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더 해볼게요
서림 지음 / 메리포핀스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준비하던 시험은 황당한 성적으로 떨어지고,

함께 할 거라 약속한 이는 떠나가고,

가족이 밉고 또 내가 창피하고,

공부는 해야겠는데 돈을 벌어야 하고

그렇게 마주하기 싫은 치러야 할 일들이 내 앞에 거대한 산으로 남아 있던 때

'1년만 더 해볼게요' p.11

 

 

'1년만 더 해볼게요'라는 제목에서 왠지 모르게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외로움이나 슬픔 그리고 괴롭고 힘든 일들이 있을지라도, 남들이 뭐라고 할지라도, 하지 않으면 후회가 될 것 같아서, '1년만 더 해볼게요'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살다가 나태해질 때 종종 꺼내 읽어보는 회고록"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저자가 자신의 인생곡선을 그린다면 가장 아래쪽에 있을지도 모를 시기,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니 올라갈 일밖에 없었을지도 모를 시기, 그래서 인생 가운데 가장 힘든 시기이자 미치도록 열심히 살았던 스물한 살, 그때의 이야기입니다. '영일만'으로 더 익숙한 '너를 영어1등급으로 만들어주마'를 쓴 저자가 그 책을 쓸 수 있기까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춥고 힘들고 외로웠던 시기를 지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긴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기까지, 사계절에 비유하여 담아내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은 '어찌되는 남보다 내가 나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나는 쉽게 경쟁심에 사로잡혔고, 다른 사람이 나보다 열심히 하는 것이 싫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서도 1등하는 누구보다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으로 나 스스로를 괴롭히곤 했다.

'1년만 더 해볼게요' p.25

 

 

언젠가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행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무한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살다보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목표를 세우게 되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자괴감이 들기도 할 것 같습니다. 남들은 잘만 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도대체 내가 잘하는 게 있기는 한 것일까? 하면서요. 우리 집 두 형제에게 자주 하던 말이 '일단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하라'였는데요. 말로는 언제나 '실현가능성'이 있는 목표라고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훨씬 더 높은 목표를 세워두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이상과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있었기에 체력은 떨어지고 많이 불안해지고 있었음에도 끝까지 밀어붙이기만 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결국엔 목표로 하던 수의대에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다시 힘든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재수 끝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경북대 수의대 수시에 1차 합격했지만, 아주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단백질이 뭡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멘붕이 왔고,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가야 했기에 자연대에 지원했고, 입시의 지옥을 벗어나게 됩니다.

 

지각은 1등이 조금 늦게 되는 것일 뿐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각의 유혹에 빠져 '나는 이미 늦었어'라고 생각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그 인생은 실패의 문턱에 다다르게 된다. '1년만 더 해볼게요' p.97

 

 

만약 나였더라면, 그냥 학교에 열심히 다녔을 것 같은데, 저자는 또 다시 도전을 합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과외도 하면서, 수의대를 목표로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망해도 상관없어. 단지 지금보다만 나아지면 돼." 머릿속을 스친 이 한마디가 위축되어있던 나를 움직였다.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1년만 더 해볼게요' p.139

 

 

다시 수능을 봤고, 성적은 생각한 것보다 등급이 하나씩 높았으며, 왠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교대를 지원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안정적인 곳을 골라 원서를 넣었고, 공주교대에 합격을 합니다. 저자는 교대 합격 통지서를 받던 날이 이생에서 가장 기뻤던 날이라고 하는데요. 그럼 지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겠지만, 저자는 '교육출판사'라는 새로운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냈던 스물한 살 그때처럼 말이지요.

 

누구나 저자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렇게 실패를 이겨내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삶 가운데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거나, 도전하고는 싶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망설이고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12년의 공부가 오로지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인 것 같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학은 꼭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님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저는 아직도 여전히 그 생각을 놓지 못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꿈오리 한줄평 : 실패했다는 비난보다 더 두려운 것은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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