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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ㅣ I LOVE 그림책
앤드류 라슨 지음, 캐리 수코체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평점 :

이불을 뒤집어쓴 채 손전등을 비춰가며 책을 읽는 아이가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 없을 때가 있죠. 이럴 땐 엄마가 밤이 늦었으니 자라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답니다. 표지 속 아이도 그런 것일까요? 그런데 제목은 그림과는 전~혀 다르게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건 반어법? 사실은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 하는 걸까요?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난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중~
아침이 밝아오고 창으로 햇살이 비치면, 아이는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갑니다. 그런데 특히나 요즘처럼 날이 추울 때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죠? 우리 집 둘째는 학교에 가는 날은 몇 번을 깨워야 일어나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일어난답니다. 그것도 가족 누구보다 일찍 말이죠. 책속 아이도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요?

그뿐만이 아니랍니다. 우주에 있는 사람 이야기도, 바다에 사는 물고기 이야기도, 비행기나 기차, 버스나 자전거 이야기도, 지루하고 낡은 건물 이야기도, 숫자나 글자에 대한 이야기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도 그리고 또 또... 아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종일 투덜거립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든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이가 노란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고 나면,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는 조금 특별한 모험을 떠납니다. 아이를 찾아가는 것일까요? 창문을 뛰어 넘은 고양이는 길모퉁이를 지나 우체통을 지나 과일 가게를 지나 커다란 나무 가지를 지나,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갑니다. 고양이가 지나가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노란색은 쾌활하고 경쾌하며 발랄한 느낌이 듭니다. 우체부 아저씨와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는 모습마저도...,
그 모습은 어떤 이야기든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이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아이는 숫자나 글자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고양이가 지나가는 노란 우체통엔 많은 이야기들이 글자로 빼곡히 쓰여 있을 것입니다. 아이는 과일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고양이가 지나가는 노란 과일 가게엔 고양이로 인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참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스쿨버스를 타고 갑니다. 고양이도 얼른 쫓아갑니다. 고양이의 표정은 밝고 활기찹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난 고양이 이야기는 좋아할지도 몰라.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중~
하루가 끝날 즈음에 나오는 별들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이, 하지만 고양이와 함께 별을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입니다. 그 어떤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지만, 고양이 이야기는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아이, 혹시 아이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모든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이가 좋아하는 고양이 이야기엔 고양이에겐 일어난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비슷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반대로 싫어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정말 재미있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이야기는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곳곳에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대를 충족시키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찾는 기쁨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나요?