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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툭, -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ㅣ 귀쫑긋 그림책
김미희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토끼섬 / 2022년 3월
평점 :

한 아이가 걸어갑니다. 풀들 위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아니 그림자가 아닙니다. 그곳에서 스러져간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 위로 동백꽃이 떨어집니다. 유난히 짙은 파란하늘에선 슬픔을 머금은 눈물이 툭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동백꽃은 겨울에 피어 4월이면 새빨간 꽃이 꽃송이 그대로 툭 하고 땅으로 떨어집니다. 고개를 떨구듯 잘려나가는 모습은 희생자들의 영혼이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동백꽃이 툭' 중~

온 마을에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큰누나 볼처럼, 입술처럼 붉은 동백꽃, 그래서 섭이는 동백꽃을 좋아합니다. 붉게 핀 동백꽃을 보니 시집 간 누나가 보고 싶습니다. 숨어 있어라는 엄마의 나무람에도, 누나에게 줄 동백꽃을 가득 담은 가방을 들고 몰래 집을 나섭니다.
섭이는 고사리 마중을 갔던 택이 아버지가 쓰러져 있던 곳에
툭,
동백꽃을 놓아둡니다.
'동백꽃이 툭,' 중~

잡초 뽑으러 간다던 식이 큰형님, 소 먹일 꼴을 베러 가던 찬이 할아버지, 보리 베러 갔던 철이 어머니, 조를 수확하던 숙이 할머니....,동네 사람들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사람들이 쓰러진 자리는 핏빛으로 물이 들었습니다. 누나 집으로 가던 섭이는 그 자리에 동백꽃을 툭, 놓아둡니다.
총소리가 들립니다. 동백꽃이 떨어집니다. 섭이가 달립니다. 누나를 부르며 달려갑니다. 섭이의 가방 안에 가득 담겼던 동백꽃이 떨어집니다. 동백꽃이 또 떨어집니다. 누나는 괜찮은 것일까요?
1947년 3.1절 기념 제주도대회가 열린 날, 한 어린이가 경찰이 탄 말에 치이는 사고가 납니다. 하지만 경찰은 다친 아이를 그냥 두고 갑니다. 그 모습을 본 군중들이 돌을 던지며 경찰을 쫓아갔고, 그때 무장경찰들이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습니다.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주 도민들이 항의하며 총파업을 하자, 미군정은 제주도를 '붉은 섬(사회주의자들의 섬)'으로 지목하고, 경찰과 극우청년단체인 서북청년회가 제주에 들어와 제주를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붉은 꽃잎이 너무나 아름다운 동백꽃, 제주에서 동백꽃은 4.3 사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입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년 7개월 동안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3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컸던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같은 민족의 총과 칼에 쓰러져 간 사람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어선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잊지 않고 꼭 기억해야 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차마 떠올리기 힘들만큼 아프고 비극적인 역사도 꼭 기억해야만 하는 건, 그 일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