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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
달밑 지음 / 부크럼 / 2021년 11월
평점 :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음에도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불편한 감정들을 꼭꼭 숨기고 살아갑니다. 자주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내 마음속에서 화산처럼 끓어오르는 불편한 감정들을 꺼내놓고 나면, 다음 만남이 어색해지는 것은 아닐지,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번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다 이해하는 척, 괜찮은 척, 겉으로는 늘 웃고만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내가 상처받고 울고 있다는 걸 모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심이 많고 포용력이 많은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나는, 정작 가장 소중한 '나'에게는 이해도 포용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 껴안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사려 깊은 사람입니다.
'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 프롤로그 중~
10만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는 달밑 작가의 첫 에세이 '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 이 책은 주변에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인 저자가 자신의 허물과 반성을 글로 남겼고,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남긴 글들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힘들다거나 어떤 일 때문에 걱정인지 밖으로 꺼내는 대신 혼자 삭히는 방법을 택했다"는 저자의 말은 마치 내 이야기인듯 싶었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에게 주는 조언이자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책은 1부 '나를 아끼는 일을 양보하지 말아요', 2부 '오늘의 우리는 그때의 우리가 아니라서', 3부 '관계라는 날씨', 4부 '사랑이니까 사랑 안에서' 등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사랑과 이별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 라고 이야기합니다.

다 같이 잘 지내지 않아도 돼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과 그만큼 못 지내는 것도 아픔이지만, 멀리하고 싶은 사람을 제때 선 긋지 못하는 것도 고통이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저러다 말겠지...라고 얕은 기대를 속으로 삼키는데 혼자만 멍이 든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괜찮지도 못할 거면서 참기만 하고 냉정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이 내게 주는 불편이 있다면 내게도 그것을 밀어내고 선 그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
(중략)
마냥 선을 넘어오는 걸 가만두면 상대방은 계속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줄 알기 때문에 때로는 냉정하고 단호한 모습도 분명 필요하다.
'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p.43~44
어쩜 이건 정말 나에게 하는 조언이자 위로야!라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울컥해졌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다음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때 얘기하면 되지 뭐..., 하지만 다음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 사람'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때로는 냉정하고 단호한 모습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선을 넘는 것은 '그 사람'의 권리가 아님에도 마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처럼 행사하기도 하니까요.

보석 같은 사람
내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감사하면서 그와의 관계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어려운 얘기를 꺼내는 것도, 그 이야기를 불편하지 않게 들어 주는 사람을 찾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속마음을 꺼낼 만큼 믿을 수 있다면 상대는 이미 따뜻한 존재겠죠. 누구나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이 있는데 그것과 다를 때도 얘기를 가로막거나 무시하지 않으면서 차분히 들어 주는 사람 속에는 나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마도 보석 같은 사람.'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p.137
정말 속상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지기도 합니다. 가까운 사이라도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친구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을 들어주고, 내가 차마 못하는 사이다같은 말도 대신 해주는 그런 친구, 비록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듣지 못할지라도, 그때만큼은 속이 뻥~~뚫리는 시원함이 밀려온답니다. 정말 사이다같은 친구이자 보석같은 친구입니다.
좋은 사람 = 기본에 충실한 사람
가까웠던 사이는 유치한 것 때문에 어두운 쪽으로 기운다. 친한 사람과 멀어졌을 당시를 돌아보면 관계에서 기본이라 여기는 부분이 자꾸 어긋나기 시작한 시점부터였다.
(중략)
사람의 실수나 우연이 반복되고 쌓이면 나를 대하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잘 보이고 싶은 곳에서는 시간도 잘 지키고 깍듯하면서 내게만 '선택적 게으름'이나 '선택적 무심함'을 취한다면 더욱 그렇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 편한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서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췄을 때 얘기다.
(중략)
좋은 관계가 깊고 오래가려면 좋은 친구나 애인, 형, 언니, 동생이기 전에 두 명의 당사자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우리는 타인이 자신에게 주는 서운함에는 민감하지만 같은 일로 누구가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이따금 사람으로 아파야 한 번씩 나를 돌아본다. 남에게만 인색한 기준을 갖다 대지는 않는지, 나도 못하는 행동을 상대에게만 바라지는 않았는지, 내가 놓친 '기본'은 없는지 말이다.
'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p.172~174
몇 년 동안이나 가깝게 지내던 사람과 갑자기 거리가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가까운 사이라서 더 서운하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소한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서운하고 속상한 만큼 마음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나'에게만 있는 건 아니죠? '나'로 인해 '누군가'가 불편하고 서운할 수도 있는 것이겠죠? 저자의 말처럼 좋은 관계는 '나'만이 아닌 '그 사람'만이 아닌, 두 사람 모두가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힘듦을 주변에 내려놓기를, 상처 주는 말이나 비난의 말들을 적당하게 흘려보낼 수 있기를, 거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적당한 거리를 두기를, 다른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너무 애쓰지는 말기를, 옷장을 정리하듯 마음도 정리할 수 있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아끼는 일을 양보하지 말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