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김경선 지음 / 머메이드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에메랄드빛 바다, 눈부신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커피 한 잔 그리고 책,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있는 느낌적 느낌, 시간이 그대로 머물러도 좋을 평화로운 오후, 책 표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이지만, 지금도 성장 중인 어른들에게 건네는 성장 에세이' 띠지에 나온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와 닿은 건 왜 일까요?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는 엄마이자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자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서툰 초보 작가에서 20년 경력의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동안 경험으로 터득한 글쓰기와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1부 서툰 시작, 살랑대는 희망 '', 2부 뜨거운 태양 아래, 쌉쌀달콤한 인생 '여름', 3부 익어가는 열매, 익어가는 마음 '가을', 4부 찬바람에 끄떡없는 뿌리 깊은 나무 '겨울'까지 모두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엄마이자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서툴지만 희망을 꿈꾸는 봄부터 성숙해지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겨울까지, 계절의 변화에 빗대어 담아내었습니다.

 

당신과 나의 시작인들 다를까.

시작은 늘 그렇게 한 발짝부터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발을 떼는 것.

시작은 그런 것이다.

미미해 보여도 용기를 낸 것이니 박수받아 마땅한.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자 또한 처음 쓴 동화에 대해 평가인 듯 평가 아닌 평가를 받으며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는데요. "어린이 책의 글은 쉽게 써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난 후, 왜 그런 말을 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내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좋은 글이 되도록 쓴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썼으니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블로그나 브런치 등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글을 쓸 때,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읽는 사람이 시시하다고 생각"할까봐 "복잡한 정보로 글을 가득 채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글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은 생각할수록 진리였다. 글쓰기가 일단 시작되고, 시작이 잘 풀리면 한동안 술술 써지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작'이 잘되지 않으면 한참을 고전한다. 첫 문장을 고민하는 건 내 주변 많은 작가가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었다.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p. 98

 

 

저자는 어디까지 써야 할지에 대한 목표를 정한 후, "자신을 어르고 달래가며 쓰다 보면 탈고의 순간을 맞이한다'고 말하며 '글쓰기 단계'에 대한 팁을 친절하게 첨부해 두었는데요. 저자의 글쓰기 경험이 녹아든 꿀팁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이 책을 쓰는 작가로 저자의 글쓰기는 늘 아이와 함께였다고 하는데요. 아이를 통해 공룡에 대한 관심이 생긴 저자는 결국엔 공룡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한 글쓰기는 아이의 친구들, 조카들, 그리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까지 넓혀져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고, 그 경험들이 글의 소재나 배경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의 말이나 생각, 누군가에게서 들은 아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동화를 쓰게 되었다는 작가님들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쓴 동화를 읽는 아이들은 동화속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어쩌다보니' 작가가 되었다는 저자의 '작가 되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다 들려줄 순 없지만, 무엇보다 일단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글'을 일단 써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꾸만 써보다 보면 자신만의 루틴이 만들어지고, 자신만의 글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이지만 동시에 엄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 그래서 더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는데요. 저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겪은 일들이 책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 그 일들은 누군가의 삶에서도 일어나는 아주 평범한 일들이기도 하다는 것, 무엇보다 그 경험들을 글로 옮겨 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중 몇 개의 문장들을 공유할까 합니다.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 내게는 네 개의 메달이 생겼다.

,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메달.

나는 네 개의 메달을 목에 건 4관왕이다.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p. 67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걸기 힘든 메달을 4개씩이나 목에 건, 무려 4관왕의 영예를 누리게 되지만, 목에 건 개수만큼이나 무거워지는 메달이기도 하다는 걸 알 수 있기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무엇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계급 같은 며느리라는 메달은 네 개의 메달 중 심리적으로 가장 버거운 것이었다."는 저자의 말은 "너만 그런 건 아니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것 같아서 특히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 아이에게 넘어질 기회를 주었다면 지금쯤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스케이트를 혼자 탈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잘 타는 아저씨는 아이를 돌본다는 생각에 그 기회를 막고 있었다. 나도 아저씨처럼 아이를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걱정이 밀려왔다. 무엇이든 척척해주는 만능 엄마라고 내심 자부했는데 내가 아이의 성장 기회를 뺏고 있는 것이었다.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p. 179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맞아, 나도 그랬었지!'하고 말할 것만 같습니다. 나는 그랬을지라도 내 아이만은 넘어지고 실패하는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주고자 한 것이 아이가 직접 경험한 후에 스스로 깨닫고 너 나은 길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 알면서도 문득 문득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글쓰기 뿐 아니라 삶의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책속 문장 '존버의 위대함'으로 대신합니다.

 

모든 것은 존버였다.

버텨야 넘어지지 않고

버텨야 앞으로 나아갔다.

버티는 것, 버텨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였다.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p.2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