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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ㅣ 그림책봄 21
장순녀 지음 / 봄개울 / 2022년 4월
평점 :

아는 척, 모르는 척, 잘난 척, 못난 척, 똑똑한 척, 바보인 척, 깨끗한 척, 무서운 척, 놀라운 척..., '척''의 사전적 의미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네이버 국어사전)'입니다. 날씬한데 뚱뚱한 척, 예쁜데 안 예쁜 척, 요리 잘 하는데 못 하는 척..., 이 이야기는 남산 근처에 사는 꿈오리가 하고 싶은 소망을 담아 만들어 본 '척'입니다.
발걸음도 가볍게, 신이 나서 걸어가는 듯 한 까만 강아지 한 마리가 있습니다. 노랑나비와 이야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저~멀리 누렁이 한 마리가 보입니다. 누렁이는 왜 저기 숨어서 까만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표지 그림만으로도 사랑스럽고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척!'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그림책으로, 호기심이 가득한 바깥세상으로 처음 나가 본 어린 강아지의 이야기입니다. 어미 개는 누렁이인데, 새끼는 까만 강아지? 책속에 등장하는 까만 강아지와 어미개 누렁이는 저자가 제주도 한 마을에서 실제로 만난 엄마 개와 새끼 강아지라고 하며, 그때 까만 강아지에게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하여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어, 무슨 소리지?"
마침 낮잠 자기 싫었던 깜돌이가 깜짝 놀란 척 벌떡!
본문 중~
담장 아래서 낮잠을 자려던 엄마 개와 새끼 강아지 깜돌이, 그때 담장 너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드륵 드륵 드르륵~", 무슨 소리일까요? 엄마가 혼자서 나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깜돌이는 "못 들은 척"합니다. 담장 너머 보이는 것은 분홍색 모자뿐, 모자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책 뒤표지를 보면 누구인지 짐작이 되지만 여기선 비밀입니다.

"망설이는 척"하던 깜돌이는 담장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찾아 집 밖으로 나갑니다. 엄마 개 누렁이는 몰래 깜돌이를 따라갑니다. 그런데 이걸 어째요!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담장 너머로 보였던 분홍 모자를 쓴 사람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술래가 된 깜돌이는 꼭꼭 숨어버린 소리를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독자들을 알 수 있답니다. 골목길 볼록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요.
깜돌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 돌담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그때 나비가 콧등을 찍고 날아갑니다. 나비를 따라가며 "겁주는 척" 크르렁 거리는 깜돌이, 그때 담장 위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호랑이인 척" 소리를 지릅니다. "안 무서운 척" 뛰어가던 깜돌이는 그만 하수구에 빠지고 맙니다. 깜돌이를 따라다니며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엄마 개 누렁이는 어떻게 할까요? 깜돌이는 어떻게 하수구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요?
우리 깜돌이 많이 컸네. 혼자서도 씩씩하네.
본문 중~
호기심이 가득하지만 낯설고, 때론 험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를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디딘 새끼 강아지 깜돌이의 모습은 집이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엄마 개 누렁이가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을 묵묵히 지켜보며 홀로서기를 응원할 수 있는 것은 깜돌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까만 현무암을 쌓아올린 돌담길과 수국 그리고 초록이 짙어지는 초여름 제주도의 골목길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 새끼 강아지 깜돌이와 엄마 개 누렁이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쫄랑쫄랑 뛰어가는 깜돌이와 뒤에서 따라가는 엄마, 돌담길을 따라 깜돌이와 엄마가 집으로 돌아갑니다. 둘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따스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새끼 강아지 깜돌이와 엄마 개 누렁이의 사랑스럽고 따스한 이야기와 함께 현무암을 쌓아올린 돌담길과 수국이 흐드러진 초여름 제주도의 골목길을 걸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