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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달력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4
김선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하죠? 농사도 역시 그러하답니다. 때와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것이 농사입니다. 그래서 농부는 때를 잘 알아야 합니다. 어릴 적 우리 집 벽에는 커다란 달력이 걸려 있었습니다. 숫자만 있는 달력, 24절기와 음력 날짜가 함께 표시된 달력은 농사부터 집안 대소사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스케줄표이자 안내서가 되었습니다. '농부 달력'을 보자마자 그 달력이 생각났습니다. 커다란 네모 칸에 숫자만 있던 그 달력이 말이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농부 달력'은 자연과 함께 하는 농사를, 농부의 사계절을, 세밀하고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었습니다. 그저 농부의 일상을 사계절에 담았을 뿐임에도 뭉클한 감동을 주는 것은 왜일까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요? 아직 언 땅을 헤치고 올라오는 냉이 뿌리에 숨어 있는 것일까요? 봄꽃 무늬가 예쁘게 그려진 몸뻬에서 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뽀글뽀글 볶고 까맣게 물들인 머리 위로 새싹처럼 돋아나는 것일까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봄이 오면 퇴비를 덮어 주었던 땅을 갈아 이랑을 만들고 씨를 뿌립니다. 굼벵이, 지렁이도 흙 사이사이 숨구멍을 내며 함께 합니다. 농부는 씨앗 몇 알을 품삯으로 내어 줍니다. 자연이 준 모든 것들을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물들과도 나누는 것이지요.

온 산과 들에 봄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흙 이불 덮고 누워 있던 씨앗들은 들판을 연초록으로 물들입니다. 적당한 간격으로 어린 모종을 심습니다. 토독토독 내리는 봄비가 어린 모종들이 고개를 들게 만들어 줍니다. 농부는 기다립니다. 봄이 깊어갑니다. 아카시아꽃 향이 진동하고, 어린 모종들도 훌쩍 자라 곱디고운 꽃을 피워냈습니다. "어느새 작은 꽃과 곤충들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잡초들을 뽑아냅니다. "게으름을 피우다 때를 놓치면" 잡초들은 작물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뿌리를 내려 밭을 차지합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농사는 특히 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장마가 끝나면 더위도 한층 더 기승을 부립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일을 하고, 한낮엔 그늘에서 낮잠을 잡니다. 마당 빨랫줄에 널어놓은 빨래는 금세 뽀송뽀송 마르고, 작물들은 부지런히 자라고 또 자랍니다. 길고 긴 여름해가 점점 짧아지고,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옵니다.

심고 가꾸고 거둬들이는 데는 다 각자의 때가 있습니다.
(중략)
집 안 곳곳에는 거둬들인 작물들이 가을 태양 볕에 꼬들꼬들 한 번 더 익어 갑니다. 수십 번을 말리고 뒤집으며 햇살과 바람을 마당에 가둡니다. '농부 달력' 중~
들판은 온통 황금빛으로 일렁입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언제나처럼 "적당히 가지고 나머지는 자연으로 돌려줍니다." 차고 넘치는 사랑이 상자마다 가득가득 담겨 자식들 집으로 갑니다. 자식들은 알까요? 일 년 내내 애써 거둬들인 작물들 중 크고 좋은 것들, 예쁜 것들만 골라 자식들에게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요.
내년 농사를 위해 튼튼한 종자를 남겨 둡니다. 이른 봄에 열렸던 농부 창고, 씨앗 창고가 닫힙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갑니다.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쉬는 계절이 왔습니다.
'농부 달력'속 이야기는 꿈오리가 보냈던 그 시절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사계절에 담긴 농부의 모습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한 친정 엄마의 모습입니다. 여름 감자부터 김장까지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택배 상자 또한 그렇습니다. 그래서 '농부 달력'은 뭉클한 감동을 주었나봅니다. 그래서 울컥 눈물을 흘렸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자연의 모든 것들과 함께 하는 농사, 농부의 사계절을 담아낸 '농부 달력', 그 속에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과 함께 하고 나누는 따스한 농부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