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으로 ㅣ 햇살어린이문학 1
강무홍 지음, 한수임 그림 / 햇살과나무꾼 / 2021년 12월
평점 :

'집으로'라는 제목만으로도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떠오릅니다. 눈물, 콧물 쏟으며 봤던 영화 '집으로'도 생각나구요. 집은 단순히 머무르는 공간 이상의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집에는 함께 하는 가족들이 있으니까요.
우리의 둥지인 집에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 우리가 쉴 수 있는 방과 따뜻한 잠자리,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는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은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우리가 다툴 수 있는 것도 함께 살고 있기에 누리는 행복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가의 말' 중~
이 책의 저자 이름을 보는 순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났습니다. 바로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깊은 밤 부엌에서' 등을 우리말로 옮긴 분이셨습니다. 저자는 '까만 나라 노란 추장', '깡딱지', '까불지 마!', '선생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등의 작품을 쓰신 작가님이었습니다. "환한 햇빛과 먹구름, 비와 바람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작가님, '집으로'에는 그런 유년 시절의 순수함이 들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으로'는 조손가정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상처받지만 어린 동생과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한수의 집 '비탈', 심부름 갔다 오는 순이에게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가 있는 순이의 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삶에 지칠 때마다 떠오르는 '붕', 그리고 엄마와 언니와의 추억이 있는 동이의 집 '나의 잠자리 붕', 심부름을 간 돌이를 기다리던 엄마가 있는 집 '집으로' 등 모두 네 개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것입니다,"라는 제인 구달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작가가 되어 어린이책을 쓰고 있다"는 작가 소개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 너구리가 돌아가야 할 집'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네 개의 단편 중 어쩌면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 '비탈'속의 한수네 집을 찾아가 봅니다.
그냥 할머니더러 한 번 다녀가시라는 건데, 울긴 왜 우니? 그리고 네가 훔치지 않았다면, 할머니한테 말씀을 못 드릴 이유가 어딨어? '집으로' p.12
한수네 반 친구가 돈을 잃어버렸습니다. 선생님 앞에 선 한수는 눈물만 훔칠 뿐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손수레를 끌고 폐지를 모으러 다니는 할머니, 어린 동생과 한수와 함께 언제까지나 함께 살아야 할 할머니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날마다 비탈길을 오르시는데, 어떻게 학교에 오시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까요? 절대 도둑이 아님에도 도둑으로 취급받은 손자의 모습을 보는 할머니의 심정은 또 어떨까요? 억울함 보다 더 깊은 서러움에 한수는 눈물만 흘립니다.
원래 이런 애들 받으면 골치는 골치대로 썩고 고생한 티도 안 난다니까. 그냥 재수 없다 생각해요. '집으로' p.17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을까요?
이런 아이들이란 어떤 아이들인 걸까요?
이런 아이들의 기준은 누가 정한 걸까요?
할머니와 산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늘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로 낙인찍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결손 가정의 문제아'라고 낙인찍는 어른들, 그럼에도 한수는 선생님만은 그러지 않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편견과 잣대가 선생님에게만은 없기를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한수는 선생님에게 "재수 없음"을 주는 존재가 절대 아닌데, 왜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한수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런데 반장인 찬호까지 한수를 도둑으로 몰아갑니다. 돈이 어디서 났는지 설명하라며, 급기야 "도둑놈!"이라 말하는 찬호, 한수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교문을 빠져나가는 한수의 뒤로 "찬호의 일그러진 얼굴, 흥건한 피, 놀란 아이들의 비명이, 선생님이 불같이 야단치는 모습"이 따라옵니다.
하필 친구가 돈을 잃어버린 날에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 그래서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리게 된 한수, 만약 한수의 처지가 달랐다면 어땠을까요?
한수는 그 돈을 어디서 받았는지 왜 선생님께 말하지 않았을까요?
커다란 집에서, 응, 아주아주 커다란 집에서....,
할머니하고 보라하고 나하고......,
아주아주 행복하게.....,
'집으로' p.34
하늘을 물들인 아름다운 노을과 별 하나, 힘들게 손수레를 밀고 올라온 비탈길 꼭대기, 한수는 할머니, 동생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꿉니다.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슬픔이 다 마른 자리에 환한 웃음이 피어날 날이 오기를, 할머니, 동생 보라와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기를......, "할머니와 보라와 커다란 집에서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말하는 한수의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할머니와 동생 보라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으니까요.
학교에 가고, 회사에 가고, 또 어딘가를 가더라도 저녁이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식구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수처럼 힘들 때 생각나는 가족이 있다는 것, 한수에게 '집'은 '함께 할 수 있기에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수가 바라는 일들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식구들이 한 지붕 아래 둘러앉아 함께 저녁을 먹는 곳, 힘들 때 생각나고 힘이 되어 주는 가족이 있는 곳, 공간의 크기보다 따뜻한 체온이 있어 더 좋은 곳, 어디를 가더라도 저녁이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