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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에 꽃범이 산다 ㅣ 휴먼어린이 중학년 문고 5
손주현 지음, 최정인 그림 / 휴먼어린이 / 2022년 2월
평점 :

왕족의 거주공간인 창경궁에 꽃범이 산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일제강점기인 1909년 일본인들은 창경궁 안에 동, 식물원을 만들고 격을 낮추기 위해 이름을 '창경원'으로 개명했습니다. 궁궐이 아닌 유원지로 바뀐 창경궁, 그 후 벚꽃을 심어 일본인들이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말에는 폭격을 당해 우리가 부서지면 맹수들이 탈출할까봐, 두려움에 맹수들을 독살했다고 하는데요. 그때 독에 민감했던 동물 한 마리가 살아남았으며, 그 동물이 표범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창경궁엔 꽃범이 산다'는 그 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땅에는 표범이 많이 살았고, 우리 조상들은 그 표범의 무늬가 매화꽃 같다고 해서 꽃범이라고 부르며 귀하게 생각했거든요. 표범이 어릴 때 만난 인간을 끝까지 기억하곤 하는 고양잇과 동물이라는 점을 떠올리며 그 꽃범이 한 소년과 인연을 맺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말' 중~
창경궁 명정전 지붕의 높은 기왓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눈밭 가운데 꼼짝 않고 서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은규입니다. 은규는 새끼 표범이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은규는 그토록 기다리던 새끼 표범 점박이를 만났지만, 점박이를 낳던 어미 표범은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은규 엄마도 은규를 낳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인지, 은규는 엄마가 정말 고생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일본은 임금을 맘대로 갈아치우고 궁궐 한쪽을 허물어 유원지로 만들어 버렸다, 조선의 백성들이 똘똘 뭉칠 구심점을 없애고 저마다 마음속에 품은 자존심을 뭉개 버리기 위해서였다.
'창경궁에 꽃범이 산다'p.15
은규는 아버지가 젖동냥으로 자신을 키운 것처럼 엄마 없는 점박이에게 염소 젖을 먹여 키웁니다. 일본은 2차세계대전으로 전쟁 물자가 부족해지자 요강이나 밥숟가락뿐만 아니라 동물원의 쇠창살까지 전쟁 무기를 만들기 위해 빼앗아 갔습니다. 그 때문에 식량도 배급받아 먹는 실정이지만, 은규는 점박이를 위해 먹이를 구하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은규가 그토록 애쓰며 돌보던 점박이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동물원 비상조치 요강 발효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대로 실행해야 하오. 1종 동물들은 오늘 저녁 모두 독살하시오!
'창경궁에 꽃범이 산다'p.53
폭격으로 철창이 부서져 1종 동물인 맹수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면 큰일이라며 모두 독살하라고 한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자기들 맘대로 창경궁을 유원지로 만들고, 전쟁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아무 잘못도 없는 동물들까지 죽이려 합니다. 점박이가 죽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은규는 점박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창경궁에 꽃범이 산다'는 일제에 의해 창경원으로 격하되며 동물원이 들어선 창경궁의 아픈 역사와 그곳에서 피어난 열 살 소년 은규와 꽃범 점박이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광복 후에도 창경궁은 창경원이라는 이름의 유원지로 남았으며, 놀이공원 뿐만 아니라 케이블카도 운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1983년 궁궐로 복원되기 전까지 일제 잔재인 유원지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그럼에도 저자의 말처럼 "철저하게 우리 민족의 자산을 빼앗고 혼을 바꾸려 했던 일본에 저항해 끝까지 살아남았으며, 몇 십 년 만에 제일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될 만큼의 저력을 지닌 민족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를, "은규와 점박이처럼 사람 대 사람이든, 사람 대 동물이든 한 번 맺은 만남은 늘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창경궁의 아픈 역사속에서도 매화꽃처럼 향기로운 꽃을 피워낸 은규와 꽃범 점박이의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