로 숲해설가이자 산림치유 지도사가 쓴 에세이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입니다. 부제인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한마디로 정의해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은 42개의 에피소드 속에 숲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숲, 그 치유 속으로', 그냥 버려지고 말 쭉정이에 가치를 부여하여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킨 '쭉정이가 쭉정이에게 주는 위로', 그리고 부록으로 '아유르베다의 지각 이론과 숲 치유 원리'까지 모두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덧붙임으로 '마음 치유 알음알이'를 실어놓았는데요. 짧은 글과 그림을 통해 마음 치유와 더불어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나무는 같은 종류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나무에서도 고만고만하고 가지런한 모습을 만듭니다. 나무가 이런 형태를 만든 데는 생리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손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땅속에서 손잡고 있다니... 그 감동이 잎새마다 있는 천사만큼 큽니다. 뿌리의 근균 그물망으로 손잡고, 친구가 나보다 적게 가진 것을 서로 채워준답니다. 근균을 통해 멀리 있는 친구에게 보내기 때문에 모두 키를 맞출 수 있습니다. 키를 맞춰야 내가 벼락을 맞지 않을테니 따지고 보면 나를 위한 일이고,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 나무는 남아서 주는 게 아니라 애초에 똑같이 나누는 게 모두 잘 사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또 있습니다. 뿌리가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손잡고 먹을 것을 나누며 연대하니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뽑힐 걱정이 없습니다. 나무는 우리가 서로 돕는 것이 모두 잘 사는 길이고, 그것이 결국 내가 잘 사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p. 18~19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나무들 사이에 하늘 길이 보인다는 것, 나무들 사이사이에 바람길이 있다는 것, 서로 상처주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가 서로를 지키고 사랑을 자라게 한다는 것" 등을 통해 나무들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나무는 종이 다를지라도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사고를 한다는 우리 인간들은 어떠할까요? 나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인이 될 수 없으면 시가 되라는 말을 만났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좋던지요! 가당찮지만 그날부터 내가 시가 되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몰래 마음속으로 작정한 일이니 누구한테 들켜 우세를 살 일도 없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를 쓸 이유도, 시인이 될 이유도 사라졌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살면 됐습니다. 사는 게 더 쉬워졌습니다.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목적지인 것처럼 말입니다. p.106
"시인이 되지 말고 그냥 시가 되라." 이 말이 꿈오리 마음에 쿵 내려앉았습니다. 꼭 무언가가 되려고,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냥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며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행복 또한 이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지요. "지금 그냥 행복이 되면 어떠냐고, 행복을 목표로 삼지 말고 그 자체로 살면 굳이 목마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지요. 우리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자꾸만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하고는 하는데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쓸데없는 걸 쭉정이라 하는 만큼 아름답거나 예쁜 쭉정이는 별로 없고 이상하게 생긴 쭉정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쭉정이로 뭔가를 만들다 보면 이상하게 생긴 쭉정이가 더 아름다운 작품이 됩니다. 사람들도 고만고만하게 사는 모습보다 자신만의 특이한 무엇이 있을 때 빛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p.221
저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쭉정이였으며 지금도 쭉정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아는 쭉정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보물임을 아는 쭉정이, 자신을 사랑하는 쭉정이"라고 말이지요. 지금은 볼품없는 쭉정이라며, 자신이 보물임을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언젠가 자신이 "빛나는 존재"임을 알아챌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누구든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저자가 쭉정이로 만든 모든 작품들이 그 어떤 것보다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대부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발에 채이는 대로 그냥 두었을 쭉정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로 변신한 모습은 놀랍기만 합니다. 숲과 숲에 담긴 치유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 도시의 보도블록 틈에 피어난 민들레나 돌담 틈에 뿌리 내린 오동나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고, 세상에 뿌리를 내린 그 자체가 축복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가 눈먼 거북이 너른 바다에서 나무판자를 만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하신 부처 말씀을 떠올리면 지금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자체가 기적이자 축복입니다.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